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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멍 병사’ 샘 해밍턴, 진짜 군대였다면 왕따

등록 2014-02-14 19:29수정 2014-02-27 16:52

문화방송(MBC)의 <일밤-진짜 사나이>는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병영생활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군대의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진은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가상 입대를 하는 장면이다. 문화방송 제공
문화방송(MBC)의 <일밤-진짜 사나이>는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병영생활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군대의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진은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가상 입대를 하는 장면이다. 문화방송 제공
[토요판]
군사 / ‘진짜 사나이’의 진실
▶ 군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인 문화방송(MBC) <일밤-진짜 사나이>를 보며 ‘군대도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 시청자가 많을 겁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결국 군대도 인간의 향기가 나는 곳, 사람 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사나이가 보여주는 우리 군의 ‘속살’은 과연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 걸까요. 진짜 사나이와 진짜 병영의 현실을 함께 되짚어봤습니다.

<문화방송>(MBC)이 주말에 방영하는 인기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는 병영 생활을 예능의 영역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경직된 병영 생활도 따뜻한 인간미와 해학으로 접근하면 “군대도 사람 사는 곳”, “언젠가는 한번 가볼 만한 곳”으로 인식될 만하다. 막연한 두려움을 완화하면서 나름 긍정적으로 군대를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보인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한 장혁 일병이 낭독하는 편지에는 감동도 있다.

“군대, 누군가에는 먼저 맞고 싶은 매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밀린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기 위해 우리와 상관없는 세상인 줄 알았던 군대에 또다시 입대했습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전우들을 만나고 그들의 땀 냄새를 맡으며 우리의 군대 생활은 현실이 되어 갔습니다. 새삼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때론 잊지 못할 굴욕을 선사할지라도 내 옆의 동기, 나의 전우들 때문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들어간 그 어마어마한 추억들, 그들의 손에서 전해진 온기를 간직한 채 우리는 이제 조금은 긴 휴가를 떠나려 합니다. 비록 함께 뛰며 등을 밀어줄 수는 없어도 전우들이 있는 그 생활관, 그 연병장에 우리들의 마음도 같이 서 있을 겁니다. 충성!”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편지에는 강한 공감을 느끼게 된다. 지난 9일 방영된 이 편지 장면을 끝으로 류수영, 손진영, 장혁은 이 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했다. 한편 기존 멤버인 김수로, 서경석, 샘 해밍턴,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과 함께 천정명, 박건형, 케이윌, 헨리가 합류한 2기 방송이 곧 방영될 예정이다. 특이한 것은 <진짜 사나이>는 단지 군대에 추억이나 관심이 있는 남자들만이 아니라 여성과 청소년에게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지의 세계, 색다른 경험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충격과 반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의 소소한 일상, 예컨대 먹고 입고 자고 뛰는 것을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구성해 준다. 낯선 시공간에서의 생활은 매우 특이하게 느껴지고, 여기에 동료들과의 관계가 얹어지면 추억이라는 맥락으로 재구성된다. 또 다른 삶의 앨범이 펼쳐지는 것이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청소년도
좋아하는 예능프로 ‘진짜 사나이’
그러나 밝은 면만 부각하고
지나치게 상황 과장하는 바람에
실제 군의 문제점을 가리고 있다

