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침해 실태 보고서 사례
군생활 어려워 커밍아웃했더니 군의관이 증거 동영상 요구해
편지 들켜 원치 않은 커밍아웃, 병원서 “호모가 왔다” 말 들어
군생활 어려워 커밍아웃했더니 군의관이 증거 동영상 요구해
편지 들켜 원치 않은 커밍아웃, 병원서 “호모가 왔다” 말 들어
동성애자 김경환(30)씨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위해 캐나다에 망명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침해 실태를 다룬 보고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2004년 군에 입대한 동성애자 ㄱ씨는 훈련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지휘관에게 상담을 청해 커밍아웃을 했다. 그러나 비밀을 지켜준다는 약속과는 달리 곧 소문이 돌았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 속에 ㄱ씨는 결국 국군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동시에 원하지 않게 부모에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한달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야 했다. 군의관에게 전역을 부탁했을 때 돌아온 답은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을 찍어오라”는 것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발간한 ‘성적소수자 인권 기초현황조사’에 나온 내용이다. 군대 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정부 실태조사는 이 보고서가 유일하고 그나마도 보고서의 일부분으로 다뤄졌을 뿐이다.
다른 동성애자 ㄴ씨는 이등병 시절 선임병이 자신의 편지를 먼저 뜯어 읽어버리는 바람에 원치 않게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다. 그 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국군 창동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1개월 반가량 생활하게 되었는데 사람들로부터 “호모가 왔다”는 말을 들어야 했고 첫 3일간은 독방에 격리되기도 했다. 역시 동의 없이 부모에게까지 이런 사실이 알려진 ㄴ씨는 부모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밝혔다. 동성애자로서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만기제대를 했다는 ㄴ씨는 제대 뒤에도 한동안 불안과 수치심에 시달려야 했다.
보고서는 동성 사이 성폭력 행위를 처벌하는 군 형법 제92조가 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92조는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계간’이라는 단어 자체가 동성 간 성행위를 변태행위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강제와 합의를 똑같은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남성 사이 성폭력을 ‘추행’으로만 보고 ‘성폭행’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피해자 보호에 걸림돌이라고 비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005년 이후 실태조사가 없었다는 것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야 할 국가인권위를 비롯한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들의 관심이 얼마나 낮은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대체복무제 도입과 동성애를 차별하는 군형법 개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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