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의원, 경찰 자료 공개…테이저건 24대도 준비
경찰 “테이저건 현장에 가져갔으나 사용 안해” 해명
경찰 “테이저건 현장에 가져갔으나 사용 안해” 해명
경찰이 지난 22일 전국철도노조 지도부 연행을 위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을 시도하면서 캡사이신 성분의 최루액을 대량으로 살포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경찰이 수색영장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강제 진입을 한 데 대한 각계각층의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량의 최루액 사용 사실까지 드러나 공권력 과잉 행사 논란이 더 커지게 됐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이 경찰로부터 보고받은 ‘철도노조 영장 집행 관련 대책’(관련 대책) 등의 문서를 보면, 22일 하루 경찰이 사용한 최루액은 총 127ℓ로, 평소의 한달 평균 사용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경찰이 올해 1~9월 동안 사용한 최루액은 총 1241ℓ다. 한달 동안 사용할 최루액을 하루 만에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쏟아부은 것이다.
경찰은 ‘관련 대책’을 통해 “캡사이신은 폭력시위 용품 사용, 경력(경찰력) 폭언 등 묵과할 수 없는 불법 행위시 총경급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선사용·후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강제 진입 당일 경찰은 조합원과 시민 등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최루액을 분사했다.
당시 항의집회에 참가했던 홍아무개(30)씨는 “경찰이 무분별하게 최루액을 뿌려 위험한 상황이 여러번 생길 뻔했다. 특히 건물 1층 로비에는 많은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경찰이 거기에 최루액을 바로 뿌렸다. 최루액을 맞으면 호흡 곤란이 오고 정신을 차릴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끼리 엉켜 깔리는 등의 사고도 벌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 물품으로 테이저건 24대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테이저건은 5만V의 전압을 이용해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전기충격기로,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에서는 ‘준살상무기’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캡사이신 최루액은 안전성이 검증됐다. 최루탄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위험성도 적다. 테이저건은 당시 건물 안에 쇠파이프 등이 있다는 첩보가 있어 가져갔으나 사용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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