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가족 여행 때 쇼핑몰에서 태극기를 보고 좋아하시면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시던 아빠, 엄마.
[토요판] 가족관계증명서
아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셋째 딸이 이번엔 새해 인사로 이렇게 아빠를 놀라게 해드리네요. 늘 쑥스러워 글보다는 말로, 말보다는 마음으로만 전하다가 이번엔 무슨 용기가 생기는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빠 딸은 2012년 12월에 한마디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였어요. 얼마 전 끝난 대선 결과의 아쉬움과 허탈감에 깊이 빠져 있어요. 그러면서 떠오른 아빠 생각.
아빠 고향은 평안남도. 어릴 적 할머니와 동생들을 데리고 피난 내려오셔서 거제도를 거쳐 부산에 정착하셨죠. 가끔 술 드시고 어릴 적 얘길 하실 때면 힘드셨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지곤 했어요. 부산이라는 정치적 지역성이 강한 곳에서 저도 어릴 때 지내서 그런 건지, 선거 때만 되면 유난히 정치 얘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고 저도 그 영향인지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머리가 좀 크고 난 뒤로 아빠와 저는 정치적 성향으로는 항상 대립의 관계였죠. 괜히 말 한번 잘못 꺼냈다 큰소리만 나고, 저에게 늘 상냥하시던 아빠는 정치 얘기엔 정말 무섭게 화를 내셔서 저도 웬만하면 그 얘기를 안 꺼내려고 조심했어요.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였고요. 엄마에게는 수시로 전화해서 제 입장도 얘기하고 설득해 보기도 했는데, 아빠에게는 한번도 얘기하지 않았죠. 오히려 아빠가 넌지시 던지시는 말에 저는 저와 다른 입장으로 설렁설렁 대답했죠. 아빠도 아셨을 테지만 서로 모른 척 넘어가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대선 결과가 발표되던 날 저는 정말 큰 실망에 빠졌고 속상하고 화도 났어요. 네 편 내 편 나눠 상대편을 미워하는 마음도 생겼고.
하지만 저는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 가족을 미워할 수는 없다는 걸 몸소 느끼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도 같아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오히려 서로 얘기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피해 왔다는 게 후회가 되고요. ‘힘들더라도 많은 시간을 통해 대화했더라면, 어쩌면 아빠도 제가 생각하는 관점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는 않으셨을까?’ 해서요. 물론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하지 않았다는 게 매우 후회스러워요.
저도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알게 됐는데 우리 집만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다른 집들도 부모님과 정치 성향 차로 종종 부딪치기도 하는데 다들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앞으로 5년, 피하지 않고 아빠와 많은 정보들도 공유하고 더 많이 얘기해서 다음 대선을 기약해 보려고요. 엄마에게 보낸 메시지였는데 “대통합의 의미로 앞으로 아빠께 더 잘할게요!”라는 말 꼭 지킬게요. 아빠! 더욱 건강하셔야 해요. 이 글을 통해 <한겨레>와도 친해지실 수 있다면 더, 더, 더 좋겠네요.
아빠의 딸 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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