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가 충남 공주시 우성면 제찬농장에서 자원순환 방식으로 사육되는 고품질 한우들을 살피고 있다. 충남 논산의 농촌 출신인 안 지사는 “참여정부에서 농업을 챙기지 못했던 것이 아쉬운 일”이라며 “도지사로서 농업에 직을 걸었다”고 말했다. 충남도청 제공
한겨레가 만난 사람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
왜 하필 농업이냐 재선 생각 없냐 소리 듣지만
시장논리 넘어 식량안보·민주주의 위해 필요 바보 노무현의 왼팔로 불렸다. 불법 정치자금을 관리하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에 1년간 실형을 살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로 화려한 복귀에 성공했다. 그리고 ‘농업도지사 안희정’으로 나섰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농업을 바꾸겠다고 ‘무모하게’ 도전했다. 취재를 준비하면서 안희정(47)을 들여다보니, 참 강한 사람이었다. 머리와 ‘완력’을 갖춘 안희정은 충남 논산의 농촌마을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또래 집단에서 ‘권력’을 휘둘렀다. 광주항쟁이 일어난 1980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러시아혁명사> <노동의 역사>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혁명’을 꿈꿨다. 고1짜리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취조를 받고, 제적당했다. 참여정부 때, 정치인 안희정의 강함은 독선으로도 비쳤다. 지난 7일 고품질 한우를 사육하는 충남 공주의 제찬농장에서 안 지사를 만났다. 잘 정비된 농장을 둘러보고, 농가 거실에서 두시간쯤 대화를 나누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도지사 안희정은 솔직하고 부드러웠다. 유난히 신뢰를 강조하고, 농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를 거듭 이야기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하지만 ‘농업도지사 안희정’의 성공을 긍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농업정책은 어렵다. 한국의 친환경 유기농을 이끌어가는 이태근 흙살림 회장이 안 지사 인터뷰에 함께했다. 안희정 농정의 핵심은 3농(농업, 농촌, 농민) 혁신이고, 친환경 유기농이 출발점이다. -왜 농업인가? 도지사이지만, 전국적 정치인이다. 길을 잘못 잡은 것 아닌가? “농업과 교육, 그거 생각하면 늘 마음이 무겁다. 노 대통령과 말씀 나눌 때도, 참여정부 때 그 두가지 챙기지 못했던 것 많이 아쉬워했다. 30년 만에 도지사로 농촌 내려와 현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농촌도 선진국 돼야 진정한 선진국 되는 것 아닌가. 농업과 농촌 문제는, 회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당위라고 생각했다. 겁없이 3농 혁신 선언한 뒤로, 하필 왜 농업이냐, 재선할 생각 없느냐는 말 들었다.(웃음) 하지만 시장논리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가장 그런 분야가 농업이고, 우리가 민주주의 하는 이유도 그런 것 하자는 것이다. 충남의 23만 농촌 가구 중 3분의 2가 65살 이상 고령 농가이다. 농지은행에 논밭 맡기고 농지연금으로 평생 사시라고 할 건가. 그럴 수는 없다. 또 식량안보를 교역논리에만 맡길 수는 없다. 국방과 마찬가지로 접근해야 한다. 농업을 튼튼히 해야, 대한민국이 튼튼하게 오래갈 수 있다.” -처음부터 노 대통령의 봉하마을 구상을 충남에서 구현해 보자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닌가?
