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이 정정길(70)·임태희(56) 전 대통령실장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냈다고 3일 밝혔다. 그러나 정 전 실장은 사찰 보고서 보고라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핵심 인물이어서 그에 대한 서면조사는 ‘사찰 윗선’ 수사가 면피성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검찰이 진경락(45·구속기소)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외장하드에서 입수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문건에서는 “브이아이피(VIP·대통령을 뜻함)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비에이치(BH·청와대를 뜻함) 비선→브이아이피(또는 대통령실장)로 하고”라는 내용이 나온다. 지원관실의 비선보고가 이영호(48·구속기소)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정길 당시 대통령실장에게 보고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문건 내용을 종합하면, 정 전 실장은 지원관실의 ‘윗선’ 보고라인에 있으면서 사찰 보고서가 어떻게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는지, 지원관실이 어떻게 비선조직으로 운영됐는지를 소상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실장은 지원관실이 창설되기 전인 2008년 6월에 대통령실장으로 임명돼 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이 불거진 뒤인 2010년 7월에 사직했다. 그러나 검찰은 ‘윗선 보고’ 문건만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할 만한 진술이 없어 그를 소환조사하기는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영호 전 비서관부터 ‘지원관실에서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어 보고라인이 정 전 실장까지 연결이 안 되기 때문에 그를 서면조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의 뒤를 이은 임 전 실장은 2010년 9월,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으로 구속된 이인규(56·재판중)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 전 과장의 가족에게 최종석(42·구속기소)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수백만원의 위로금을 전달해 ‘입막음’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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