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가족 / 사춘기 딸, 부모님 전 상서
‘밤길 조심, 남친 조심’ 절 감시하진 말아줘요
‘밤길 조심, 남친 조심’ 절 감시하진 말아줘요
인터넷에 떠도는 ‘사춘기 심리테스트’! ①이유없이 반항하고 싶다. ②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③말 못할 고민이 있다. ④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⑤부모님과 형제·자매가 싫어진다. ⑥울컥 눈물이 난다. ⑦이성에게 관심이 간다. ⑧옷차림이 신경 쓰인다. ⑨이유없이 슬프고 짜증난다. ⑩혼자 있고 싶다. ⑪공부가 재미없어졌다. ⑫가출하고 싶을 때가 있다. ⑬독립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⑭부모님보단 친구들과 있는 게 좋다. (3개 이하: 아직은 사춘기가 아님/ 6개 이하: 사춘기 증상/ 10개 이상: 사춘기)
나는 이제껏 순종적인 딸이었다.
‘반항’과 ‘일탈’ 같은 사춘기의 상징적인 단어들은 18년짜리 내 인생 사전엔 없었다. 부모님께 불만이 있을 때도 속으로만 투덜댄 게 고작이었다. 엄마에게 살짝 짜증을 낼 때도 있지만, 친구들처럼 ‘엄마와 싸운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아마도 엄마는 내가 불만이 전혀 없어서 그러는 줄 아실 거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드라마를 보면 사춘기 청소년들이 외친다. “잔소리 좀 그만해!” “내 일에 간섭하지 마!” 한번도 입 밖으로 터뜨린 적은 없지만 딱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다. 모든 관심을 끊어달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내가 하고픈 일은 내가 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달라는 것뿐이다. 어떤 면에서 그런지 지금부터 얘기를 시작하겠다.
우리 가족은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좋다. 문제는 언젠가부터 대화 주제가 “그러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쪽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아빠 친구는 지난해 10월쯤에 아들이 ○○대에 합격했다고 음료수 돌리더라.” “△△ 딸은 수시로 □□대에 붙었는데 별로 만족스럽지가 않은가봐” 등등. 왜 ‘아빠 친구 자녀’들은 전부 명문대생들뿐인지. 그런 말 뒤엔 꼭 질문이 따라붙는다. “너는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니?” 부모님은 모르셨겠지만 그럴 때마다 현재 내 성적보다 한 단계 높은 학교의 이름을 대곤 했다. 아빠가 대놓고 비교하진 않으시지만 잘나가는 아빠 친구 자녀들의 얘기를 들으면 위축되고 때론 서럽기까지 하다. 간혹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인터넷에서 읽은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가 잔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공부는 안 하고 맨날 뭐 하길래….” 그럴 때면 속으로 얘기한다. ‘아휴, 엄마. 하루 14시간 동안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만 해요.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인터넷 서핑도 하고 그러는 거죠.” 같이 웃어보자고 하는 얘기에 정색 좀 안 하셨으면 좋겠다.
외출만 하면 울어대는 전화
“어디서 누구랑 있니?
해 지기 전에 들어와라
남자하고 손도 잡으면 안돼” 친구와 통화하는 것까지
꼬치꼬치 물어보면 곤란
그냥 믿고 맡겨 주세요 나는 1남1녀의 장녀다. 부모님은 딸인 내 외출에 유독 민감하시다. 흉흉한 세상, 딸 키우는 부모님 맘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래도 우리 엄마, 아빠는 유독 심하다. 어렸을 땐 바로 집 앞 놀이터에도 혼자서는 가지 못했을 정도였고, 지금도 친구들과 놀러 나가면 2시간이 멀다 하고 집에서 전화가 온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걱정, “(사람이) 적은 곳은 음산해서” 걱정이시란다. 내 ‘통금시간’ 기준은 두가지다. 하나는 해 지기 전, 또 하나는 아빠의 퇴근시간 전이다. 사실 엄마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놀러 나간 나를 그냥 놔두고 싶어하신다. 문제는 아빠다. 아빠는 내가 늘 눈앞에 있어야 안심이 되시는 모양이다. 내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외출할 때면, 아빠는 거의 2시간 간격으로 전화를 거신다. 