“정치라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것이다. 2005년에 감옥 나와서 노 대통령과 가까운 서너명이 식사하던 자리가 기억난다. 내가 교육과 농업 문제 걱정했더니, 속이 상하신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그러면 자네가 내려가서 농사지어’ 하시더라. 국가 운영할 때 교육과 농업을 미처 돌보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을 많이 갖고 계셨다. 아마도 그런 심정이 퇴임한 뒤 봉하마을로 내려가시게 했던 것 아닌가 싶다.” 노 대통령과 안 지사가 참여정부 시절 농업 걱정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태근 흙살림 회장이 ‘만시지탄’을 꼬집었다. -(이태근) 참여정부에서 친환경과 유기농을 앞에 내세웠더라면 우리 농촌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봉하마을 내려가서야 그런 일 하시던데…, 아쉬움이 많다. “나도 안타까운데, 분단국가의 대통령 자리에 서면 농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참여정부의 제1명령은, 서민대통령으로서 특권을 청산하고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검찰 특권과 싸우고, 서울 특권 없애자고 행정수도 추진했고, 그러다가 1년, 또 2년 날렸다. 농업까지 가기에는 5년이 짧았다.” -(이) 먼저 선언하고 밀어붙일 수 있지 않았나? “저탄소 녹색성장을 노 대통령 때 했다고 생각해보자. 성립되지 않는다. 조중동이 관념적이라고 비판했을 것이다. 또하나, 농업을 주요 의제로 함께 끌고 갈 만한 파트너가 없었다. 진보진영은 너무 근본적인 요구를 했다. 혁명정부가 아닌데, 그러면 진퇴양난에 빠진다. 힘을 모아 추진하지 못한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시대의 역량만큼 가는 것 같다. 예전에 아내가 유기농 야채 산다고 했다면, 내가 비싸다고 반대했을 것이다. 이제는 유기농 할 때가 됐다.” -농업·농촌·농민 ‘3농’ 혁신, 참 어려운 과제이다. 무엇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개방 이후 기업화, 규모화, 농업경쟁력 향상을 외치면서 엄청난 농업 투자를 했다. 그런데도 문제는 안 풀리고 농민들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게 보면 농업정책의 내셔널 미니멈(최소한의 국민생활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식량주권에서 또 농가소득에서, 여기까지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그 이상은 내 힘으로 살아갈게, 농민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야 한다. 도지사만 돼도, 노인과 장애인 등 돈 지원해 달라는 곳이 쏟아진다. 농업에 투자하자면, 국민적 합의를 먼저 모아야 한다. 이것은 진보·보수와는 별개의 문제다. 농업 기반을 이 정도까지, 이 작목들은 꼭 지키겠다,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한다. 그리고 농민들 스스로 단결해야 한다. 너도나도 돈 되는 작목 따라가다 보면, 배추 갈아엎는 일 반복하게 된다. 충남의 한우 농가들이 축협으로 뭉쳤기에, 토바우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혁신의 방향을 세가지로 잡고 있다. 먼저, 유기농 중심으로 고품질 농산물 혁신을 이루자는 것이다. 둘째가 유통 혁신인데, 결국 협동조합으로 농민들 단결하자는 것이다. 협동조합으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장기전에서 백전백패한다. 그리고 소비 혁신을 이뤄야 한다. 중산층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내야 한다. 축산 분뇨로 퇴비를 공급하는 자원순환형 친환경단지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학교급식과 생산자들을 묶어, 농산물의 지역순환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역 공간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농업은 농촌 못 살려도, 농촌은 농업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마을 리더 육성이다.” -결국은, 실천이 중요하고 또 성과물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자랑하면 때리더라. 저절로 알려지는게 낫다. 이제 1년 반 됐는데, 크게 성과라고 내세울 것은 없다. 지금도 정책을 시행하면서 계속 논리적 정리를 해나가고 있다. 실천, 그거 생각하다가, 잠 못 드는 날도 있다. 