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화성-15’형 발사 이후
‘화성-15’형 발사 이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개월 내에 북한 전역을 제압할 수 있는 ‘공세적 종심작전’으로 우리 군사전략을 대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다. 사진은 송 장관(가운데)이 5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미 사상 최대 군사훈련으로 대응
송 국방, ‘공세적 종심작전’ 대전환 의지
‘대량 응징’ 쪽으로 국방계획 수정 뜻 군사력은 공격력과 방어력 균형 속에
합리적 최적모델 찾는 데 맞춰져야
“3주 만에 승리” 호언한 럼스펠드 실패
새로운 평화 프로세스 제시 절실 사상 최대 군사훈련과 공격 우위 신봉자들 그러나 필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난 11월29일 새벽 북한은 화성-15형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즉각 성공 사실을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전한 북한 당국의 성명은 “김정은 동지는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의 성공적 발사를 지켜보시면서 오늘 비로소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긍지 높이 선포했다”였다. 이어 성명은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무기체계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으로 “지난 7월에 시험 발사한 화성-14형보다 전술 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이 훨씬 우월한 무기체계”라고 주장했다. 두 개의 백두산 엔진을 장착하고 연료 탑재량을 증가시켜 전체적으로 미사일의 크기를 늘림으로써 그토록 북한이 집착하는 1만3000㎞ 타격 범위, 즉 ‘미국 전역’이라는 북한식 전쟁 개념의 완결판처럼 느껴진다. 이에 대해 이제 한·미 전문가들은 씁쓸하게 그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우리 국방부는 물론 미국 정부도 미사일의 형상과 크기, 탑재 차량까지 고려할 때 이는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이고, 미국 타격의 가능성은 “이제 구체적인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영근 교수는 “아무리 구소련의 로켓 엔진을 복사한 것이라 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우리보다 확실히 뛰어나다”고 말한다. 미국은 즉각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중국에 촉구하고 한·미·일의 북한 해상 차단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화성-15형의 발사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그간의 의구심을 일소하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데 사실상 성공했다. 이렇게 보면 군사적 압박은 북한에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외려 미국에 가해지는 형국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한층 끌어올린다고 하지만, 거꾸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쪽은 미국이 될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군용기 240여대가 동원되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공중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엔 주한 미 7공군뿐만 아니라 주일 미 5공군 항공기까지 대거 투입됐다. 여기에 참여하는 F-22 6대와 F-35A는 북한 전역의 핵심 표적에 대한 동시타격 능력을 시험했다. 그간 7공군사령부가 주축이 되어 운용하는 유사시 북한 타격을 위한 항공임무계획(pre-ATO)과 달리, 최근 한·미가 새로 수립한 새로운 타격계획(set-ATO)은 미국 전략자산의 추가 투입을 통해 북한 전후방의 표적을 한꺼번에 타격해 단시간 내에 북한을 제압하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정밀 타격으로 북한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군사력을 마비시킨다 하더라도, 한·미의 북한 공격은 북한 군대 110만명의 절반 이상을 몰살시키는 21세기 최고·최대 규모의 대량 화력전이다. 이 지구상에 이렇게 많은 화력이 동원되는 전쟁계획을 수립하는 곳은 오직 한반도밖에 없다. 미사일방어(MD)와 같은 소극적 방어 개념으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다면 대규모 공세 전략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장관 한마디에 군사계획 ‘대혼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역시 한달 안에 북한 전역을 제압할 수 있는 ‘공세적 종심작전’으로 우리 군사전략을 대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한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들조차 “장관의 의지가 너무나 강해서 기존 국방계획을 무리하게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방부 분위기를 전한다. 기존의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와 같은 소극적 안보 개념에서 추진되는 각종 사업을 미루거나 백지화하는 대신, 북한에 대한 대량응징(KMPR) 능력을 갖추는 쪽으로 국방계획을 수정하겠다는 의미다. 워낙 그 전환이 급박하고 파격적인 것이어서 수시로 산하 기관장이나 참모들과 설전을 벌이는 송 장관의 발언은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서릿발이 선다. 북한이 남한 타격용으로 보유한 약 600여기의 스커드 계열 미사일을 방어하는 한국형 요격미사일(M-SAM)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방어무기”라며 사업을 중단시키고 그 재원을 공격무기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우리 군사계획은 공격과 방어의 균형을 도모하는 데 맞춰져 왔다. 한반도 안보에서 공격이 중요하냐 방어가 중요하냐는 마치 직사각형 면적을 구하는 데 가로가 중요하냐 세로가 중요하냐는 것처럼 이상한 논쟁이다. 공격을 가하면서도 그것이 완벽하지만 않다면 25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 주민의 안전을 방어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이 때문에 군사력이란 모름지기 공격력과 방어력을 균형 있게 보유하면서 우리 능력에 맞는 합리적인 최적의 모델을 찾아내는 데 맞춰져야 한다. 얻어맞을 때는 무방비로 얻어맞으면서 오직 때리기만 하겠다는 공격 우위에 대한 과도한 신념은, 다분히 한반도 안보에 대한 절박성과 한국형 억지력의 부실함에서 유래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만하다. 이해는 가되 동의할 수는 없는 신념이다. 이렇게 공격을 신봉하다가 실제 전쟁에서 실패하는 무수한 군사지도자의 사례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 유럽의 군사지도자들은 오직 공격 우위 신봉자들이었다. 독일의 슐리펜 계획, 프랑스의 작전계획 17호가 그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도 미국의 군사지도자는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손쉽게 전쟁에서 이기리라는 착각에 빠졌다. 그 결과는 전쟁에서 이기지도 못하고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는 대규모 참극으로 이어졌다. 21세기에도 그러한 착각은 계속 이어졌다. 2003년 당시 미국의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라크에서 “단 3주 만에 전쟁에서 승리하고 이라크는 안정화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은 이라크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군사적 성공은 군사력에 대한 지식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전쟁도 일종의 문화다. 상대방의 의지와 전략문화, 국가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고 내가 가진 군사력만 제대로 안다고 해서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이런 착각에서 북한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2003년 4월, 미국 해병 3연대 소속 대원들이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로 들어가는 다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투에서 숨진 동료들을 후송하는 모습. 당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단 3주 만에 승리할 것”이라 호언장담한 바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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