전방 오지나 소형 함정에서
제대로 된 식사 하기 어렵고
침상형 내무반은 사생활 부정
통제·간섭·규율 강조하다 보니
약자와 기본권 무시되기 일쑤


‘총기난사’ 조사 때 “배가 고프다”던 해병대원

그런데 이 프로가 실제 우리 군의 병영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인가. 여기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 무엇보다 군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만을 보여준다. 이렇게 병영의 밝은 면만 부각되면 정작 우리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많은 문제점은 가려진다. 특히 생활이 열악한 전방 오지의 전투원들이 이 프로를 본다면 자신들의 처지와 비교할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만한 장면도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병영에서 삶의 수준을 구성하는 3대 요인인 사기(Mental), 복지(Welfare), 오락(Recreation)을 기준으로 본다면 <진짜 사나이>는 지나치게 상황을 과장하거나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군이 가장 열악하다는 이 3대 요인이 다 해결된 것처럼 병영을 묘사하게 되면 실제와는 전혀 다른 병영의 이미지가 나오게 되고, 이것이 착시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우선 떠오르는 의문은 <진짜 사나이>에서 묘사되는 병영은 “왜 이렇게 잘 먹는가”이다. 지난해 11월에 방영된 해군 초계함에서의 점심 식사. 함상의 뷔페식 식당에는 연어, 고추잡채, 꽃빵, 꽃게탕 등의 차림이 나온다. 이에 손진영은 “파라다이스로 가는 느낌”이라고 황홀해하며, 류수영은 “지금 돌잔치, 결혼식에 온 것 같다.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또 새우를 아끼지 않아 국물의 맛이 깊다”는 설명을 곁들인다. 김수로 역시 “해군의 음식은 진짜 마음에 든다”고 감탄한다. 이 장면이 방영되고 나서 국방부와 육군본부에는 “해군은 저렇게 잘 먹는데 왜 육군은 급식이 형편없냐”는 항의가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해군이 이 정도의 호화로운 식사를 하는지도 의문이다. 대형 구축함이야 어느 정도 사정이 낫겠지만 소형 함정일수록 식사는 열악하다. 고속정의 경우는 도입 초기에 설치되어 있었던 취사도구를 아예 없애버려서 제때에 식사를 못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랜 기간 함상에서 근무한 중견 장교들의 경우는 대부분 치아가 좋지 않다. 장기간 작전을 나가면 신선한 식재료가 아닌 냉동이나 건조식품만 장기간 섭취하기 때문이다. 정작 해군의 식생활 여건이 가장 열악할 수밖에 없다.

2011년에 해병 2사단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지고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현장 조사를 나간 적이 있다. 당시 사건 조사 과정에서 해병대 병영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조사단이 들었던 증언 가운데 뜻밖의 말이 있었다. 여러 병사들이 “배가 고프다”고 한 것이다. 강화도 교동의 경우 식재료와 부식을 제때 공급받지 못했다. 비단 해병대만이 아니라 전방의 오지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급식과 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수두룩하다. 국방부는 올해 장병 급식비가 하루 6848원으로 작년에 견줘 6.5%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인상된 급식비를 반영해 식자재 질을 높이고 천연 조미료를 쓰는 등 급식의 질을 대폭 개선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이밖에 장병 생일 특식비를 1만원에서 1만1000원, 병사 영외매식보조비도 5000원에서 6000원, 훈련병의 간식비도 하루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려 간부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개선을 했다 하더라도 국민 중산층 수준의 식사를 보장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의문이다.

