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관한 ‘비밀보고서’가 존재한다. 전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49)씨의 조세포탈 사건에 대한 2004년 검찰 수사기록이다. 당시 수사기록에는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인 ‘전두환 비자금’의 비밀이 모두 담겨있다.

<한겨레>는 20일 서울중앙지검에 “2004년 전재용씨 조세포탈 사건 검찰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를 청구한다. 당시 검찰은 전재용씨가 소유한 채권의 자금원이 아버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계좌라고 결론내렸다. <한겨레>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2004년 검찰 수사기록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수사기록에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관한 많은 정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재용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조세포탈) 혐의로 2004년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자금추적을 통해 전씨가 소유한 액면가 73억5500만원 규모의 채권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고 판단했다. 전씨는 자신이 1987년에 받은 결혼축의금을 외할아버지(전 전 대통령 장인)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이 불려서 되돌려준 돈이라고 주장했다. 거짓말이었다. 2007년 6월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판결로 전재용씨에게 징역 2년6월과 벌금 33억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다만 1·2·3심을 거치면서 애초 검찰이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이라고 판단한 채권 가운데 일부는 비자금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한명숙 전 총리를 변호했던 유재만 변호사가 당시 수사 검사였다.

<한겨레>는 언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에 나선다. 2004년 수사기록에는 비자금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것을 도운 ‘조력자’들의 정보가 담겨있다. 공익적 보도의 대상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경찰서가 잡았다 풀어줘 논란을 빚은 전 전 대통령 조카 조일천(56)씨의 진술 내용,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62)씨의 부인이자 ‘공아줌마’(5공화국의 자금을 관리한다는 뜻으로 붙여진 별명), ‘5공녀’로 불리는 홍정녀씨의 진술 내용 등도 담겨있다. 둘다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대형 은행 지점에 어떻게 차명계좌가 개설됐는지에 대한 정보도 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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