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방송인 김제동씨가 22일 트위터에 글을 썼다. “임금의 얼굴은 하늘이 그렸지만 대통령의 얼굴은 국민이 투표로 그릴 수 있다. 그래. 붓을 들어보자.”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자는 이 글은 삽시간에 누리꾼들에게 번졌다. 김씨는 “아침 7시30분에 투표하겠다”는 ‘유권자의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시민사회가 참정권 보장 및 투표 독려 캠페인을 중심으로 ‘주권자의 참정권 운동’에 들어갔다.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은 무산됐지만, 소중한 한 표의 가치를 지키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투표시간 확보는 참정권 보장의 출발점이다. 근로기준법 10조는 노동자가 근무시간 중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사용자가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투표 당일 근무 때문에 투표장에 갈 수 없는 유권자는 사용자에게 투표권 행사에 필요한 시간을 요구할 수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투표권 보장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런 권리를 사용자에게 직접 요구하기 힘든 노동자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낼 채비를 갖췄다. 자신의 일터 상황 등을 신고(전화 02-725-7104)하면, 공동행동 소속 활동가가 직접 사용자에게 투표권 보장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를 무시하는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도 있다. 투표권 보장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공동행동은 선거기간 동안 참정권 침해 사례 신고센터(전화 02-2670-9100, 전자우편 everyvote9@gmail.com)를 운영해, 노동자의 투표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할 방침이다. 피해 당사자는 직접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선량한 기업’을 격려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공동행동은 전사적으로 투표권을 보장하겠다는 기업들을 적극 소개하는 ‘개념기업 릴레이 선언’(가칭)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자의 참정권을 적극 보장하는 기업을 시민단체들이 홍보해주겠다는 것이다.

개별 시민들도 움직이고 있다. 고고스타, 게이트플라워즈 등 인디밴드들은 젊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선거일인 12월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클럽에서 ‘투표해락’ 합동공연을 연다. 투표에 참가했다는 확인증을 제시하거나 투표 인증샷을 제시하면 반값에 공연을 볼 수 있다.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다양한 문화 캠페인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주문 티셔츠를 제작하는 업체 ‘드리프트아웃’은 투표 참여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를 만들었다. 전문 그래픽디자이너들이 고안한 티셔츠에는 ‘닥치고 투표’, ‘보트 포 퓨처’(미래를 위해 투표하라) 등의 문구를 담았다. 티셔츠를 입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투표 독려에 나서는 ‘직접 행동’이 가능한 것이다. 이 회사 구승환 대표는 “미국 대선에서 젊은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다양한 캠페인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인상 깊었다. 이 티셔츠가 한국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고 대선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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