난 언제 집에서 전화가 올지 몰라 늘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정말이지 받고 싶지 않다. 아빠는 늘 질문을 쏟아놓으신다. “어디냐?” “누구랑 있냐?” “몇 시까지 들어올 건데?” 사실 친구들과 놀러 나가면서 몇 시까지 놀자고 정해놓지는 않는다. 놀면서 시계만 쳐다볼 수도 없고. “몰라요”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당장 불호령이 떨어진다. 사실 아빠는 질문에 대한 답도 미리 정해놓고 계신다. “6시까지 들어와라.” 어쩔 수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집에 가야 한다. 아빠 말은 곧 법이니까. 대학생이 돼서도 이러면 어쩌나 싶다.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달려 나간다면 분명 나는 ‘마마걸’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아빠 눈에 내가 불안한 건지, 세상이 불안한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약하긴 해도 멍청하진 않으니 걱정을 지금보다 조금은 줄이셔도 될 것 같은데…. 내가 모처럼 놀러 나간 날엔 별일이 없다면 적어도 7시까지는 나를 자유롭게 두셨으면 좋겠다. 집에 오라고 전화를 할 때도 “안 급하니까 천천히 와” 부드럽게 한마디만 하셨으면 더욱 좋고. 그 한마디면 기분좋게 친구들과 헤어져 마음 졸이지 않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딸의 사생활을 존중해주셨으면 한다. 아빠는 가끔씩 내가 통화를 할 때 무슨 내용이었는지를 물으신다. 혹시나 전화기에서 남자 목소리라도 들리는 날엔 눈빛까지 날카롭게 바뀐다. 속상한 일로 전화한 친구와의 통화 내용을 꼬치꼬치 물어보실 땐 대략 난감이다. 얘길 하자니 친구에게 미안하고, 안 하자니 아빠가 화를 내시고. 아무리 아빠라도 ‘우리들의 세계’에 침입하는 걸 허용할 수는 없다. 누구한테 온 전화냐고 물으실 때 내가 그저 “친구요”라고만 대답하면, 더는 묻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아예 모른 척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고. 나는 엄마에게 학교나 친구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남자친구’ 얘기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엄마는 “남자친구 사귀는 건 뭐라고 안 하는데, 결혼할 사람이 아니면 몸에 손대게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손 잡으면 안고 싶고 안으면 뽀뽀하고 싶고 다 그런 거니까 손도 잡으면 안 돼!”라고. “손 정도는 잡을 수 있지….” 들릴락 말락 조그맣게 항변해보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 엄마의 양보란 없다. 나는 엄마 말대로 실천할 생각이 없다. 아니, 이미 어긴 지 오래다. 그래서 나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엄마에게 숨긴다. 매일 똑같은 우려를 들어야 할 게 뻔하다. 엄마의 말뜻은 아는데, 싫다는 행동을 강요하는 사람은 나도 만날 생각이 없으니 걱정 마시라. 남동생과 나를 대하는 다른 태도에 대해선 은근히 성질까지 난다. 부모님은 나보다 4살 어린 동생에게 훨씬 너그러우시다. 어느날 엄마 말씀에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녀석을 꾸짖은 적이 있다.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마.” 한데 정작 혼나야 할 동생 대신 나만 혼났다. “동생한테 말 좀 예쁘게 하라”고. 아빠한테 건방지게 구는데도 “저 녀석 저러다 한번 혼나지”라고만 하시고 만다. 답답하고 섭섭했다. 내게는 늘 “예의를 지켜라” “일찍 들어와라” 하나부터 열까지 엄격하게 대하셨으면서 말이다. 이 일로 불만스럽다는 얘길 털어놓은 적이 있다. “맏이인 너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서 그래.” 엄마는 말씀하셨다. 맏이라고 기대를 걸어주는 건 좋지만 때로는 부담스럽고 섭섭하다. 나도 가끔은 어리광을 피우고 싶은 똑같은 자식인데…. 막내라고 감싸지만 마시고 동생이 잘못했을 땐 따끔하게 혼내줬으면 좋겠다. 공평하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못된 걸까? 부모님과 통하고 싶은 딸 박유리 <한겨레 인기기사>
■ 안철수 “강 건넜고 다리 불살랐다”
■ 중국, 첫 ‘항모’ 떴는데 날릴 비행기는 없다?
■ “우리 회사 팔아 세입 메우겠다는 건가요” 분통
■ 고리원전 소방대원들, 뇌물에 마약까지…
■ ‘짝퉁 복원’ 거북선, 바다 띄우면 물새고 ‘꼬르륵’
■ “기자가 소설 쓰니 소설가가 기사 쓴다”
■ [화보] 싸이, ‘강남스타일 신드롬’ 일으키며 입국
“어디서 누구랑 있니?