인권위 군 관련 진정사건 두 배 증가

<진짜 사나이>에서 가장 극명하게 희화화되는 장면은 내무반 생활이다. 가끔 일부 부대의 경우 고급스러운 분대 단위 침대형 내무반이 나오지만 여전히 ‘수용’ 개념의 침상형 내무반에서의 점호 장면이 방영되고 있다. 이런 전통식 내무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우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으로 사생활이 전면 부정되고 오직 규율과 통제만을 우선시하는 한국 병영문화의 상징이다. 그런데 <진짜 사나이>에서는 이런 내무생활에서의 간섭과 통제도 아름다운 것으로 묘사된다. 자신의 사생활까지도 조직의 규율에 몽땅 희생되고 오직 복종을 하는 가운데 비로소 군대다운 문화가 정착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군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군 기본권 강화 대책을 전면 무효화하고 통제와 규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병영을 운영해왔다. 그 부작용은 병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간부에게도 파급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육군사관학교에서 대낮에 선배가 후배 여생도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후에도 3금(금혼, 금주, 금연) 위반 사건이 있자 육사는 3금 제도를 더욱더 강화한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생도의 생활에 대한 통제가 훨씬 강화된 시책을 시행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필자가 국방부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퇴생이 작년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사의 경우 2009년 7명, 2010년에 7명, 2011년에 1명, 2012년에 10명에 불과하던 자퇴생이 2013년에만 45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주된 사유는 통제된 생활에 대한 거부가 13명, 생도생활 부적응이 3명, 진로변경자가 22명, 건강 문제가 3명 등이다. 특이한 것은 예년의 자퇴생이 주로 저학년이었다면 이번에는 3, 4학년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중에는 군의 육사 출신 고위 장교의 아들인 4학년 생도가 육사의 잘못된 통제 방식을 성토하며 가족과 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퇴하는 일이 벌어져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이런 현상은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해사의 경우 2009년 11명, 2010년 8명, 2011년 7명, 2012년 4명이던 자퇴생이 2013년에 12명으로 늘어났고, 이 중 11명이 진로와 적성 문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의 경우도 2009년 3명, 2010년 6명, 2011년 5명, 2012년 2명이던 자퇴생이 작년에 10명으로 늘어났는데, 국방부는 이들이 모두 진로와 적성 문제 때문에 그만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엘리트 장교를 육성하는 사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주된 피해자는 병사들이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는 2012년 11월에 군 인권법 제정 등 병영문화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인권위 쪽은 “군 인권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면서 병영문화의 근본적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개별 권리구제 외에 종합적인 정책·제도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그 배경을 밝혔다.

당시 인권위는 군 관련 진정사건이 2001년 58건에서 2011년에 135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2012년에도 6월까지 100건이 접수되는 등 인권 실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도별 군내 자살자는 2008년 75명, 2009년 81명, 2010년 82명에서 2012년에는 97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군 당국은 자살 사고 원인을 신세대 장병의 개인 중심적 사고와 인내심 부족, 복무 부적응, 병영 부조리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흔히 고문관이라고도 불리는 ‘구멍 병사’ 샘 해밍턴의 경우 <진짜 사나이>에서는 병영에 웃음을 선사하는 괴짜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병영에서 그런 엉뚱한 행태를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고문관’ 손 이병의 자살

인권위에 접수된 사연을 보면 대개 체력이 약하거나 따돌림을 받아 고통스럽게 군 생활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복무 부적응자에게 군은 생지옥이나 다름없다. 아직까지 우리 병영은 약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해 건강한 병영 공동체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샘 해밍턴을 보며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2011년에 손아무개 이병이 전방부대에서 사격훈련을 하던 도중에 이마에 소총을 쏘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의원(민주당)실에서 낸 자료를 보면 손 이병은 입대 당시 신장 174㎝에 체중 103㎏의 과체중 상태였으며, 좌우 교정시력은 각 0.3, 0.4였다. 당시 부대에서는 손 이병에게 살을 빼라고 주문했다. 손 이병은 2주 만에 약 14㎏을 감량하는 혹독한 체력훈련을 받아야 했다. 저시력은 사격평가에서 늘 낮은 점수를 받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는 무시와 질책으로 돌아왔다. 극도의 절망감 속에서 죽음을 택한 손 이병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군에서의 무시·왕따는 사회에 나와서도 큰 상처로 남게 된다. 이런 부적응자까지 포함하여 우리 군이 전방에 30만의 육군을 비롯하여 65만의 대군을 유지할 필요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비효율적인 대군을 유지하느니 제대로 대접해서 사기충천한 소수정예 전투원을 양성하는 국방정책이 더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2007년에 국방부는 국민 대상으로 군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 군에 대한 가장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계층은 군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성이었다. 반대로 군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이나 청소년의 경우는 군에 대한 호감도 국민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군에 대해 가급적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기 수련의 기회로 삼는 것이 개인과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우리 병영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생활과 복지 여건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의 병영은 전투원의 생명가치가 총체적으로 경시되는 전근대성의 잔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를 좀더 인본주의적으로 재구성하고 성찰하려는 노력을 배제한 채 단지 병영을 희화화하는 홍보라면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일 수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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