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동생, 언니는 항상 네 편이야.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자랑스러운 동생에게.
사회 초년생으로 첫발을 내딛더니 이제 열정적인 연애를 꿈꾸는 너를 보며, 이 언니는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
어릴 때 우리는 그다지 추억이 없었지. 첫째인 나는 둘째와, 셋째인 너는 막내와 더 가까웠기에 우린 그리 멀다고도 가깝다고도 할 수 없었던 거 같아. 그러다가 우리가 본격적으로 의기투합한 계기가 있었지.
3년 전,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고서 서럽고 슬펐던 겨울을 우리 자매가 똘똘 뭉쳐 버텨냈잖아. 엄마의 목에서 가래를 빼내며 우린 같이 울었고, 수술 후유증으로 엄마 몸에 난 상처를 보며 우린 같이 병원 욕을 해댔지. 시린 겨울이었지만 우리가 함께였기에 그리 슬프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 그때 쓰러지고 나서 아직까지 엄마의 인지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엄마를 웃게 해주는 너로 인해 우리 가족 모두 크게 웃을 수 있었으니까. 아팠던 기억은 고스란히 우리 가슴에 남아 있지만, 그 이후로 우린 엄마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우리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안정이 되기까지 무엇보다 셋째 딸인 너의 공로가 제일 컸지.
결혼을 앞둔 내가 갈등하고 있을 때, 네가 아니었으면 아마 예정대로 결혼하지 못했을지도 몰라. 장녀인 내 몫까지 너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은 여전하지만 우리 셋째 딸이 옆에서 엄마를 얼마나 잘 보필하는지, 아직도 엄마는 너만 보면 웃음이 끊이질 않잖아. 네가 너무 애늙은이가 된 것 같아서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어.
요즘 네가 번듯하게 직장생활 하면서 월급으로 적금도 붓고 있다는 말에 새삼스럽게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더라. 야근도 잦고 외롭고 힘든 자리지만, 결국 네 자리에서 파이팅하며 일하는 모습이 많이 기특하다.
이렇게 편지로는 친한 척 있는 대로 하지만, 전화 통화로는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이 큰언니를 용서해라. 너무 친해서 우리가 가끔 다투기도 하고 서로에게 다정하게 굴지 못해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항상 난 네 편이니까. 자랑스러운 내 동생 파이팅. 사랑해. 너의 언니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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