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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버릇없는 강아지 스파르타식 예절교육 시키면…

등록 2013-03-15 20:59수정 2017-08-11 11:32

13일 서울 청담동 이리온동물병원에서 전찬한 이사가 오른손에 간식, 왼손에 클리커를 들고 그의 개 ‘필립’(갈색 토이푸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클리커는 ‘딸깍’ 소리를 내는 간단한 도구로, 개가 잘했다는 신호를 간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13일 서울 청담동 이리온동물병원에서 전찬한 이사가 오른손에 간식, 왼손에 클리커를 들고 그의 개 ‘필립’(갈색 토이푸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클리커는 ‘딸깍’ 소리를 내는 간단한 도구로, 개가 잘했다는 신호를 간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생명/강아지 예절교육 현장
딸깍! 말썽꾸러기 개야, 개과천선해다오
▶ 강아지에게도 예절교육이 필요합니다.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고 이웃 개들과도 만나야 하니까요. 사람도 그렇듯 강아지도 말썽꾸러기가 있습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고쳐지지 않을 때 시골의 ‘반려견 훈련소’에 입소시키기도 합니다. 개과천선해서 돌아오기도 하지만 주눅 들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강아지 예절교육의 대세는 스파르타식보다는 아테네식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강아지와 대화의 창을 여는 클리커를 소개합니다.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목 조이는 ‘초크체인’과
귀 자극하는 ‘트레이닝 디스크’
개는 괴롭고 교육효과도 짧아

채찍보다 당근요법이 바람직
사람의 지시를 잘 따랐을 때
‘클리커’를 눌러서 딸깍 신호음
동시에 간식으로 보상해주기
그것을 반복훈련 하다 보면
개는 절로 착한 행동을 깨친다

말썽꾸러기 강아지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으르렁대 이웃을 놀라게 한다. 산책을 나가도 말썽이다. 다른 강아지는 낯선 사람을 반갑게 맞고 이웃 개와도 인사를 주고받는데, 말썽꾸러기 강아지는 멍멍 짖거나 뒤로 숨는다. 왜일까? 예절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도 ‘사회적 존재’다. 적절한 사회화 교육이 필요하다. 먼저 집안 가족과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밖에서는 자신을 쓰다듬는 낯선 사람을 대해야 하고,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는 다른 개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집안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방안퉁수’ 개는 밖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예절교육은 기본 지시를 따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름에 반응하기’ ‘앉기’ ‘엎드리기’ ‘기다리기’ 등이다. 개에게 재주를 부리라는 게 아니다. 필요할 때 개를 부르고 딴짓을 할 때 주의를 집중시키는 용도다. 개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 능력인 셈이다.

이런 교육은 집에서 약간의 간식을 주면서 가능하다. 헤어드라이기를 켰을 때, 자동차를 타고 갈 때, 대형견이나 모자 쓴 사람을 만났을 때 등 다양한 환경에서도 놀라지 않고 적응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가장 좋은 시기는 태어난 지 3주 뒤부터 12주까지다. 6개월이 넘으면 호기심이 줄어들어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개를 길들이는 도구로 ‘초크체인’이 유행하고 있다. ‘5분 만에 착한 강아지 만들기’라는 광고로 인터넷쇼핑몰에서 팔리기도 한다. 초크체인은 금속성의 목조임 기구다. 개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람이 초크체인을 잡아당기면 개는 목에 짧은 질식감을 느끼면서 행동을 멈추게 된다.

트레이닝 디스크라는 것도 있다. 개가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경우 트레이닝 디스크를 던지면 ‘쨍그랑’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청각에 민감한 개에게 충격을 일으켜 문제 행동을 방지한다. 자주 짖는 개에게는 짖음 방지 목걸이도 사용된다. 전기자극기, 스프레이 등을 개에 목에 매다는 방식인데, 개가 짖을 때 미세한 전류가 흐르거나 불쾌한 향기가 나서 짖는 것을 막는다.

