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못밝힌 불법사찰 재수사
민정수석실 정말 개입안했나
민정수석실 정말 개입안했나
폭로자엔 “당사자 부인하니…오해”
녹취 “민정 자유롭지 못해”도 묵살 2010년 10월18일 최종석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진수 전 주무관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정문 근처에서 만났다. 최 전 행정관이 같은 해 7월 초 장 전 주무관에게 총리실 하드디스크를 부수라고 채근했던 그 장소였다. 1심 판결을 앞두고 억울해하는 장 전 주무관에게 최 전 행정관은 이렇게 말했다. “겨우 틀어막고 있는데 결론은 뻔한 거 아니야? (당신이 폭로하면)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고 여태까지 검찰이 수사한 것 전부 다 그냥 못 넘어갈 테고…. 그러면 이제 문제는 여기에 관련됐던 모든 사람들이 이제 다 수사선상에 오르고 재수사해야 될 거라고. 그럼 우리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우리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장 전 주무관의 녹음기에는 최 전 행정관의 속타는 육성이 모두 녹음됐다. 당시 최 전 행정관이 지목했던 것처럼 총리실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사건 재수사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곳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다. 총리실의 증거인멸과 검찰 수사 방해, 관련자 입막음 등 사건에 등장하는 온갖 의혹의 진원지가 그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에도 청와대, 특히 민정수석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0년 7월 시작된 검찰 1차 수사의 실패는 민정수석실의 영향력이 발휘된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수사팀은 장 전 주무관이 7월7일 총리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떼어내 경기도 수원의 한 업체에서 디가우싱(영구삭제)을 받을 때 최종석 전 행정관이 건넨 대포폰으로 ‘작업 지시’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을 소환 조사하려 했지만,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의 반대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출장 조사해야 했다. 또 ‘디가우싱’이나 ‘이레이저’ 등 하드디스크 삭제 관련 검색을 한 적이 있는지 최 전 행정관의 컴퓨터 로그기록을 압수수색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당시 최 전 행정관은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뒤 김진모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찾아가 “내가 연루돼 들어가면 민정수석실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라고 사실상 협박했고, 김 비서관이 검찰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찌하여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질책했다고 들었다는 게 장 전 주무관의 증언이다. 최 전 행정관에 대한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이 실제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앞뒤 정황이 들어맞는다. 또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도 최 전 행정관에게서 “민정수석실 김진모·장석명 비서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민정수석실 개입 의혹은 장 전 주무관에 대한 ‘입막음’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4월 항소심에서 기대와 달리 형량이 깎이지 않아 불안해하던 장 전 주무관에게 류충렬 공직복무관리관은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님이 주신 돈”이라며 관봉 5000만원을 건넸다. 류 전 관리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1월 장 전 주무관과의 통화에서 “5(억)에서 10억 사이는 충분히 될 거 같다. 어쨌든 돈은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냐. 믿을 만한 사람은 장 비서관…같은 종씨밖에 없다”며 장 비서관을 계속 거론했다. 장 비서관도 자신이 지시해 지난 2월 청와대 인사 담당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의 취업을 알선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13일 재수사 발표에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며 “증거가 없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진 전 과장이 ‘민정수석실 김·장 비서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은 최 전 행정관의 말을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의 돌파구가 필요했지만 김진모 전 비서관이나 장석명 비서관의 집·사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 등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장 전 주무관의 폭로 움직임이나 증거인멸의 진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 것도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해 7월부터 진 전 과장과 장 전 주무관에게 ‘위로금’을 건넨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검찰에 나와 “이들이 폭로하면 청와대 이미지가 손상된다고 판단해 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1월 총리실 중앙징계위원회에서, 그리고 지난해 6월11일 대법원에 낸 상고이유 보충서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하드디스크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늦춰 잡아도 증거인멸의 ‘진실’을 이 시점에 알았어야 했는데 민정수석실은 그저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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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민정 자유롭지 못해”도 묵살 2010년 10월18일 최종석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진수 전 주무관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정문 근처에서 만났다. 최 전 행정관이 같은 해 7월 초 장 전 주무관에게 총리실 하드디스크를 부수라고 채근했던 그 장소였다. 1심 판결을 앞두고 억울해하는 장 전 주무관에게 최 전 행정관은 이렇게 말했다. “겨우 틀어막고 있는데 결론은 뻔한 거 아니야? (당신이 폭로하면)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고 여태까지 검찰이 수사한 것 전부 다 그냥 못 넘어갈 테고…. 그러면 이제 문제는 여기에 관련됐던 모든 사람들이 이제 다 수사선상에 오르고 재수사해야 될 거라고. 그럼 우리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우리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장 전 주무관의 녹음기에는 최 전 행정관의 속타는 육성이 모두 녹음됐다. 당시 최 전 행정관이 지목했던 것처럼 총리실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사건 재수사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곳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다. 총리실의 증거인멸과 검찰 수사 방해, 관련자 입막음 등 사건에 등장하는 온갖 의혹의 진원지가 그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에도 청와대, 특히 민정수석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0년 7월 시작된 검찰 1차 수사의 실패는 민정수석실의 영향력이 발휘된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수사팀은 장 전 주무관이 7월7일 총리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떼어내 경기도 수원의 한 업체에서 디가우싱(영구삭제)을 받을 때 최종석 전 행정관이 건넨 대포폰으로 ‘작업 지시’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을 소환 조사하려 했지만,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의 반대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출장 조사해야 했다. 또 ‘디가우싱’이나 ‘이레이저’ 등 하드디스크 삭제 관련 검색을 한 적이 있는지 최 전 행정관의 컴퓨터 로그기록을 압수수색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당시 최 전 행정관은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뒤 김진모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찾아가 “내가 연루돼 들어가면 민정수석실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라고 사실상 협박했고, 김 비서관이 검찰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찌하여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질책했다고 들었다는 게 장 전 주무관의 증언이다. 최 전 행정관에 대한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이 실제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앞뒤 정황이 들어맞는다. 또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도 최 전 행정관에게서 “민정수석실 김진모·장석명 비서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민정수석실 개입 의혹은 장 전 주무관에 대한 ‘입막음’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4월 항소심에서 기대와 달리 형량이 깎이지 않아 불안해하던 장 전 주무관에게 류충렬 공직복무관리관은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님이 주신 돈”이라며 관봉 5000만원을 건넸다. 류 전 관리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1월 장 전 주무관과의 통화에서 “5(억)에서 10억 사이는 충분히 될 거 같다. 어쨌든 돈은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냐. 믿을 만한 사람은 장 비서관…같은 종씨밖에 없다”며 장 비서관을 계속 거론했다. 장 비서관도 자신이 지시해 지난 2월 청와대 인사 담당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의 취업을 알선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13일 재수사 발표에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며 “증거가 없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진 전 과장이 ‘민정수석실 김·장 비서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은 최 전 행정관의 말을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의 돌파구가 필요했지만 김진모 전 비서관이나 장석명 비서관의 집·사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 등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장 전 주무관의 폭로 움직임이나 증거인멸의 진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 것도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해 7월부터 진 전 과장과 장 전 주무관에게 ‘위로금’을 건넨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검찰에 나와 “이들이 폭로하면 청와대 이미지가 손상된다고 판단해 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1월 총리실 중앙징계위원회에서, 그리고 지난해 6월11일 대법원에 낸 상고이유 보충서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하드디스크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늦춰 잡아도 증거인멸의 ‘진실’을 이 시점에 알았어야 했는데 민정수석실은 그저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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