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현대차 등 고공농성자들
부재자 투표 등 방법 없어 포기
정부 맞서다 집유받은 이들도 허탈
부재자 투표 등 방법 없어 포기
정부 맞서다 집유받은 이들도 허탈
누구보다 간절히 투표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이 있다.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붙잡혀 선거권을 잃은 이들과 고공농성을 하느라 투표하러 가지 못한 노동자들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2010년 8월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이포보 건설현장에서 41일 동안 4대강 사업 반대 고공농성을 벌인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지난해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18조는 징역·금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거나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사람에게는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염 사무총장은 이번 대선에서 투표하지 못했다.
그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해 이포댐에서 고공 캠페인을 벌인 것이 벌써 2년 반 전인데, 이걸로 받게 된 집행유예 때문에 선거권까지 박탈됐는지는 몰랐습니다. 혹시 투표를 주저하고 계셨던 친구분이 계시면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 대신 한 표 보태줄 수 없을까요?”라고 썼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도 마찬가지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했다. 그는 2009년 용산참사 추모행사에서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징역 3년1월에 집행유예 4년을 지난해 선고받았다. 박 상임이사는 페이스북에 “오늘 투표율 높겠죠? 저는 투표하고 싶어도 못하네요. 투표할 수 있는 분들 꼭 투표하세요”라고 썼다.
전국 곳곳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도 투표를 하지 못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최병승(36)씨는 2003년 비정규직 노조를 만든 이후 시위 과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그동안 한번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지난 10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 선거권을 되찾았지만, 울산 현대차 공장 앞 송전탑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느라 이번 대선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최씨는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하면서 법에서 정한 투표의 권리마저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올해 대선에서 투표권이 생겼는데 못하게 돼 아쉽다. 다음 정부는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에 최소한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특히 전국 곳곳에서 철탑 농성중인 노동자들에게 귀를 기울여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부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송전탑과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 공장 앞 굴다리에서 각각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도 투표를 못했다.
한 전 지부장은 “투표를 하고 싶어 선관위에 부재자투표 신청을 했지만 철탑 위에 있어 부재자 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투표권마저 빼앗겨 허탈하다”고 말했다. 홍 지회장은 “어용노조가 회사 안에서 여당을 찍어야 한다고 선거운동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불법이라는 게 드러났다면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서 투표를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김규남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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