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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밥상 못차리는 곳 많아 죄송” 냄비 든 시민들 ‘북적’

등록 2012-11-25 20:43수정 2012-11-26 08:45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함께살자 농성촌’을 찾아 무료 점심을 대접한 시민 김호규(오른쪽)씨와 노주혁씨가 가져온 음식을 농성자들에게 나눠주며 밝게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함께살자 농성촌’을 찾아 무료 점심을 대접한 시민 김호규(오른쪽)씨와 노주혁씨가 가져온 음식을 농성자들에게 나눠주며 밝게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한문 농성촌’ 릴레이 인터뷰 ⑥ ‘밥 셔틀’ 자처하는 시민들
직장인 등 연고없는 일반인들
국·밥·김치 등 싸들고 천막 찾아
주부 트위터 글서 시작해 입소문
노숙농성에 지친 이들에게 큰 힘

지난 23일 낮 찬바람 부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옆 ‘함께살자 농성촌’에 커다란 냄비를 든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쌀밥, 김국, 무부침개, 돼지고기 두루치기 등이 놓인 점심 밥상을 금세 차려냈다.

“식사하세요~!” 천막을 찾아다니며 밥때를 알리자, 농성자들이 밥상 앞에 모여들었다. 밥이 수북했던 일회용 그릇을 깨끗이 비운 문정현(72) 신부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오랜만에 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어. 그런데 나는 쌍용차 부인들인가 했더니 그냥 시민들이라고?”

점심상을 차려낸 이들은 ‘밥셔틀 팀’이었다. 이들은 농성촌에 상주하는 쌍용차 해고자는 물론 강정마을 주민, 용산참사 유가족 등과 아무 연고도 없는 직장인, 대학원생 등 일반 시민들이다. 지난 4월부터 매주 한 차례 쌍용차 조합원을 위한 점심 밥상을 차려왔다.

이날 밥과 김치는 대학원생 노주혁(32)씨가 준비했고, 김지연(36)씨는 김국과 무부침개 등 절 음식을 마련했다. 함께 온 대학 휴학생 김호규(27)씨는 “나는 택시비를 냈다”며 웃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38)씨는 두루치기를 준비했다. “회사가 보수적이라 알려지면 안 된다”며 김씨는 카메라를 피해 다녔다. 서울 여의도에 직장이 있다는 익명의 중년 남성은 귤 두 박스와 음료를 배달한 뒤 급하게 자리를 떴다. 식사 뒤에는 유기농 식혜와 상황버섯을 우려낸 물이 상에 올랐다.

밥셔틀은 ‘토맘’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주부 조연주(가명·33)씨의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농성장에서 빵 먹는 걸 보고 전경들이 비웃더라는 글이 트위터에 올라왔어요. ‘빵 먹는 게 우스워? 그러면 내가 밥이랑 고기를 해드리지’라는 생각으로 트위터에 ‘밥셔틀’ 함께 하자는 글을 올렸죠.”

‘밥셔틀’은 왕따 학생에게 강제로 빵을 상납하게 하는 학교폭력을 가리키는 은어 ‘빵셔틀’을 비튼 말인데, 자발적으로 농성자들에게 밥을 대접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소문이 번지면서 참여하는 시민들이 늘어, 이제 매주 평균 6~7명이 고정적으로 참여하고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힘을 보태 음식을 마련한다. 때로 30~40인분의 밥상을 차릴 때는 1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출장 뷔페’를 방불케 할 규모의 밥상을 차리기도 했다. 대한문 옆 농성촌이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약자와 함께하려는 일반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김정욱 쌍용차 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이런 시민들이 있어 이토록 오랫동안 농성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묵밥, 들깨수제비, 육개장 등 다양한 음식이 노숙농성에 지친 이들의 밥상에 올랐다.

밥상을 대접할 때마다 천안에서 서울까지 일부러 올라오고 있는 김지연씨는 그래도 늘 아쉽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타면서 쌍용차를 알게 됐고, 뒤이어 재능교육·콜트콜텍·현대차 등의 비정규직 문제를 알게 됐어요. 우리가 밥상을 차려드릴 수 없는 곳이 너무 많아서 늘 죄송해요.” 국가폭력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의 ‘함께살자 농성촌’은 26일 농성 23일째를 맞는다.<끝>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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