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름을 얻은 이지윤씨의 뒷모습. “엄마도, 저도 새 이름 갖고 새로운 앞날을 향해 가요.”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엄마 나야! 큰딸, 엄마의 우렁 딸내미 지윤이!
오늘 새로 바뀔 주민등록증에 넣을 사진을 찍고 너무 마음에 들어 하는 엄마 모습을 보니까 큰딸 노릇 한 거 같아서 맘이 뿌듯하네. 우리 같이 나란히 법원에 개명신청한 지 이제 일주일인데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닐까? 아냐, 엄마 이름은 100% 허가가 날 테니까 괜찮아. 아직도 법적으로 바뀐 뒤에야 이름을 쓸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은근슬쩍 자랑해서 주부대학 아줌마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우리 김소희 여사님!! 항상 “엄마”라고 부르다보니 엄마가 이름을 부끄러워한다는 걸 잊고 있었어. 하긴 엄마는 이름 바꾸고 싶다는 말도 안 했잖아.
아, 맞다. 딱 한번 말한 적이 있구나. 3년 전 오빠 결혼식날. 청첩장뿐만 아니라 혼주석에도 원래 이름을 쓰는 게 싫다고 엄마는 우리에게 이름을 바꿔달라고 했지. 그땐 이름을 바꾼다는 게 낯설어서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던 거 같아. 그날도 우리 엄마는 알게 모르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었을 텐데…. 그러고 보면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릴 때도, 동사무소 노래교실에 신청할 때도 엄만 항상 잰걸음을 쳤지.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나한텐 30년이나 익숙한 이름인데다, 엄마의 이름을 부를 일이 없으니 생각도 못했어. 내 나이 서른하나에 내 이름이 너무 흔해서 싫다는 이유로 새로 이름을 지어 와서는 “이름 바꿀 거야”라고 선전포고를 하던 날, 사실 난 엄마가 부모가 지어준 이름 버리고 딴거 한다고 화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 엄마가 “엄마 이름도 하나 지어주지”라고 조금은 서운해하는 말을 했지.
그 말이 일주일 동안 내 머릿속에 빙빙 도는 거야. “내 이름도 지어주지…내 이름도 지어주지….” 결국 엄마랑 나랑 또 멀리까지 데이트를 하러 가서 엄마 맘에 쏙 드는 ‘소희’라는 이름을 지어 왔잖아. 돌아오는 길에 엄마 기분이 너무 좋아 보여서 난 더 미안했어. 난 항상 ‘우렁 딸내미’라고, ‘멋진 큰딸’이라고 자부해 왔는데 내 이름만 지어 와서는 바꾸겠다고 떼를 썼으니. 왜 진작 바꿔 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집 사는 데 대출해주고 매월 생활비까지 보태주는데, 거기다 작명비에 개명 신청 비용도 많이 들어 바꿔달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고 엄마는 말했지.
엄마, 우리 삼남매 모두 남부럽지 않게 잘 큰 거, 모두 엄마 덕이라는 거 우리는 다 알아. 그러니 순태로 살았던 지난 시절 잊고 이제는 김소희님으로 남은 인생 멋지고 밝게 사세요. 사랑합니다 김소희님! ♡ 엄마의 딸 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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