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왜 그런지 모르겠어. 엄마를 생각하면 항상 울컥 올라오는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세상에 많은 엄마가 있지만 우리 엄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 초등학교 다닐 땐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맛있는 간식을 해주고, 비 오는 날 교문 앞에 우산 들고 서 있는 엄마를 둔 친구들이 가장 부러웠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별것 아닌 일인데, 왜 그런 게 엄마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어. 일요일에도 일을 하는 엄마를 보면서 야속하기도 했지. 그 어린 나이에도 갈라지는 손에 항상 밴드를 붙이던 엄마가 가여워서 참 슬펐어. 나한테 엄마는 어릴 때부터 그런 존재였어. 나와 오빠, 가정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강한 엄마. 그런데 자꾸만 이유 없이 엄마를 생각하면 웃음보다 눈물이 나.
고집 세고 사고뭉치였던 내가 벌써 23살 대학 졸업반 나이가 됐고 엄마는 이제 두달에 한번씩 꼭 검은색으로 염색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네. 시간 참 빠르다. 엄마는 항상 그대로일 것 같았는데 바쁜 것만 그대로지, 맞춤법도 틀리고 가스레인지에 물 올려놓은 걸 까먹고 텔레비전만 보고 있는 엄마를 보면 흘러간 세월을 끌고 오고 싶다. 오빠는 남자니까 친구 집에서 자거나 군대에 가 떨어져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았는데, 내가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떨어져 사니까 이상하지? 주말에 집에 가도 친구들 만나 노느라 정작 엄마랑 있는 시간이 많지도 않고.
한번은 엄마가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내가 라디오 사연 당첨으로 받은 만두 쪄 먹은 날이 있었지. 엄마가 ‘우리 딸 덕분에 이런 것도 먹어보고 엄마 호강한다’고 했을 때 차오르는 눈물 참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모르지? 친구들이랑은 만두보다 더 비싸고 맛있는 거 많이 먹으러 다니는데, 엄마랑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어. 기차 타는 곳까지 바래다주고 멀리서 계속 손 흔들고 있는 엄마를 보면서 기차 안에서 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만원짜리 티셔츠 한장을 몇년씩 입으면서 나한테는 뭐든지 아끼지 않는 엄마. 항상 고마워요. 앞으로 엄마한테 더 많이 표현하고 내 할 일도 열심히 잘해서 좋은 직장 다니면서 엄마 더 행복하게 해줄게.
아프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건강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나랑 여행도 가고 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으니까. 윤회사상을 믿지는 않지만 우리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드라마 속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으로 다시 만나자 꼭. 그때 다시 만나면 내가 받은 사랑 고스란히 돌려줄게. 사랑해요 엄마.
엄마가 아픈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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