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 여행에서 동익이와 엄마의 다정한 한때.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예비 초등학생 동익에게.
이 글이 기사로 나갈 때쯤이면 넌 벌써 입학식을 치르고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어 있겠구나. 2005년 우리 부부에게 왔던 아기 천사가 벌써 ‘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럽고 뿌듯하면서 한편으로 가슴이 먹먹하구나.
태어나서 한시도 엄마 곁을 떠나본 적이 없던 너를, 생후 18개월 만에 할머니 댁으로 보내고 엄마는 회사에 복직을 했지.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는 때면 우리 모자는 주말 상봉도 넘기고 한 달에 한두번 만나 눈에서도, 품에서도 떼지 못하고 붙어 있었고, 일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널 재워놓고 엄마는 몰래 뒤돌아서곤 했어. 또래보다 일찍 말을 시작했던 널 생각하면, 엄마가 걸었던 전화에 조금이라도 의사 표현을 하고 싶어서 애를 썼던 결과다 싶어 마음이 짠하단다. 그때 네가 제일 많이 했던 ‘엄마! 보고 싶어요’란 말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구나.
집으로 온 뒤에도 어린 너는 이모의 도움을 받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녔고, 동생 동헌이가 태어난 뒤로는 조선족 아주머니들과 함께 사는 생활을 하게 됐지. 언어도 서툴고 생활 습관도 다소 다른 아주머니들이 갓난 동헌이에게 집중하는 동안, 동익이 넌 혼자서 샤워도 하고 책도 보고 유치원 숙제도 챙기며 일찍부터 철이 들었지. 그사이 엄마도 회사에서 차장으로, 부장으로 진급을 거듭했단다. 하지만 엄마는 그러는 동안에도 늘 우리 아가들, 특히 동익이 너에게 미안했단다. 언제나 어린 너희들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무거운 짐을 지는 기분이었거든.
3월부터 초등학생이 되는 우리 큰아들을 위해 엄마는 2월29일자로 10년간 열정을 녹여 키워냈던 회사를 떠나려고 해. 엄마가 둘이어서, 집에서 너희들도 봐주고 회사에서 돈도 많이 벌어오면 좋겠지만 어차피 그렇게 될 수 없잖아. 고민하고 또 생각하고, 아빠와도 상의해 본 결과, 엄마가 너희들 곁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는 결론에 이르렀어.
더 일찍 그러지 못해 또 미안할 따름이지만 이제부터는 네 옆에서 이름표도 달아주고 숙제도 봐주고 네가 좋아하는 간식도 만들어 놓고, 집으로 돌아오는 너를 맞을 생각이란다. 할머니도, 이모도, 외할아버지도, 아주머니도 아닌 이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가 사랑으로 동익이를 맞아줄게. 네가 부러워하던 다른 친구들처럼…. 집으로 돌아온 엄마를 환영해 줄 거지? 앞으로는 내내 붙어 있게 될 텐데 우리 잘 지내보자꾸나. 사랑하는 내 아가! 동익아~. 하영아(피알원 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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