그래도 농업에 관심 두는 도지사가 나을 것이고, 조금은 좋아질 것이라 자위한다. 요즘은, 역시 민주주의다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 농민들이 늘 농협 욕하면서, 선거에서는 또 그 사람 뽑는다. 제도나 정책 바꿔서 좋아질 것 같았으면 진작에 좋아졌을 것이다. 당사자인 농민이 민주주의의 주도력을 갖지 않으면, 또 약간의 시혜 받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단위농협을 통해 농민들이 공동출하하고 수급조절 잘하고 그런 노력 보일 때, 국민들이 농업의 내셔널 미니멈 정하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래야 가장 떳떳하다.” -정부의 농업정책과 아귀가 잘 맞아야 할 텐데, 어떤가? “20세기와 다른 정책적 수요가 있다. 자연을 파괴하거나 자연을 약탈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농업과 축산의 발전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 농림수산식품부의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선거 때마다 찔끔찔끔 농업 살리자 이야기 꺼내면, 나라도 어렵고 국민도 어려워진다. 모든 작목을 다 지키자 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것을 내셔널 미니멈으로 정해 지켜나가야 한다. 내년까지 열심히 해서, 대선 주자들이 농업 공약을 채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충청도에서 표 나온다고 하면, 공약으로 삼지 않겠느냐.” 시장 실패자 보호 감안한 참여정부 FTA 전략
MB정부서 죄다 빼고 부자감세·복지 후퇴시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찬성하는 것처럼 알려졌다. 노 정부의 사람으로서, 또 농업도지사로서, 솔직한 입장을 말해 달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고민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반대투쟁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양질의 제조업 기반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데, 그 대응책으로 개방과 통상의 에프티에이를 추진했던 것이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었다고, 내 입장을 바꾸는 것은… 자신 없었다. 책임을 묻는다면 책임을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식의 밀어붙이기가 정당하냐, 그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감기약에도 항생제와 소화제를 같이 넣는다. 개방으로 이익 보는 쪽과 손해 보는 쪽이 최대한 타협하고, 시장 실패자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 장치가 노 정부 때는 비전2030의 중기정책이었고, 디제이 때는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정책 확대였다. 그런 것이 노 정부 때의 에프티에이 전략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정책을 죄다 뺐다. 부자 감세하고 복지 후퇴시켰다.” -정치 이야기로 돌려보자. 축제의 자리여야 할 민주통합당의 통합 전당대회에서 또 구태가 벌어졌는데…. “못 볼 꼴 보여드려 죄송하다. 연단 아래에서 지켜보면서 마음이 참담했다. 그래도 과거 각목사태와 비교하면 지금은 당원들끼리 몸싸움 정도이다. 또 책임있는 정당 지도부들이 만장일치로 결론을 추인할 수 있다는 것은, 조금씩 좋아지는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우리는 아직도 다수파와 소수파로 엇갈릴 때 합리적으로 문제를 잘 풀어나가지 못한다. 민주주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소수파는 타협의 틀 안에서 자기주장 내놓기 싫어한다. 다수결을 승인하는 사회가 돼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다만, 어떤 다수파라도 사회의 합리적인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 그게 아닌 다수파의 행사는 폭력이다.” 이태근 회장이 다시 농업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농민에 ‘최소한의 생활수준’ 보장해주도록 해야
