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국가공무원 면접시험 수험생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컨벤션센터에서 면접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률 70% 로드맵’ 차원에서 무기계약직 형태의 시간제 공무원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0년 시행한 동대문구·송파구 사례 보니
송파구 4년간 54명 전환 그쳐
새로 뽑은 비정규직도 4명뿐
임금손실·숙련도 저하 ‘걸림돌’
“정규직-시간제 순환 정착부터”
송파구 4년간 54명 전환 그쳐
새로 뽑은 비정규직도 4명뿐
임금손실·숙련도 저하 ‘걸림돌’
“정규직-시간제 순환 정착부터”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2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가 추진하는) 시간제 일자리가 또다른 비정규직 일자리라는 의견이 있지만 그건 아니다. 선진국엔 정규직 파트타임도 많다”고 밝혔다. 시간제 일자리 중심의 고용률 제고를 공공부문이 선도하며 ‘시간제=하위 비정규직’이란 인식을 개선해 민간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정규직 시간제’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정부 안에선 ‘전일제의 시간제 전환’과 ‘시간제 정규직의 신규 채용’ 두 방식이 제기된다. 영국이 두 방식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규직 시간제’의 불명확성, 전일제와 시간제 공무원 사이의 부조화, 공직기강 해이 등의 문제를 염려한다.
■ ‘시간제 공무원’ 신청 1명 2010년 서울 동대문구와 송파구가 공무원의 시간제 근무제를 시도했다. 전국 최초다. 이명박 정부의 ‘유연근무제’ 확대 시책에 부응한 조처로 ‘정규직 시간제 공무원’이 탄생한 셈이다. 전일제 공무원이 6개월~1년 단위로 하루 3~8시간, 주 15~35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시행에 앞서 동대문구 직원 131명, 송파구 64명이 ‘희망 의사’를 밝혔다. 막상 신청자는 동대문구 1명, 송파구 5명이었다. 송파구는 2010년 전체 13명, 2011년 27명이 ‘시간제 공무원’으로 일하며 전일제 직원 봉급의 절반(140만9220원)을 받고 육아, 자기계발 등을 병행했다. 그마저도 2012년 10명, 올해 4명(5월 현재, 전체 직원 1416명)으로 줄었다. 이를 통해 신규 채용된 시간제 비정규직 직원은 3년간 7명인데, 현재 4명이 재직중이다.
송파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시행 4년째 겉도는 모양새다. 구가 올해 초 내놓은 ‘유연근무제 분석자료’를 보면, 노동자에겐 임금 손실과 동료들에게 업무를 전가해야 하는 부담, 관리자에겐 노동의 질적 저하 등이 대표적 한계로 진단됐다.
■ 순환제·균등처우 등 전제돼야 동대문구 사례를 분석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사 불이익, 차별 등에 대한 우려가 커 신청자가 적었다”고 말했다. 해당 자치구에선 평이한 업무만 4시간 하는 시간제와 과중·초과근무에 노출된 정규직 사이의 긴장도 걸림돌이었다. 시간제 정규직이 아예 신규 채용될 경우 전일제와의 차별 및 불화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송파구가 시간제 근로제 활성화 방안으로 △전일제의 70% 수준 임금보전 △시간제 경력에 대한 불이익 해소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 조성 등을 내놓은 이유다. 전국공무원노조의 윤선문 정책실장은 “비정규직이 늘면서 차별도 심화된다. 무기계약직이나 시간제 계약직처럼 고용과 공무원연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실 공무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별의 기준점이 명확하다는 얘기다.
영국은 정규직 시간제 공무원이 중앙정부 직원의 20.8%, 지방정부의 42.4%(2010년)를 차지한다. 시간제가 단순, 말단, 대체 직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앙정부 고위관료의 7.4%, 중간간부 및 전문직의 17.2%도 시간제 공무원이다. 전일제 공무원에 견줘 균등 처우, 업무실적에 따른 보상제도가 밑바탕이 되어 차별 논란이 적다. 배규식 연구위원은 “시간제 공무원을 채용하면, 결국 전일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할 것이다. 공공영역의 시간제 일자리가 성공하려면 정규직 공무원을 채용해 시간제로 순환시키는 방식이 우선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시간제 공무원 규모도 모르는 정부 정부는 시간제 공무원 제도에 주력하지만, 안전행정부는 기존 시간제 직원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한겨레>가 지난 23일 안전행정부에 ‘중앙정부의 시간제 공무원 내역’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담당자는 “몇 명이 어느 부처에 채용돼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언론 등에서 거론되는) 4000여명이란 숫자의 출처도 모른다”고 답했다. 인사 주무부처가 기존 시간제 공무원 운용에 관한 분석은커녕 실태도 모르는 가운데 교사·연구직·정보통신 등에 시간제 근로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영국의 초등·중학교 교사 가운데 정규직 시간제가 22%를 차지하고, 네덜란드에선 의사·간호사직 등에도 정규직 시간제가 진출해 있긴 하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시간제가 확산되려면 전일제와 고용조건 차별이 없고, 그 일자리를 원하는 노동자가 있어야 하는데 상시성을 강조하는 한국 공직사회에서 시간제로 적합한 공공영역이 얼마나 있을지 회의적이다. 이 때문에 시간제 공무직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은 아닌데, 전시효과만 기대한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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