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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송전탑 짓는건 죽음의 땅만 남겨
공사 막는게 이젠 내 운명이지예”

등록 2012-11-20 20:46수정 2012-11-25 20:42

이남우(70) 위원
이남우(70) 위원
‘대한문 농성촌’ 릴레이 인터뷰 ③
밀양 송전탑 반대 이남우씨
“공사중단하고 소송취하했지만
정부·한전, 주민들 사이 이간질”

“서울 가서 우리문제 알려야제”
주민들과 주말께 농성촌 방문

서울 덕수궁 대한문 옆 농성촌에는 대형 펼침막이 걸렸다. ‘함께살자 농성촌’이라 적힌 아래에 작은 글씨로 ‘쌍용마을, 강정마을, 용산마을, 탈핵마을’이라 적었다. 쌍용자동차 노조 조합원, 제주 강정마을 주민, 용산참사 유가족 등이 살아가는 마을을 농성촌으로 옮겨왔다는 의미다. 삶의 터전을 도심 도로변으로 옮겨올 만큼 처지가 절박하다는 뜻도 있다.

그 가운데 탈핵마을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남 밀양 주민들의 삶터를 은유한다. 고령의 몸으로 ‘현지 농성’에 바빠 아직 서울에 올라오지 못한 밀양 주민들은 오는 주말, 농성촌의 탈핵마을을 찾을 예정이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부북면 주민대책위원회’의 이남우(70) 위원도 다른 주민들과 함께 탈핵마을을 지키러 서울에 온다. “서민들이 평화를 누리는 게 진짜 민주주의 아닙니꺼. 이게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꼬. 서울에 가서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알려야지요.”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시작하면서 탈핵운동과 만났다. 지식경제부가 주관하고 한전이 공사를 맡은 69기의 송전탑은 신고리원전 3~6호기의 전력을 수도권 등 도시로 옮기는 구실을 할 예정이다. “시골에 원자력발전소 짓고, 그 전기를 수도권에 보낸다꼬 또다른 시골에 송전탑을 짓고 있으니, 시골 사람들한테는 죽음의 땅만 남기는 일입니더.”

이 위원은 지난해 7월부터 송전탑 예정 부지에 비닐하우스 움막을 지어 공사 반대 시위를 벌여왔다. 이제 움막이 그의 집이다. “운명이라 생각하지예. 송전탑 공사 막는 게 내 직업이 돼뿌렸으이.”

한때 한전은 공사 방해를 이유로 이 위원을 비롯한 밀양 주민 3명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달 공사 잠정중단을 선언하면서 소송을 모두 취하했지만, 한전의 태도가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주민들하고 대화하겠다 카면서 실제로는 정부랑 한전이 주민들 이간질하고 다닌다꼬요. 정말 원망시러버요.”

이 위원에게 밀양은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고교 교사로 일하던 20년 전 뇌동맥경화증으로 쓰러져 8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 살아난 뒤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에 들어왔다. 이후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밀양의 자연이 자신을 살렸다고 이 위원은 굳게 믿고 있다.

이런 곳에 고압전류가 흐르는 아파트 30~40층(철탑 높이 80~145m) 높이의 거대한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이 위원은 용납할 수 없다. “밀양 방방곡곡 전부가 천연기념물이라 카면 딱 맞습니더. 이런 땅은 인력으론 못 만듭니대이. 내 죽을 때까지 이 땅을 지킬끼라요.”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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