내년 대선주자들 농업공약 채택하게 만들고파 -(이) 네이버 카테고리에 들어가 보면, 농업이 빠져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농업의 소외가 심하다. 친환경 유기농이 충남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답은 분명하다. 논두렁에 우렁이가 살고 그 물로 벼농사 지었다, 그 정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소비자들이 더 많이 지출할 수 있는 핑곗거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농민들이 먼저 그런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농민들 손을 잡을 수 있을지, 참 고민이다. 하지만 자칫 이게 옳네 그르네 가르치려 들다가는 가장 중요한 신뢰를 놓치게 된다. 안희정이는 우리 편이야, 가장 먼저 이게 돼야 한다. 농업도지사에 목을 걸었다, 그렇게 말하고 다닌다. 시장에서 잘나가는 분야는 정치하는 사람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 기업은 정부가 방해하지 않는 것으로 족하고, 그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문제는 그렇지 않다. 정부가 함께 가야 한다. 지역 행사에 갔다가 ‘정치하는 놈들 다 그놈이 그놈인데, 나 그런 놈 안 될게요, 당신들 옆에 있을게요’ 했더니, 어떤 아줌마가 ‘그 말대로 하기는 힘들기여’ 하더라. 그 중간 어딘가에 3농 혁신의 제자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인터뷰/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시장논리 넘어 식량안보·민주주의 위해 필요 바보 노무현의 왼팔로 불렸다. 불법 정치자금을 관리하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에 1년간 실형을 살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로 화려한 복귀에 성공했다. 그리고 ‘농업도지사 안희정’으로 나섰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농업을 바꾸겠다고 ‘무모하게’ 도전했다. 취재를 준비하면서 안희정(47)을 들여다보니, 참 강한 사람이었다. 머리와 ‘완력’을 갖춘 안희정은 충남 논산의 농촌마을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또래 집단에서 ‘권력’을 휘둘렀다. 광주항쟁이 일어난 1980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러시아혁명사> <노동의 역사>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혁명’을 꿈꿨다. 고1짜리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취조를 받고, 제적당했다. 참여정부 때, 정치인 안희정의 강함은 독선으로도 비쳤다. 지난 7일 고품질 한우를 사육하는 충남 공주의 제찬농장에서 안 지사를 만났다. 잘 정비된 농장을 둘러보고, 농가 거실에서 두시간쯤 대화를 나누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도지사 안희정은 솔직하고 부드러웠다. 유난히 신뢰를 강조하고, 농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를 거듭 이야기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하지만 ‘농업도지사 안희정’의 성공을 긍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농업정책은 어렵다. 한국의 친환경 유기농을 이끌어가는 이태근 흙살림 회장이 안 지사 인터뷰에 함께했다. 안희정 농정의 핵심은 3농(농업, 농촌, 농민) 혁신이고, 친환경 유기농이 출발점이다. -왜 농업인가? 도지사이지만, 전국적 정치인이다. 길을 잘못 잡은 것 아닌가? “농업과 교육, 그거 생각하면 늘 마음이 무겁다. 노 대통령과 말씀 나눌 때도, 참여정부 때 그 두가지 챙기지 못했던 것 많이 아쉬워했다. 30년 만에 도지사로 농촌 내려와 현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농촌도 선진국 돼야 진정한 선진국 되는 것 아닌가. 농업과 농촌 문제는, 회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당위라고 생각했다. 겁없이 3농 혁신 선언한 뒤로, 하필 왜 농업이냐, 재선할 생각 없느냐는 말 들었다.(웃음) 하지만 시장논리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가장 그런 분야가 농업이고, 우리가 민주주의 하는 이유도 그런 것 하자는 것이다. 충남의 23만 농촌 가구 중 3분의 2가 65살 이상 고령 농가이다. 농지은행에 논밭 맡기고 농지연금으로 평생 사시라고 할 건가. 그럴 수는 없다. 또 식량안보를 교역논리에만 맡길 수는 없다. 국방과 마찬가지로 접근해야 한다. 농업을 튼튼히 해야, 대한민국이 튼튼하게 오래갈 수 있다.” -처음부터 노 대통령의 봉하마을 구상을 충남에서 구현해 보자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닌가?
