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26일 저녁 8시30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70만원이 담긴 새하얀 봉투를 남겼다. 방세 50만원과 가스비 12만9000원, 전기료·수도료 등을 어림한 돈이었다. 봉투 겉면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이 숨을 거둔 비좁은 방(오른쪽 사진)은 작은 침대와 이불, 각종 세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정환봉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자살 아닌 ‘사회적 타살’…약자에 관심 가져야
“나만 잘 산다고 다인가? 부끄럽다” 자성 목소리도
“이래도 복지가 포퓰리즘인가?”…정부 비판도 잇따라
“나만 잘 산다고 다인가? 부끄럽다” 자성 목소리도
“이래도 복지가 포퓰리즘인가?”…정부 비판도 잇따라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생활고를 비관해 세상을 등진 세 모녀의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세 모녀를 지켜주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간 현실을 비판하며,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세 모녀가 비극적 선택을 한 순간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닉네임 아****는 <한겨레> 기사에 “결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세 모녀는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오랜 시간 울었을까”라고 물으며 “가난과 병이 없는 천국에서 행복하시길 빈다”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누리꾼(닉네임 봄***)도 “얼마나 암담했으면 저 길을 갔을까. 아마 우는 상태로 엄마는 딸들을 생각하며, 딸들은 노모를 생각하며, 서로는 서로를 생각하며 그렇게 소리 죽여가며 울었을 것이다. 눈물이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댓글을 남겼다. 닉네임 즐***의 누리꾼은 “우리 사회가 밖에 나가면 전부 웃고 떠드는 것 같지만 정작 어려운 분들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춥고 배고픔을 달래고 있을 것”이라며 “부디 주위를 돌아보는 따듯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남겼다.
세 모녀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na*****)이라며 공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세 모녀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사회와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au*******)는 것이다. 한 누리꾼(닉네임 알****)은 “의료 민영화에 부동산 활성화, 공공요금 상승…공영방송비도 오른다며? 어짜피 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나라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시기만 다를 뿐 우리의 미래 모습”이라고 탄식했다. 다른 누리꾼((@in******)도 “다수가 늘 미안함을 갖고, 잠재적 가해자처럼 살아가게 하는 사회는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아니다”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아이디 @zz*****의 트위터리안은 “나만 잘 산다고 잘 살아지나? 내 옆에서 누군가 가난에 굶주려가고 있는데…”라며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팔을 다친 것이 죽음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을 지적하며 “그런데 의료 민영화(라니…). ㅠㅠ”(@na*****)라는 반응들이 많았다. 누리꾼들은 “이러고도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떠들거냐?”(@bu*****)며 “더는 죽음으로 내몰지 마라”(@ki*******), “기본적인 건 정부에서 좀 하라”(닉네임 9입******)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이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집에서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이 든 봉투에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적어 놓고 동반 자살한 사실이 27일 알려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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