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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주인 따라 뉴욕 여행간 똥개 ‘워리’ 하마터면…

등록 2013-01-25 15:34수정 2013-01-26 09:37

지난 18일 오후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서울본부 김포공항사무소에서 임상검사를 마치고 검역증을 받고 워리와 가족들이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 18일 오후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서울본부 김포공항사무소에서 임상검사를 마치고 검역증을 받고 워리와 가족들이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생명] 워리, 뉴욕여행 가다
“동물 출입국 절차는 너무 까다롭다? 돈 워리~”
개·고양이와 함께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항공사에 동물수송 사실을 미리 알리고, 방문할 나라의 검역 기준에 맞게 몇몇 필요한 절차를 밟는다면, 개·고양이와 함께 떠날 수 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국제공항 7곳과 국제항만 7곳에서 모두 검역을 받을 수 있고요. 인천국제공항 동물검역사무소는 24시간 운영한대요. 이민과 국외여행을 가야 하는데 반려동물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고민이라면, 데려가세요. 버리지 말고요~.

병원에서 ‘신분증 칩’ 이식하고
광견병 접종한 뒤 항체 확인
한달쯤 걸리니까 서둘러야 해요
다 됐으면 출국하셔야죠?
공항서 검역증 받고 여행 출발~

월월월. 안녕하세요. ‘워리’라고 합니다. ‘엄마’(김현숙·52)가 어릴 적 시골에서 부르던 이름 그대로 저는 ‘워리’예요. 품종은 믹스견, 이른바 ‘똥개’고요. 나이는 11살, 사는 곳은 서울 양천구 목동이에요. 제가 아직 새끼일 때 저를 낳아준 엄마는 차에 치여 돌아가셨는데 갈 곳 없는 저를 지금의 가족들이 품어줬어요. 덕분에 동네 다른 수캐를 만나서 새끼도 두번이나 낳고 하루하루 즐겁게 잘 살고 있답니다. 더이상 바랄 것 없이 행복한 날들이에요. 그런데 제가 지난 19일 가족들과 함께 석달 일정으로 뉴욕에 왔어요! 그럼 뉴요커가 된 기념으로 개·고양이의 출입국 절차를 소개해볼게요.

뉴욕 방문이 결정되자 지난해 11월5일 ‘아빠’(범상철·57)는 저를 데리고 동네 동물병원에 갔어요. 마이크로칩을 이식하고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였죠. 저처럼 외국에 잠시 나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 꼭 필요한 절차가 이 두가지거든요. 미국에서도 관련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저는 한국에서 미리 끝내고 가기로 했어요.

이런, 수의사가 제 목덜미를 잡았어요. 주삿바늘을 타고 쌀알 크기의 주홍색 마이크로칩이 목덜미 안으로 쏙, 따끔했어요. 바코드 찍듯 목덜미에 기계를 가져다 대니 ‘삑’. 떠오르는 숫자 410097800053929가 제 신분증이에요. 15자리 숫자 중 앞 3자리가 국가별 번호인데 한국은 410, 일본 392, 중국 156, 미국 840 등 나라마다 달라요. 미국 가서 제가 엄마 아빠를 잃어버려도 미국인들이 내가 한국에서 온 개라는 걸 알 수 있겠죠? 마이크로칩 번호를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에서 검색하면 보호자의 인적사항과 개체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어요.

다음으로 광견병 예방접종 후 30일쯤 지나 몸 안에 항체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광견병 항체값검사를 받아야 해요. 그 결과가 0.5IU/㎖ 이상이 나와야만 검역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데, 저는 54.82IU/㎖로 훌쩍 넘겼어요. 단, 생후 90일 미만의 새끼들은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니 항체값 검사를 위해 피를 뽑을 필요가 없대요. 대부분의 동물병원이 마이크로칩 등록을 대행하고, 항체값 검사를 위한 채혈을 할 수 있고요. 그렇게 뽑은 피를 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와 동물질병을 연구하는 ㈜중앙백신연구소(대전), ㈜코미팜(경기도 시흥), 고려비엔피(충남 예산) 중 한 곳에 보내면 그곳에서 혈청을 분리해 항체값을 알려줘요.

지금과 같은 개·고양이 수입검역제도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실시됐어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개·고양이 검역 담당자는 “세계동물보건기준(OIE)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기준을 강화했다. 마이크로칩 이식 실시를 통해 국내 동물 등록제와의 연계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그 이전에는 30일 전 광견병 백신 처방 여부만 검사했거든요.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지 않는 개·고양이들도 이런 검사를 다 받아야 하냐고요? 재입국을 할 필요가 없다면 마이크로칩 이식이나 광견병 항체값 검사가 의무사항이 아닐 수도 있어요. 나라마다, 또 같은 나라라도 지역별로 규정이 다르니 그 기준에 맞게 준비하면 돼요. 유럽연합(EU) 27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뉴질랜드·대만·스위스·홍콩·싱가포르·괌·하와이 등 마이크로칩 이식을 의무로 하는 지역이 53개 나라, 항체값을 요구하는 곳이 45개 나라로 대체로 두가지 검사는 많이들 요구하는 편이라네요.

