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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위들 보게나

등록 2013-07-26 19:40수정 2015-02-09 17:23

[토요판/가족] 가족관계 증명서
본 기사는 2013년 7월 26일에 등록된 기사로 ‘2015년 명량 설날 사용설명서’ 특집으로 재편집하여 소개합니다

ㅎ서방·ㅇ서방·ㅂ서방, 잘 지내고 있는가? 매번 자네들을 볼 때마다 “내 딸과 살아주느라 수고한다”고 인사하는 장모일세. 오늘은 자네들에게 그동안의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특별히 이렇게 편지를 쓰네.

먼저 첫째 사위. 자네가 결혼을 승낙해달라며 찾아왔던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네. 땀을 뻘뻘 흘리며 장인, 장모와 눈도 제대로 못 맞추던 자네 아닌가. 그때 우리가 “우리 집은 (딸을) 한번 데려가면, 반품도 애프터서비스도 없으니 판단을 잘해야 되네. 불량품인지 여부는 따져봤는가?”라고 물었던 것 기억하나? 자네는 “따님을 제게 주신다면 평생…” 어쩌고 하면서 동문서답을 했지.

결혼 6년 만에 둘이 첫 부부싸움을 했던 때가 기억나는구먼. 딸년이 분에 받쳐서 “남편이 때렸다”고 나한테 울며 전화를 했지. 내가 그때 뭐라고 했는 줄 아나? “거짓말하고 있네. 니가 때렸겠지. 말이 되냐? 끊어!” 나는 그만큼 자네의 인격을 믿었네. 아니나 다를까 딸년이 자네를 때리겠다고 달려들다 혼자 넘어져 울고불고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럼 그렇지” 했네.

둘째 사위. 사실 내가 세 사위들 중 가장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자네일세. 세 딸이 모두 성격이 보통은 넘지만, 둘째 딸년의 성격으로 말하면 어릴 때부터 부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네. 솔직히 저 성격에 결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네. 내가 “너는 평생 혼자 살아라. 결혼하면 한 남자의 인생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이다”라며 악담을 퍼부은 적도 있었지.

결혼 승낙을 받으러 온 자리에서 “우리 둘째 어디가 그리 좋나? 성격도 못됐는데?” 했을 때 “저는 착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절대 착한 척 안 하는 솔직함이 좋습니다”라던 대답을 듣고 장인도 흔쾌히 결혼을 허락했지. 자네 장인이 그러더구먼. “내 딸의 단점을 장점으로 봐주는 녀석이 사위감으로 제격”이라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지. 바쁜 직장을 다니는 탓에 밥은커녕 설거지, 청소 등 아무것도 못하는 마누라 때문에 주말마다 집안일을 하고, 틈만 나면 전신마사지를 해준다는 말을 듣고 내가 기뻐서 혼자 화장실에서 울었네. 그래도 너무 잘해주진 말게. 내가 “남편 부리지 말고 가사도우미 부르라”고 하자 딸애가 “남편 있는데, 뭐하러 돈을 써?”라고 대답하는 걸 들으니 친엄마인 나도 한대 쥐어박고 싶더구먼.

막내 사위. 좋은 대학에 좋은 회사 다니는데도 홀어머니에 집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내가 자네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 세 딸 중 제일 예쁘고 심성도 착한 막내가 좀더 편한 결혼생활을 하길 바랐기 때문이지. 하지만 시시때때로 꽃과 손편지를 건네는 다정함과 일요일 아침 손수 요리를 하는 자상함을 지닌 자네를 보고 내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했네. 게다가 다른 두 사위도 딱 세마디 이상은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장인과 30분씩 통화를 하는 자네를 보고 너무 놀랐네. 장인이 자네를 제일 귀여워하는 이유도 바로 자네의 그런 싹싹함 덕분 아니겠나. 앞으로도 내 딸을 지금처럼만 사랑해주게.

이렇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나니, 내 철없는 딸들과 살아주는 자네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고마울 뿐이네. 염치없지만 앞으로도 평생 내 딸들이랑 살아주는 수고를 감당해주게. 그리고 딸년들이 속 썩이면 언제든 내게 전화하게. 자네들 마음을 이해해줄 사람이 나밖에 더 있겠는가? 이 집안 사람들과 살아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통이 있다는 걸, 우리 네 사람은 알고 있지 않나.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 내 지금 기르고 있는 토종 씨암탉을 잡아 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네. 조만간 한번씩 들르게.

자네들의 장모가 감사를 담아서…


▶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사진과 함께 편지(원고지 6장 분량)로 적어 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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