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이 지난해 12월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수정명령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제공
참교육학부모회 박범이 회장
몇몇 단체가 얼마나 압력 넣겠나
많은 분들이 상식에 동의한 결과
대부분 학교가 교학사 채택 안해
왜 선정 당시 외압은 외면하고
학운위 개최 조작도 조사 안하나
몇몇 단체가 얼마나 압력 넣겠나
많은 분들이 상식에 동의한 결과
대부분 학교가 교학사 채택 안해
왜 선정 당시 외압은 외면하고
학운위 개최 조작도 조사 안하나
교육부는 8일 한국사 교과서 선정을 변경한 20개 고등학교에 대한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부모·학생 등 교육 주체들의 문제제기를 ‘외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 반대 활동을 해온 박범이(50)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교육부의 특별조사가 오히려 외압”이라고 맞섰다.
박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각 학교의 교과서가 바뀐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여러 교육 주체의 의견을 고려한 것이었다.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 특별조사까지 벌인 것은 교육부가 앞장서서 ‘왜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하지 않았냐’고 학교에 압력을 넣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교육부 특별조사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경기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실명으로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대해 ‘누군가의 외압을 받는 교장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 타협 아닌 타협을 하게 돼 부끄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처럼 확실한 외압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 또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지 않거나 연 것처럼 조작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교육부가 조사에 나섰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가 특정 세력의 외압이었다면 이처럼 광범위한 교과서 변경이 있었겠냐고 물었다. 박 회장은 “지난해부터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교학사 교과서에 반대할 줄은 몰랐다. 몇몇 단체가 얼마나 많은 학교에 압력을 넣을 수 있겠나. 많은 분들이 ‘상식’에 동의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학사 역사 교과서 반대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라고 박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 진통을 겪어가며 우리 사회가 합의해온 일제시대와 광주민주항쟁 등에 대한 평가를 아무 근거 없이 바꾸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이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를 정치공세로 몰고 가는 것이 오히려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박 회장은 “새누리당은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하면 좌익·종북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북침이라고 하는 교과서는 없다. 모든 교과서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모두 다룬다”며 좌파 교과서 논란이 실체 없이 과장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역사 교과서 채택 문제가 매년 거듭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식민지화를 정당화한) 일본의 후소사 역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싸움도 금방 끝나지 않았습니다. 채택 비율이 작아도 반대 활동은 계속 이뤄졌죠. 교학사 교과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은 물론 학교장과 이사장까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에 동의하는 것을 보고 희망을 얻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에 성실하게 임하고, 아이들을 위한 역사 교육의 ‘상식’을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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