“정치라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것이다. 2005년에 감옥 나와서 노 대통령과 가까운 서너명이 식사하던 자리가 기억난다. 내가 교육과 농업 문제 걱정했더니, 속이 상하신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그러면 자네가 내려가서 농사지어’ 하시더라. 국가 운영할 때 교육과 농업을 미처 돌보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을 많이 갖고 계셨다. 아마도 그런 심정이 퇴임한 뒤 봉하마을로 내려가시게 했던 것 아닌가 싶다.” 노 대통령과 안 지사가 참여정부 시절 농업 걱정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태근 흙살림 회장이 ‘만시지탄’을 꼬집었다. -(이태근) 참여정부에서 친환경과 유기농을 앞에 내세웠더라면 우리 농촌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봉하마을 내려가서야 그런 일 하시던데…, 아쉬움이 많다. “나도 안타까운데, 분단국가의 대통령 자리에 서면 농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참여정부의 제1명령은, 서민대통령으로서 특권을 청산하고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검찰 특권과 싸우고, 서울 특권 없애자고 행정수도 추진했고, 그러다가 1년, 또 2년 날렸다. 농업까지 가기에는 5년이 짧았다.” -(이) 먼저 선언하고 밀어붙일 수 있지 않았나? “저탄소 녹색성장을 노 대통령 때 했다고 생각해보자. 성립되지 않는다. 조중동이 관념적이라고 비판했을 것이다. 또하나, 농업을 주요 의제로 함께 끌고 갈 만한 파트너가 없었다. 진보진영은 너무 근본적인 요구를 했다. 혁명정부가 아닌데, 그러면 진퇴양난에 빠진다. 힘을 모아 추진하지 못한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시대의 역량만큼 가는 것 같다. 예전에 아내가 유기농 야채 산다고 했다면, 내가 비싸다고 반대했을 것이다. 이제는 유기농 할 때가 됐다.” -농업·농촌·농민 ‘3농’ 혁신, 참 어려운 과제이다. 무엇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개방 이후 기업화, 규모화, 농업경쟁력 향상을 외치면서 엄청난 농업 투자를 했다. 그런데도 문제는 안 풀리고 농민들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게 보면 농업정책의 내셔널 미니멈(최소한의 국민생활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식량주권에서 또 농가소득에서, 여기까지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그 이상은 내 힘으로 살아갈게, 농민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야 한다. 도지사만 돼도, 노인과 장애인 등 돈 지원해 달라는 곳이 쏟아진다. 농업에 투자하자면, 국민적 합의를 먼저 모아야 한다. 이것은 진보·보수와는 별개의 문제다. 농업 기반을 이 정도까지, 이 작목들은 꼭 지키겠다,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한다. 그리고 농민들 스스로 단결해야 한다. 너도나도 돈 되는 작목 따라가다 보면, 배추 갈아엎는 일 반복하게 된다. 충남의 한우 농가들이 축협으로 뭉쳤기에, 토바우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혁신의 방향을 세가지로 잡고 있다. 먼저, 유기농 중심으로 고품질 농산물 혁신을 이루자는 것이다. 둘째가 유통 혁신인데, 결국 협동조합으로 농민들 단결하자는 것이다. 협동조합으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장기전에서 백전백패한다. 그리고 소비 혁신을 이뤄야 한다. 중산층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내야 한다. 축산 분뇨로 퇴비를 공급하는 자원순환형 친환경단지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학교급식과 생산자들을 묶어, 농산물의 지역순환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역 공간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농업은 농촌 못 살려도, 농촌은 농업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마을 리더 육성이다.” -결국은, 실천이 중요하고 또 성과물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자랑하면 때리더라. 저절로 알려지는게 낫다. 이제 1년 반 됐는데, 크게 성과라고 내세울 것은 없다. 지금도 정책을 시행하면서 계속 논리적 정리를 해나가고 있다. 실천, 그거 생각하다가, 잠 못 드는 날도 있다. 그래도 농업에 관심 두는 도지사가 나을 것이고, 조금은 좋아질 것이라 자위한다. 요즘은, 역시 민주주의다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 농민들이 늘 농협 욕하면서, 선거에서는 또 그 사람 뽑는다. 제도나 정책 바꿔서 좋아질 것 같았으면 진작에 좋아졌을 것이다. 당사자인 농민이 민주주의의 주도력을 갖지 않으면, 또 약간의 시혜 받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단위농협을 통해 농민들이 공동출하하고 수급조절 잘하고 그런 노력 보일 때, 국민들이 농업의 내셔널 미니멈 정하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래야 가장 떳떳하다.” -정부의 농업정책과 아귀가 잘 맞아야 할 텐데, 어떤가? “20세기와 다른 정책적 수요가 있다. 