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두환 추징 어떻게 했나
김석원에 맡긴 65억 석연찮은 수사중단
딸 전효선에 증여된 땅 조사도 미적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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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고액 추징금 미납자’에게 관대했다. 1000만원 이상 고액 추징금을 선고받은 사건 가운데 건수 기준 25%, 금액 기준 15%만 집행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대검찰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0년 이후 1000만원 이상 고액 추징금을 선고받은 사건은 6860건, 추징금 총액은 9544억원이다. 1724건(25%)이 집행돼 1425억원(15%)을 회수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추징금 2205억원에 미납금 1672억원으로, 고액 추징금 미납자 3위다.(표 참조) 1위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2002년 추징금 23조30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대우그룹이 망해 돈이 없다는 이유로 22조9460억원을 안 내고 있다. 2위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김종은 전 ㈜신아원 대표로, 1999년 추징금 1964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역시 신동아그룹의 부도로 돈이 없다며 2억원만 납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6년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은 뒤 모두 18회에 걸쳐 채권추심, 자진납부 등을 통해 미납액을 줄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추징 시효 완성일은 2000년 4월16일에서 2013년 10월10일까지 연장됐다. 추징금 2398억여원 가운데 231억원을 남기고 모두 납부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12회에 걸쳐 봉급압류, 채권추심 등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추징 시효가 2000년 4월16일에서 2016년 4월24일로 늘어났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21일 전 전 대통령을 포함해 고액 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징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런 저조한 집행 실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업보’를 생각하면 채 총장의 발언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검찰의 수사와 법집행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자주 느슨해졌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6년 전 전 대통령 내란죄 수사 때 검찰은 비자금도 함께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쌍용그룹 본사에서 전 전 대통령이 맡겨둔 비자금 65억원을 발견해 압수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수사 중단 지시가 내려졌다. 당시 검사로 수사를 이끌던 김용철 변호사는 갑자기 지방검찰청으로 발령받았고, 김석원 전 회장은 기소되거나 추가 수사를 받지 않았다. 훗날 김 변호사는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상부의 수사 중단 지시를 거스르고 (비자금이 담긴) 사과상자를 찾아낸 일로 나는 ‘다루기 힘든 검사’로 찍혔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한겨레21> 단독보도로, 과거 이순자씨 소유 의혹이 일었던 토지가 딸 전효선씨에게 증여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검찰은 조사에 소극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보도 직후인 지난해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토지에 대한 추궁이 나오자 권재진 당시 법무부 장관은 “그 문제는 지금 사실관계와 법률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차명재산이라는 점이 확인되면 미납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검찰은 권 전 장관 답변대로 이 토지를 조사했거나 조사할 예정인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고액 미납자에게서 돈을 받아내면 집행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지방청별로 사건별 특별 대책을 검토한 뒤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원철 고나무 기자 wonchul@hani.co.kr
‘29만원 전두환’의 은닉 재산을 찾아라 [한겨레 캐스트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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