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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무원 시험이요? 어차피 노비로 살 거 공노비가 되려고요”

등록 2012-09-25 14:06수정 2012-09-25 14:14

지난 4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2012 서울청년정담회-여기, 청년이 있다’ 2회 토론회에 참가한 70여명의 청년들이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청년암행어사팀
지난 4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2012 서울청년정담회-여기, 청년이 있다’ 2회 토론회에 참가한 70여명의 청년들이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청년암행어사팀
[청년이 행복한 사회를 위하여]
③ 일과 꿈
최아무개(31)씨는 20대 초반 일본 전문대에서 음향을 공부했지만 일본과 한국 어디서도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수년간 공부한 전공은 지식을 뒤로 하고, 학원에서 웹 디자인을 배워 중소 온라인쇼핑몰에 취직했다. 야근을 밥 먹듯 했지만 월급은 130만~180만원을 맴돌았다.

월급보다 더 힘들었던 건 인간적 모멸감이었다. 영업 업무도 맡은 그는 룸살롱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가며 대형 쇼핑몰 직원들을 접대해야 했다. 야근을 해도 야근비를 받은 적은 없었다. 최씨가 밤새워 만든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상사는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하고 슬리퍼로 머리를 때렸다. “노비 생활이었죠.” 최씨는 20대 후반의 직장 생활을 이렇게 정리했다.

퇴근 후와 주말에 다시 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키워 ‘상식적인’ 회사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3~4개의 비슷한 회사를 거친 후 이미 서른 살이 넘은 자신에게 그 소망은 실현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결국 지난달, 최씨는 ‘노비 생활’을 청산했다. 대신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됐다. “어차피 노비로 살 거 공노비가 되려고요. 하지만 떨어지면 과거의 생활로 돌아가야겠죠.” 최씨의 눈가엔 눈물이 베어나왔다.

서울시 청년암행어사팀과 청년사회적기업네트워크 등 10여개 시민단체들이 18일 서울 서소문 서울시청사에서 개최한 토론회 ‘2012 서울시 청년정담회―여기, 청년이 있다’에서 최씨 등 40여명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겪은 구직과 직장 생활 경험담을 나누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암행어사팀은 지난 9월, 19~35살 서울시민 1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자리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응답자 가운데 자신이 정규직이라고 답한 사람은 10.8%에 불과했다. 90%에 이르는 응답자가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49%)하거나 ‘매우 심각’(40%)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토론회에서 청년유니온은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11년 서울시 28개 공공기관 신규채용자(2만404명) 중 15~29살 청년 미취업자의 비율이 1.2%(251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서울시부터 법적으로 권고한 청년 의무고용 비율 3%를 지키고, 이와 함께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주 등이 의무적으로 노동법 교육을 함께 받도록 하는 법적 장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경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은 “취업과 실직의 반복이 일상화된 지금, 구직 기간 동안 청년들이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고 기초적인 의식주를 보장받을 울타리가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서울시에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정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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