비행 전엔 물만 먹는 게 좋아요
구토나 배설에 대비해야죠
뉴욕까지 항공료는 20만원
그런데 화물칸에 타야 한대요

워리는 뉴욕에 잘 도착했습니다.
워리는 뉴욕에 잘 도착했습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워리의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요?”

제 마음을 대신해 아빠가 물었어요. 구길주(43) 수의사가 대답했어요. “고도가 높아지면 물론 동물도 당황해요. 보호자들이 안정제를 처방해달라고도 하지만 되도록이면 동물에게 물 이외에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토하거나 대소변을 많이 하면 입국검역할 때 의심을 살 수 있거든요. 개·고양이 나이 7~8살 이상이면 비행기 탑승이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건강상태가 걱정되는 동물이 있다면 혈액검사, 엑스레이, 초음파 등 기본적인 건강검진 정도 받게 해보세요. 안정적으로 느끼도록 익숙한 장난감 하나를 케이지 안에 넣어두는 정도는 괜찮아요.”

출국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이었어요. 가족들과 항체수치가 적힌 서류를 들고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서울본부 김포공항사무소에 검역증명서를 받으러 갔어요. 수출국이 증명하는 검역증명서가 없으면 반송될 수 있고, 수입국이 요구한 검역 내용이 불충분할 경우 계류장에 머무르며 검역을 따로 받아야 하거든요. 엄마가 직원의 소개를 받아 출발지와 도착지, 보호자와 개체의 이름을 적은 동물검역신청서를 작성하자 강호성(29) 검역관이 다가와 저를 살폈어요. 강 검역관은 저의 털색을 살피고 청진기로 심박수를 재고 항문에 체온계를 넣었어요. 엄마는 “개 한 마리 보내기 힘드네…”라며 어두운 표정을 보였지만 의젓한 저는 꾹 참았고, 당당히 검역증을 얻었어요. 강 검역관의 말이에요.

“검역소에서 하는 임상검사는 한국 정부가 최종적으로 동물이 수출에 적합한지 건강상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워리는 심박수도 정상이고 체온도 37.9도로 정상이네요.”

야호! 드디어 출국이에요. 19일 오전 10시30분 인천을 떠나 뉴욕으로 가는 아시아나 비행기 화물칸 내 ‘벌크’라는 공간이 내 자리예요. 검역증이 있는 동물들은 보통 수하물들과 함께 보내지는데, 저처럼 빨리 내려야 하거나 크기가 작은 수하물은 큰 컨테이너로부터 안전한 벌크에 두지요. 항공사 쪽은 동물 안전을 고려해 화물칸 내 온도, 환풍을 체크한다며 염려 말라네요. 애완동물과 케이지 무게의 합이 5㎏ 미만인 동물은 기내 좌석 밑에 보관해 수송도 가능한데, 저는 케이지를 뺀 몸무게만 벌써 4.8㎏이라 엄마 아빠랑 같이 못 탔어요, 흑. 이날 여행하는 동물은 저 혼자라 조금 무서웠는데 말이죠.

워리는 뉴욕에 잘 도착했습니다.
워리는 뉴욕에 잘 도착했습니다.

14시간 뒤 뉴욕 땅에 무사히 도착했어요. 미국 제이에프케이(JFK)공항에 내리자 아시아나항공사 직원이 저를 담은 케이지를 수하물 찾는 곳에 놓자 엄마가 저를 찾았어요. 타국에서 엄마·아빠를 다시 만나다니 반가워서 눈물까지 나더라고요. 제가 뉴욕까지 오는 데 들어간 돈은 항공료(20만원)와 마이크로칩(2만원)과 케이지(4만원), 항체값 검사비(5만5000원), 검역수수료(1만원), 동물병원진료비 등을 합쳐 약 40만원이에요. 아참, 항공사마다 애완동물 수송규정이 다르니 미리 알아보세요.

그런데 개가 뉴욕에는 왜 왔냐고요? ‘언니’(범윤미·30)가 절 초대했거든요. 언니는 ‘결혼식장까지 데려가고 싶다’ 할 정도로 저를 예뻐했어요. 제 ‘견생’ 11년이 늘 언니랑 함께였지요. 그런 언니가 2011년 여름 남편이랑 뉴욕으로 떠났는데, 최근 아들을 낳았거든요. 1년5개월 만에 언니를 만났는데… 오랜만에 본 언니가 낯설어요, 힝. 그래도 같이 있으니 잘됐지요? 그럼 석달 동안 뉴욕생활 잘 하다 돌아갈게요. 모두 씨유순~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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