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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영리병원’ 선 그으면서…유전자 검사 등 의료 규제 푸는 정부

등록 2018-12-11 18:36수정 2018-12-11 21:57

미래산업 포장된 ‘의료 영리화’

대통령 소속 생명윤리위 12일 열려
‘유전자 검사’ 전면 허용 여부 심의
국회에선 의료기기법 등 통과 유력
“안전성 평가 무력화, 국민 건강 위협”

영리병원 철회와 의료민영화 중단을 요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 녹지국제병원(영리병원) 철회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영리병원 철회와 의료민영화 중단을 요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 녹지국제병원(영리병원) 철회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 정부에서 의료 영리화, 특히 영리병원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12월6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미 복지부 장관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 정부에서 (영리병원은) 더 없다.”(12월10일 청와대 관계자)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허가 이후 청와대와 정부는 거듭 ‘영리병원’과 선을 긋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 영리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영리병원이 아닌 다른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규제완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보건의료산업이 혁신성장에 가장 파급력이 있으니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12일 대통령 소속 5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차 정기회의를 열어 ‘유전자 치료’ 연구와 소비자가 병원을 거치지 않고 비의료기관에 직접 의뢰하는 디티시(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 안건을 심의한다. 지난 8월 민간위원들이 강하게 비판해 심의가 보류됐던 세 안건 가운데 ‘인간 배아’ 이용 연구 안건만 빼고 나머지 2가지를 재상정한 것이다. 첫째 안건은 현재 암·유전질환 등 중증질환에만 허용되는 ‘유전자 치료’ 연구를 전면 허용하자는 것이고, 둘째 안건은 혈당·탈모 등 12가지만 가능한 비의료기관의 디티시 유전자 검사 허용 항목을 확대하자는 방안이다. 디티시 유전자 검사는 2016년부터 허용됐는데, 업계는 치매·파킨슨병 등의 질병을 예측하는 유전자 검사까지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위원회의 한 민간위원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들이밀어 병원, 약국으로 환자를 끌어들이거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국민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 없이 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민간위원은 “유전자 검사는 규제를 완화해주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듯한데,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등을 명분으로 계속 압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25곳에 그친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첨단재생의료법안, 의료기기산업육성법안, 체외진단의료기기법안 등을 두고 공청회를 연다. 이들 법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 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등 첨단재생의료와 관련한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고 바이오 의약품을 신속하게 허가해주는 내용이 뼈대다. 또한 식약처장이 ‘혁신 의료기기’로 평가하면 소프트웨어제조기업 인증을 받아 제조 허가 등에 필요한 자료를 면제받을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도 면제해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효과성 평가를 무력화하는 지나친 규제완화”라며 법안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료인-환자’ 간에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당·정·청은 군부대, 원양어선, 교정시설, 도서·벽지 등 4곳에 원격진료를 허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법안 준비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원격진료는 의료 영리화의 첫걸음”이라고 비판하지만, 정부는 “의료 사각지대 해소 차원”이라고 반박한다. 다만 영리병원 논란이 거세지고 있어 법안 발의 시기와 내용은 저울질 중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추진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해선 안 된다”며 “의료 규제를 풀고 상업화해서 경제 성장을 해야 한다는 산업계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비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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