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영화보다 불 나면 어디로 대피하나요?

등록 2014-05-07 20:47수정 2014-05-20 00:10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의 대피유도등. 7~8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방향이 서로 다른 대피유도등이 혼란을 주고 있다.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의 대피유도등. 7~8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방향이 서로 다른 대피유도등이 혼란을 주고 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
헷갈리는 ‘대피유도등’에 탈출 혼선
비상구 안내 ‘왼쪽 향한 사람’ 그림
‘왼쪽으로 뛰어가라’ 해석될 수도
그마저 간판 등에 가려 안보이기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비상구를 안내하는 ‘피난구(대피) 유도등’을 따라가다 보면,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왼쪽 화살표가 그려진 유도등을 따라 이동하면, 다시 오른쪽으로 가라는 유도등이 나온다.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가야 하는 셈이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피난 유도등 때문에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정작 비상구는 이들 두 유도등 사이에 있는 카페 안쪽 길을 따라 들어가야 찾을 수 있다. 이를 가리키는 유도등은 카페 안쪽으로 설치돼 있는데다, 카페 간판과 인테리어 구조물 등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영등포구에 있는 대형 복합상영관인 영등포 씨지브이(CGV)에는 비상구가 없는 영화표 무인발권기 앞에 유도등이 달려 있었다. 통상 비상구가 없이 유도등만 달려 있는 곳은 화재 등 사고가 났을 때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자리다. 방화셔터에 작은 문이 달려 있어 이를 통해 빠져나가도록 안내하는 목적이다. 그러나 영등포 씨지브이의 유도등은 방화셔터도 내려오지 않는 자리에 설치돼 있었다. 아무런 비상구도 없는데 유도등만 켜져 있는 셈이다. 사고 때 이것만 보고 왔다가는 무인발권기 앞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구조다. 또다른 복합상영관인 서대문구 신촌 메가박스에서는 대피 유도등이 폐쇄된 에스컬레이터 위로 달려 있었다.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자리지만, 폐쇄돼 이동이 불가능한 곳에 유도등이 달려 있어 사고 때 혼란을 키울 수 있다.

방향 헷갈리는 대피유도등
방향 헷갈리는 대피유도등
유도등은 화재가 나서 정전이나 연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의존하게 되는 ‘생명줄’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도 다중이용시설 곳곳의 유도등은 관리가 부실했다.

유도등의 애매한 의미도 혼란을 키운다. ‘앞쪽에 비상구(피난구)가 있다’는 뜻의 유도등은 흔히 사람이 왼쪽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는 탓에 ‘왼쪽으로 가라’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실제로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가 지난해 5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유도등만 보고 대피 방향을 찾는 실험을 한 결과, 참가자 67명 가운데 41명(61.2%)이 비상구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 대부분 유도등 앞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유도등을 바닥에서 1.5m 이상 높이에 달도록 돼 있는 규정도 비합리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불이 나면 공기보다 가벼운 연기가 천장에서부터 쌓이는 탓에 대부분의 유도등이 연기에 가려 제구실을 못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교수는 “유도등이 고정된 픽토그램(그림문자)을 사용하다 보니 사람들을 오히려 사고가 난 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며 “사고 상황에 맞춰 덜 위험한 쪽의 비상구로 안내할 수 있도록 제어기능이 있는 동영상 유도등 도입을 검토하고, 바닥에도 유도 표시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