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자매가 함께한 첫 외국 나들이. 언니(맨 왼쪽)도 밝게 웃고 있네요.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언니야, 잘 이겨내고 있지? 이렇게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지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네. 자꾸자꾸 확인하고 물어보고 싶지만 너무 내색하면 부담스러울까봐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
암 진단 받고 허겁지겁 수술하고, 무사히 항암 1차 마치고 정상 컨디션으로 2차 항암치료 준비를 하는 언니를 보면서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모르겠어. 하늘에 원망하던 마음도, 그동안의 생활에 대한 후회나 반성의 말도 다 잊은 채 그냥 지금 이 상태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뿐이야.
사실 처음 진단받고선 ‘설마 아니겠지. 그냥 혹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어. 종양이라는 말을 듣고는 ‘그래도 제발 초기였음 좋겠다’고 빌고 또 빌었지. 막상 병기가 나오고 나니 ‘6차 항암 스케줄이나 제 날짜에 잘 마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 버텨주는 언니를 보면서 지난 몇 달이 먼 옛날처럼 느껴져. 그땐 언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곤 했는데 말이야.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만이 마음에 위로가 되지만 이렇게 잘 이겨내는 언니를 보면서 ‘우리 모두의 간절함이 기적을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물론 지현이와 서영이에 대한 언니의 애잔함이 투병 의지를 더 갖게 했겠지만 말이야.
언니야, 이때 기억나지? 처음으로 우리 다섯 자매가 해외여행 갔던 때잖아. 냉장고에 붙어 있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이때가 참 그립고 슬퍼진다. 몇 년 뒤에 우리 가족에게 이런 시련이 닥쳐올지도 모르고 그땐 참 한없이 행복했는데 말이야. 웃는 모습을 보면 그리운 마음에 눈물이 나. 또 이런 날이 올까 싶어서…. 물론 그런 날은 꼭 오겠지만 말이야. ^^
산티아고로 도보여행 간다고 붓기 시작한 적금이 만기가 되려면 아직 조금 많이 남았으니 그때까지만 아프고 꼭 같이 산티아고에 가자. 지금 이렇게 힘들었던 기억들을 웃으며 추억으로 얘기하면서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언니야 조금만 힘을 내!!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지금 당장 힘들고 불행한 것 같아도 긴 인생길을 돌아보면 화가 복이 되었다고 생각할 날이 올 거라 믿어. 그때 웃으면서 지금을 회상할 수 있도록, 언니야, 기운 내서 항암치료 잘 받고 와. 언니는 우리 모두에게 너무 특별한 사람이잖아.
동생 은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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