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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당신 눈에 독성물질 바르고 참으라 한다면?

등록 2013-02-01 15:18수정 2017-08-11 11:00

국내에서 한해 약 147만마리의 실험동물이 동물실험으로 사라진다. 국내의 한 연구기관에서 토끼와 마우스 등 실험동물이 동물실험을 기다리고 있다.(왼쪽부터) 원숭이 등 영장류를 이용한 실험(오른쪽)에도 2011년 1698마리가 희생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국내에서 한해 약 147만마리의 실험동물이 동물실험으로 사라진다. 국내의 한 연구기관에서 토끼와 마우스 등 실험동물이 동물실험을 기다리고 있다.(왼쪽부터) 원숭이 등 영장류를 이용한 실험(오른쪽)에도 2011년 1698마리가 희생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생명/
화장품 실험동물의 눈물
일년 동안 지구에서 1억마리의 실험동물이 사라진다. 국내에서는 2011년 166만마리의 실험동물이 희생됐다.

지난 29일 국회에서는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녹색당이 연 실험동물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신승철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약대 동물실험윤리위원)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겪은 동물실험 실태를 소개했다.

“동물실험윤리위원이 돼 처음 본 게 경추탈골이었죠. 동물실험이 끝나 용도폐기 된 쥐들은 허리를 부러뜨려 죽이는 겁니다.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법이지만, 동물에게는 최악의 고통을 줍니다. 그 좁은 공간에서 쥐들은 깔짚(동물 우리의 바닥에 까는 짚이나 톱밥)을 이리저리 옮기고 놀았어요. 마치 어린아이들이 이불놀이를 하듯이요. 윤리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해 깔짚도 두껍게 깔아줬고 (안락사용) 가스시설을 도입했습니다.”

정부가 기관·업체별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 한 게 2007년이다. 국내 동물실험에 대한 규제는 초보 단계라 할 수 있다. 2011년 농림수산검역본부가 집계한 기관·업체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동물실험에 가장 많이 동원된 동물은 마우스와 래트(둘 다 쥐의 일종) 등 설치류였다. 한해 146만8539마리가 사용돼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토끼는 4만1659마리(2.5%), 개·고양이·돼지 등 기타 포유류는 2만4963마리(1.5%)였으며, 조류인플루엔자와 관련해 새 8만4787마리(5%)가 실험에 사용됐다. 원숭이를 포함한 영장류도 한해 1698마리(0.1%)가 동물실험으로 죽어갔다.

동물실험은 필요할까? 찬반 양론이 있다. 찬성 쪽은 질병 예방 등 인간에 대한 이익이 동물의 고통보다 앞선다고 주장한다. 동물의 고통을 중시하는 반대쪽은 입덧방지제로 팔렸다가 기형아 출산의 원인을 제공한 탈리도마이드 사태에서 보듯 동물실험의 효과가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동물보호단체라고 해서 동물실험의 즉각 중단을 주장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HSI)의 트로이 세이들 독성연구국장은 지난 29일 토론회에 나와 “단기적으로는 3아르(3R·동물실험 자제, 고통의 감소, 다른 실험으로 대체) 법칙을 적용해 피해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동물실험을 다른 방식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는 화장품 생산을 위한 동물실험부터 우선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질병 치료나 예방 등 다른 동물실험의 목적에 비해 화장품 동물실험은 실험을 위한 목적이 긴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건강과 미모를 위해
한해 1억마리 동물들이
죽음이나 고통에 내몰리고
실험효과에 대한 의문도 여전 

“모든 실험 즉각 중단 못해도
최소한 화장품 개발엔 그만”
유럽연합선 아예 판매금지
국내선 업체들 자발적 동참과
착한소비 운동만 바라볼 뿐
 

화장품 동물실험은 토끼나 기니피그를 이용한 드레이즈 시험이 대다수다. 1944년 미국의 독성학자 존 드레이즈가 개발한 이 시험은 토끼의 눈이나 피부에 마취제 없이 특정 물질을 발라 일정 시간 뒤에 경과를 지켜본다. 토끼는 강제로 눈을 뜨고 있거나 가려움, 얼얼함, 통증을 느끼게 된다.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 금지는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연합은 2004년 화장품 완제품 단계의 동물실험을 금지한 데 이어 2009년에는 원료 단계의 실험도 금지했다. 올해부터는 동물실험을 이용해 만든 화장품을 아예 판매 금지시키는 데까지 나아갔다.

국내는 어떨까? 업계 2위인 엘지생활건강도 차석용 부회장의 지시로 동물실험 금지에 나섰다. 엘지생활건강기술연구원의 이상화 피부과학부문 연구소장이 말했다.

“2011년 말에 부회장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2013년에 유럽연합에선 판매 금지가 된다던데, 어떻게 대비가 되어가냐고 물으셨죠. 두달 검토한 끝에 동물실험을 전면폐지하기로 결정했어요. 지금 우리 연구소에는 쥐 한마리도 없습니다.”

동물실험을 폐지하는 건 예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은 효능 평가와 독성(안전성) 평가를 진행하는데, 효능 평가의 경우 동물 털을 깎고 해야 하는 등 사람과 조건이 달라서 기존에도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다는 게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독성 평가의 경우, 대부분 유럽연합 등에서 인증한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동물실험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알레르기가 생기는지 볼 땐 우리들 등에다 팔에다 바르고 인체실험해요.(웃음) 사람이 동물보다 못하다면서 웃지요.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원료로 만든 완제품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생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엘지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인 ‘비욘드’는 외국업체인 ‘더바디샵’처럼 ‘동물실험 반대’를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하는 경우에 속한다. 비욘드는 2005년부터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 이계춘 엘지생활건강의 비욘드부문장의 말이다. “완제품 단계에서는 동물실험 금지를 달성했습니다. 원료의 경우 대부분 수입해서 쓰는데, 아직 일부 업체가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증빙자료를 잘 주지 않아요. 올해에는 이것까지 완료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리핑버니’ 마크를 달려고 합니다.”

리핑버니는 유럽, 미국 등의 동물단체가 주는 세계적인 ‘동물실험 원료 무첨가’ 인증 마크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 모두에 대해 ‘동물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돼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계춘 부문장은 “전세계 화장품 원료가 2000개이고, 비욘드에서만 쓰는 게 800개여서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동물실험 반대는 착한 소비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지난해 4월부터 동물실험 안 하는 ‘착한 회사’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개정된 명단을 보면,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17개, 외국 브랜드는 13개다. 국내업체의 경우 ‘친환경’을 표방한 중소브랜드가 대다수로, 아직 대형업체의 참가는 미진한 실정이다. 서보라미 대외협력팀장은 “지난해 착한 회사 명단이 발표된 이후 연락해오는 업체가 많아졌다. 현재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앞으로도 동물실험 계획이 없는 곳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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