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옛 독재자의 2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 가능선에 있다는 것은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 출마가 아시아의 민주주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한목소리로 우려하고 나섰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5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아시아 지식인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 10월 방글라데시 지식인들이 민교협쪽에 제안해 일본·인도·미얀마·방글라데시 등 25개국 333명의 지지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의 후보로 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하여 잔혹한 철권 통치를 했던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은 민주주의의 미래에 매우 암울한 전조라고 생각하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측근들이 미화하는 것과 달리 박정희 독재 시기는 매우 불안한 정치적 위기의 연속이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적 통제와 희생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이룩한 것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과두 독점 세력들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진보학계 원로인 무사코지 긴히데 오사카경법대 교수(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는 서면 발언을 통해 “독재자 2세의 권력 도전을 막으려는 연대 성명을 적극 지지한다. 일본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성명은 동아시아에서 반민주, 반평화 경향이 드세지는 데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긴히데 교수는 “우리는 일본에서 우익의 위험스러운 부상을 경험하고 있다. 나는 동아시아에서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국가들이 부상하면서 가족주의 정치와 결합하는 경향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려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방글라데시 인권운동가 파르자나 악터는 “방글라데시도 긴 군부독재를 경험하고 그 결과 여전히 반민주적인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소수에 독점되고 패권적으로 행사되는 것이 인권 저하의 핵심 요인이라는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아시아의 모든 시민이 반민주적인 권력으로의 회귀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고 반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악터는 “아시아 국가들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에서 과거 독재세력 2세가 권력에 복귀하는 것이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민교협 국제연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대훈 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 교수는 “아시아뿐 아니라 각국의 지식인들이 한국 대선 상황에 큰 관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대선 전에 전세계 지식인들의 연명을 받아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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