자연을 파괴하거나 자연을 약탈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농업과 축산의 발전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 농림수산식품부의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선거 때마다 찔끔찔끔 농업 살리자 이야기 꺼내면, 나라도 어렵고 국민도 어려워진다. 모든 작목을 다 지키자 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것을 내셔널 미니멈으로 정해 지켜나가야 한다. 내년까지 열심히 해서, 대선 주자들이 농업 공약을 채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충청도에서 표 나온다고 하면, 공약으로 삼지 않겠느냐.” 시장 실패자 보호 감안한 참여정부 FTA 전략
MB정부서 죄다 빼고 부자감세·복지 후퇴시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찬성하는 것처럼 알려졌다. 노 정부의 사람으로서, 또 농업도지사로서, 솔직한 입장을 말해 달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고민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반대투쟁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양질의 제조업 기반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데, 그 대응책으로 개방과 통상의 에프티에이를 추진했던 것이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었다고, 내 입장을 바꾸는 것은… 자신 없었다. 책임을 묻는다면 책임을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식의 밀어붙이기가 정당하냐, 그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감기약에도 항생제와 소화제를 같이 넣는다. 개방으로 이익 보는 쪽과 손해 보는 쪽이 최대한 타협하고, 시장 실패자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 장치가 노 정부 때는 비전2030의 중기정책이었고, 디제이 때는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정책 확대였다. 그런 것이 노 정부 때의 에프티에이 전략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정책을 죄다 뺐다. 부자 감세하고 복지 후퇴시켰다.” -정치 이야기로 돌려보자. 축제의 자리여야 할 민주통합당의 통합 전당대회에서 또 구태가 벌어졌는데…. “못 볼 꼴 보여드려 죄송하다. 연단 아래에서 지켜보면서 마음이 참담했다. 그래도 과거 각목사태와 비교하면 지금은 당원들끼리 몸싸움 정도이다. 또 책임있는 정당 지도부들이 만장일치로 결론을 추인할 수 있다는 것은, 조금씩 좋아지는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우리는 아직도 다수파와 소수파로 엇갈릴 때 합리적으로 문제를 잘 풀어나가지 못한다. 민주주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소수파는 타협의 틀 안에서 자기주장 내놓기 싫어한다. 다수결을 승인하는 사회가 돼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다만, 어떤 다수파라도 사회의 합리적인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 그게 아닌 다수파의 행사는 폭력이다.” 이태근 회장이 다시 농업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농민에 ‘최소한의 생활수준’ 보장해주도록 해야
내년 대선주자들 농업공약 채택하게 만들고파 -(이) 네이버 카테고리에 들어가 보면, 농업이 빠져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농업의 소외가 심하다. 친환경 유기농이 충남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답은 분명하다. 논두렁에 우렁이가 살고 그 물로 벼농사 지었다, 그 정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소비자들이 더 많이 지출할 수 있는 핑곗거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농민들이 먼저 그런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농민들 손을 잡을 수 있을지, 참 고민이다. 하지만 자칫 이게 옳네 그르네 가르치려 들다가는 가장 중요한 신뢰를 놓치게 된다. 안희정이는 우리 편이야, 가장 먼저 이게 돼야 한다. 농업도지사에 목을 걸었다, 그렇게 말하고 다닌다. 시장에서 잘나가는 분야는 정치하는 사람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 기업은 정부가 방해하지 않는 것으로 족하고, 그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문제는 그렇지 않다. 정부가 함께 가야 한다. 지역 행사에 갔다가 ‘정치하는 놈들 다 그놈이 그놈인데, 나 그런 놈 안 될게요, 당신들 옆에 있을게요’ 했더니, 어떤 아줌마가 ‘그 말대로 하기는 힘들기여’ 하더라. 그 중간 어딘가에 3농 혁신의 제자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인터뷰/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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