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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를 엉엉 울게 만든 당신

등록 2012-12-28 18:16수정 2012-12-28 20:25

잘 때는 천사 같은 두 아들.
잘 때는 천사 같은 두 아들.
[토요판] 가족관계증명서
언제나 웃고 있는 당신께.

당신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올 때 언제나 웃고 있어요. 벨 누르는 소리가 나자마자 현관문으로 뛰고, 기어가는 두 아들이 너무 반가워 함박웃음을 짓는 거지요. 하루 종일 애들과 시름했을 저를 위해서도 큰 미소를 지어 보이지요.

맞아요. 당신은 이렇게 매일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당신의 사랑을 알아가고 있네요. 결혼 10주년 되던 날 아침, 당신은 출근하고 없는데 낯선 편지봉투가 있었지요.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닦기도 전에 편지 아래에 놓여 있던 통장을 보았어요. 편지에 자세히 적힌 대로 통장을 확인해 보았어요. 결혼 1주년부터 내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10만원씩 10년 동안 입금한 날짜를 하나하나 짚으며 엉엉 울고 말았지요. 큰애가 엄마가 우니까 걱정하길래 ‘엄마가 아빠한테 큰 선물을 받아서 너무 좋아서 우는 거야’라고 말해놓고 실컷 울었어요. 중간에 돈을 빼 쓰고 해서 잔액은 부족했지만, 어찌 10년짜리 선물을 받으리란 생각을 했을까요! 앞으로 10년은 밥 안 먹어도 괜찮겠다며 내내 행복해했답니다. 어쩌면 그동안 내색 한번, 언질 한번 없었을까 싶으면서, 얼마나 말하고 싶었을까, 어떻게 참았을까, 그 정성에 진심으로 감동을 했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어땠나요?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면서도 여전히 아이들한테 소리도 지르고 야단도 치고 있는 내 모습이 즐겁지 않았어요. 좀더 다정한 엄마이고 싶고, 둘 다 재미있게 놀 수 있게 도와주고 싶지만, 뭔가 잘 안돼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속으로 ‘괜찮아, 이 정도면 꽤 잘하고 있어’라며 스스로를 칭찬해보지만, 화내고 야단친 내 모습에 나중에는 후회를 하게 되지요. 3년이나 지났지만 역시 엄마 되기가 쉽지는 않네요.

그렇지만 다행이지요. 당신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니. 가끔은 더 화나게 만들기도 하지만, ^^, 내 어려움을 잘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당신 덕분에 하루하루를 잘 보내고 있답니다. 아이들도 천천히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제 행동과 말에 분명히 이유가 있고 제법 잘하고 있어요. 근데 엄마라는 이름으로 더 크고 많은 걸 바라고 채근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요. 내일이면 다시 아이들과의 일상입니다. 힘들 때마다 통장의 날짜를 짚어가며 웃고 다시 힘을 냅니다. 통장 약발이 다하면 어쩌나요. 애들과 있는 순간순간에 느껴지는 정체 모를 감정을 대면하면서 잘 지내봐야겠지요. 나 자신에게도 부드럽게 웃어주고 아이들에게도 웃어주겠어요. 특히 화나는 순간에 잠깐 웃어보려구요. 쉽지 않겠지만 한번 해보려구요. 웃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릴 거예요. 다시 10년이 지난 후에 나도 당신에게 큰 선물을 하겠어요. 기대해도 좋아요! 당신이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당신을 존경하는 아내 올림

▶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사진과 함께 편지(원고지 6장 분량)로 적어 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는 빕스에서 4인가족 식사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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