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시간제 일자리’ 현실은
“10시간씩 주5일 일해야 월90만원
결국 사람 싸게 부리려는 것”
“정부기준 시간제 운영 비용 늘어
어떤 기업이 도입하려 하겠나”
“10시간씩 주5일 일해야 월90만원
결국 사람 싸게 부리려는 것”
“정부기준 시간제 운영 비용 늘어
어떤 기업이 도입하려 하겠나”
휴학생 이철민(가명·23)씨는 최근 1년 새 편의점과 중소기업 두 곳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경험했다. 이씨는 처음 일한 편의점과 근로계약서 따위를 작성하지 않았다. “근로계약도 없는데 4대 보험이 어딨어요?”라고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일했는데, 시급이 최저임금(2012년 4580원) 미만인 4000원이었다. 이씨는 “항의할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루 10시간씩 주 5일을 밤을 새워 일해도 한 달에 받는 돈이 80만~90만원 사이였다.
몇 달 뒤 이번에는 한 출판대행업체에서 회사 블로그 관리 업무를 했다. 하루 8시간을 넘지 않도록 일해 한 달에 급여가 80만원이었다. 회사는 자신이 하루에 몇 시간 일했는지 꼭 점검해 임금에 반영했다. “시간을 채워야 하니까 노동시간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일하게 되더라고요.”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이씨는 새로운 시간제 일자리를 구했다. 용역업체를 거쳐 서울의 한 지자체에 파견돼 문서 정리 일을 하는데, 난생처음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근로계약서를 썼다. 업체에선 “4대 보험에 가입할 거냐”고 물었는데 임금이 줄어드는 게 싫어 가입하지 않았다. 이씨는 “대통령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린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시간제 일자리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스스로 4대 보험을 거부할 정도로 열악한 것을 모르는 거 같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정부는 ‘시간제 정규직’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말하는 ‘시간제 정규직’이 민간 부문으로 파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 기준에 따라 시간제 일자리를 운영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드는데 어떤 기업이 도입하겠냐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박성식 부대변인은 “북유럽 선진국은 시간제 정규직을 도입할 만한 문화적·경제적 토양이 있다. 노동자를 싸게만 부리려는 한국의 기업문화에선 정착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단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는 노동자의 상황부터가 다르다. 2008년 노동부 조사에선 ‘시간제 일자리를 왜 선택하냐’는 질문에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응답이 32.3%에 불과했다. ‘대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는 응답이 67.7%에 달했다. 이에 반해 영국은 ‘전일제 일자리를 원치 않아서 시간제 노동을 택했다’는 응답이 68.4%에 달했다고 한국노동연구원(2010년 자료)은 지적했다.
시간제 일자리가 반듯해질 수 있는 운영 시스템도 없다.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 ‘자율근무 교대표 제도’가 컴퓨터 시스템으로 완전히 정착했다. 노동자가 자신의 근무 스케줄만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근무의 연속성이 끊기지 않도록 근무표가 짜이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할 제도적 고민도 빠져 있다. 유럽연합은 1997년 ‘단시간 근로에 대한 기본 협약’을 체결해 시간제 노동자에 대한 차별 금지와 노동의 질 향상을 명문화했다. 이 협약에 따라 유럽연합 가입국은 ‘새로운 노동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보호제도를 개발하고 시간제 노동자들을 적절하게 보호해야 한다. 또 이 협약을 근거로 각종 임금 및 복지 비용을 산정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실제 이 협약 뒤에 유럽에서 시간제 노동자 비율이 급속히 증가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현재 한국의 상황에선 어떤 기업이나 노동자도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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