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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어머니 편히 쉬세요, 여보 고마워요

등록 2012-08-17 17:01

데어케어센터 차량을 기다리는 할머니를 배웅하고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온 가족이 나와서 차를 기다리는 모습.
데어케어센터 차량을 기다리는 할머니를 배웅하고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온 가족이 나와서 차를 기다리는 모습.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내 영원한 벗, 아내여 항상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쥐뿔도 없는 집안에 시집와서 남들 다 가는 신혼여행은커녕 번듯한 집도 없이 잘 견뎌주었오. 신혼 시절에도 시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생이별로 살아왔는데 시어머니 치매 발병 뒤론 당신과 아이들까지 모든 휴일을 할머니를 위해 반납하며 살아줘서 너무 고마워요.

딸이라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는 누이들이 너무 야속했어요. 누이들은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졌을 때도 돌아가시는 날까지 한 번도 와보지 않았죠. 다들 우리 집보다 훨씬 잘살면서 갖은 핑계를 대면서 모른 척했고 1년에 딱 3번 명절과 어머니 생신에만 찾아와서는 당신들의 자녀 앞에서 눈물을 흘려가면서 어머니 걱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너무 가증스러워 보이기까지 했어요. 이런 누이들 때문에 이 세상엔 내 편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욱 당신에게 미안했어요. 분명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결혼했는데.

가끔은 누나들 때문에 우리 부부의 금실이 동네에 소문날 정도로 좋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 세상에 의지할 곳은 당신과 나뿐인 것처럼 느껴졌잖아요. 내가 당신에게 미안해할 때마다 당신은 항상 내가 마음에 상처받을까봐 나를 먼저 염려해줬죠. 어머니 떠나신 후 내가 마음에 한이 남을까 요즘도 염려해주잖아요. 그래도 우린 항상 노후엔 정말 남들 부럽지 않게 즐길 것을 약속하면서 살아가는 부부잖아요. 지금도 당신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두려워요.

그리고 우리 어린 딸과 아들아! 너희도 어린 나이에 잘 참아주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를 나이지만 아빠는 너희가 너무 고맙단다. 우리 딸은 그토록 할머니를 사랑했는데 할머니 치매 걸리신 후로는 지저분한 할머니를 미워하기도 했던 것 안다. 어린이집 과제로 가족 그림을 그릴 적에 할머니도 그리길래 엄마가 ‘할머니도 우리 가족이지?’ 하는 말에 고개 돌려 눈물 흘리던 우리 딸. 네가 할머니를 미워하면 안 되는데 미워하게 되는 마음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구나 싶어 아빠도 눈물이 났단다. 남들은 휴일마다 이곳저곳 놀러다닐 적에 너희는 할머니를 모셔야 해서 소풍도 제대로 다녀보질 못했던 것 안다. 친구들의 나들이 얘기를 들을 때마다 비교됐을 텐데 잘 참아주었구나. 그래서 너희는 아빠의 자랑스런 딸과 아들이란다.

여보, 이렇게 우리 가족은 영원한 한 팀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당신을 만나서, 우리 아이들을 만나서 죽는 순간까지 영원한 내 편이 생겼어요. 이제 조금씩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해요. 행복할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사진과 함께 편지(원고지 6장 분량)로 적어 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는 빕스에서 4인가족 식사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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