이들 도구는 심리적 기제 가운데 ‘부정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에 기대어 있다. 개에게 불쾌한 결과를 회피하게 함으로써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원리다. 부정적 강화 교육의 대명사는 단연 초크체인이다. 끔찍한 고통을 떠올리면서 개는 점점 그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잘못 사용하면 목 기관에 손상을 주기도 하지만, 일부 합숙훈련소의 ‘복종 교육’ 때 사용되고 있다. 초크체인 반대론도 나오고 있다. 공포와 고통을 야기한다는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교육 효과 또한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제견’들이 훈련소에 입소해 적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이상 훈련을 받고 돌아오지만 얼마 되지 않아 말썽을 피우곤 한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람에게 받은 교육은 정작 집에 돌아와서는 응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크체인이 부정적 강화에 기대어 있다면, ‘클리커’는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도구다. 사람이 손에 쥐고 누르면 ‘딸깍’ 소리가 나는 간단한 도구다. 서울 청담동 이리온동물병원에서 동물 예절교육을 담당하는 전찬한 교육이사도 약 20년 전부터 클리커를 사용하고 있다.

“군대에서 군견을 훈련시켰는데 초크체인을 썼지요. 강압적인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외국에 갔는데 다른 걸 쓰고 있는 거예요. 시각장애인 안내견 교육을 맡으면서 점차 초크체인에서 클리커로 바꾸기 시작했지요.”

13일 이 병원에서 운영하는 ‘강아지 유치원’에 전찬한 이사가 자신의 6살 된 수컷 토이푸들 ‘필립’을 데려왔다. 전 이사가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려 노는 필립을 불러 클리커 사용 방법을 알려줬다.

“사람의 언어를 개는 잘 알아들을 수 없어요. 이를테면 ‘잘했다’는 표현도 여러 개인데다 똑같은 문장도 억양이 다를 수 있죠. 그래서 개가 잘했을 때 언어적 표현 대신 클리커를 눌러 ‘딸깍’ 소리를 내는 겁니다. 좀더 명료한 신호를 주는 거죠.”

“앉아!” 전 이사가 필립에게 말했다. 뚜렷하고 절도가 있어야 개가 알아듣기 쉽다. 필립은 이내 뒷다리를 구부리고 전 이사를 쳐다봤다. 동시에 전 이사는 클리커를 눌러 ‘딸깍’ 소리를 냈다. 이어 “옳지” 하면서 손에 쥔 간식을 내밀었다.

딸깍 소리는 간결한 ‘보상신호’이고, 간식은 ‘보상물’이다. 딸깍 소리로 인해 강아지는 사람의 뜻을 간명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행동이 예의 바른 것임을 깨닫게 된다. 클리커는 개의 행동이 성공하는 동시에 눌러져야 한다. 늦어질수록 개는 딸깍 소리가 무엇 때문인지 몰라 헷갈릴 수 있다. 나중에는 클리커나 간식 없이도 개는 사람 말을 알아듣고 따른다.

“개는 사람과 달라요. 문제 행동을 했을 때도 2~3초 안에 메시지를 줘야 합니다. 이를테면 화장실 훈련이 잘 안된 개를 집에 놔 두고 나갔다 돌아왔는데, 개가 방 한가운데 똥을 누었다고 쳐요. 뒤늦게 개를 체벌해봐야 효과가 없습니다. 단순히 똥을 누었기 때문에 혼나는 건지, 지정 장소에 똥을 누지 않아서 혼나는 건지 개가 모르거든요. 이런 체벌이 반복되면 개는 똥을 누고 구석에 가서 숨어 있어요. 개가 잘못을 뉘우쳤다고 사람은 착각하지만, 사실 개로선 순간을 모면한 것에 불과한 건데….”

자신의 똥을 먹는 ‘식분증’도 인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개의 ‘오해’에서 발생하곤 한다. 똥을 제자리에 누지 않아 심하게 체벌을 당한 개는 똥을 눈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럼, 개는 어떻게 할까? 더이상의 공포와 굴욕이 무서워 똥을 먹어 없애기 시작한다.

전 이사는 “벌은 엄격한 요건에서 주어질 때에만 효과가 있다. 체벌보다는 칭찬의 효과가 크다. 개가 가구를 물어뜯고 있을 때, 즉시 불러서 지정 장소에 있게 하고 그곳에서 씹어도 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람도 개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이리온동물병원 등 동물병원뿐만 아니라 한국반려동물문화봉사단(KSHAB) 등 민간단체에서도 가족과 반려견 대상의 예절교육과 클리커 사용 교육을 진행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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