해 지기 전에 들어와라
남자하고 손도 잡으면 안돼” 친구와 통화하는 것까지
꼬치꼬치 물어보면 곤란
그냥 믿고 맡겨 주세요 나는 1남1녀의 장녀다. 부모님은 딸인 내 외출에 유독 민감하시다. 흉흉한 세상, 딸 키우는 부모님 맘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래도 우리 엄마, 아빠는 유독 심하다. 어렸을 땐 바로 집 앞 놀이터에도 혼자서는 가지 못했을 정도였고, 지금도 친구들과 놀러 나가면 2시간이 멀다 하고 집에서 전화가 온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걱정, “(사람이) 적은 곳은 음산해서” 걱정이시란다. 내 ‘통금시간’ 기준은 두가지다. 하나는 해 지기 전, 또 하나는 아빠의 퇴근시간 전이다. 사실 엄마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놀러 나간 나를 그냥 놔두고 싶어하신다. 문제는 아빠다. 아빠는 내가 늘 눈앞에 있어야 안심이 되시는 모양이다. 내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외출할 때면, 아빠는 거의 2시간 간격으로 전화를 거신다. 난 언제 집에서 전화가 올지 몰라 늘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정말이지 받고 싶지 않다. 아빠는 늘 질문을 쏟아놓으신다. “어디냐?” “누구랑 있냐?” “몇 시까지 들어올 건데?” 사실 친구들과 놀러 나가면서 몇 시까지 놀자고 정해놓지는 않는다. 놀면서 시계만 쳐다볼 수도 없고. “몰라요”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당장 불호령이 떨어진다. 사실 아빠는 질문에 대한 답도 미리 정해놓고 계신다. “6시까지 들어와라.” 어쩔 수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집에 가야 한다. 아빠 말은 곧 법이니까. 대학생이 돼서도 이러면 어쩌나 싶다.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달려 나간다면 분명 나는 ‘마마걸’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아빠 눈에 내가 불안한 건지, 세상이 불안한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약하긴 해도 멍청하진 않으니 걱정을 지금보다 조금은 줄이셔도 될 것 같은데…. 내가 모처럼 놀러 나간 날엔 별일이 없다면 적어도 7시까지는 나를 자유롭게 두셨으면 좋겠다. 집에 오라고 전화를 할 때도 “안 급하니까 천천히 와” 부드럽게 한마디만 하셨으면 더욱 좋고. 그 한마디면 기분좋게 친구들과 헤어져 마음 졸이지 않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딸의 사생활을 존중해주셨으면 한다. 아빠는 가끔씩 내가 통화를 할 때 무슨 내용이었는지를 물으신다. 혹시나 전화기에서 남자 목소리라도 들리는 날엔 눈빛까지 날카롭게 바뀐다. 속상한 일로 전화한 친구와의 통화 내용을 꼬치꼬치 물어보실 땐 대략 난감이다. 얘길 하자니 친구에게 미안하고, 안 하자니 아빠가 화를 내시고. 아무리 아빠라도 ‘우리들의 세계’에 침입하는 걸 허용할 수는 없다. 누구한테 온 전화냐고 물으실 때 내가 그저 “친구요”라고만 대답하면, 더는 묻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아예 모른 척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고. 나는 엄마에게 학교나 친구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남자친구’ 얘기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엄마는 “남자친구 사귀는 건 뭐라고 안 하는데, 결혼할 사람이 아니면 몸에 손대게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손 잡으면 안고 싶고 안으면 뽀뽀하고 싶고 다 그런 거니까 손도 잡으면 안 돼!”라고. “손 정도는 잡을 수 있지….” 들릴락 말락 조그맣게 항변해보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 엄마의 양보란 없다. 나는 엄마 말대로 실천할 생각이 없다. 아니, 이미 어긴 지 오래다. 그래서 나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엄마에게 숨긴다. 매일 똑같은 우려를 들어야 할 게 뻔하다. 엄마의 말뜻은 아는데, 싫다는 행동을 강요하는 사람은 나도 만날 생각이 없으니 걱정 마시라. 남동생과 나를 대하는 다른 태도에 대해선 은근히 성질까지 난다. 부모님은 나보다 4살 어린 동생에게 훨씬 너그러우시다. 어느날 엄마 말씀에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녀석을 꾸짖은 적이 있다.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마.” 한데 정작 혼나야 할 동생 대신 나만 혼났다. “동생한테 말 좀 예쁘게 하라”고. 아빠한테 건방지게 구는데도 “저 녀석 저러다 한번 혼나지”라고만 하시고 만다. 답답하고 섭섭했다. 내게는 늘 “예의를 지켜라” “일찍 들어와라” 하나부터 열까지 엄격하게 대하셨으면서 말이다. 이 일로 불만스럽다는 얘길 털어놓은 적이 있다. “맏이인 너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서 그래.” 엄마는 말씀하셨다. 맏이라고 기대를 걸어주는 건 좋지만 때로는 부담스럽고 섭섭하다. 나도 가끔은 어리광을 피우고 싶은 똑같은 자식인데…. 막내라고 감싸지만 마시고 동생이 잘못했을 땐 따끔하게 혼내줬으면 좋겠다. 공평하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못된 걸까? 부모님과 통하고 싶은 딸 박유리 <한겨레 인기기사>
■ 안철수 “강 건넜고 다리 불살랐다”
■ 중국, 첫 ‘항모’ 떴는데 날릴 비행기는 없다?
■ “우리 회사 팔아 세입 메우겠다는 건가요” 분통
■ 고리원전 소방대원들, 뇌물에 마약까지…
■ ‘짝퉁 복원’ 거북선, 바다 띄우면 물새고 ‘꼬르륵’
■ “기자가 소설 쓰니 소설가가 기사 쓴다”
■ [화보] 싸이, ‘강남스타일 신드롬’ 일으키며 입국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