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 난민인정’ 김경환씨
“전쟁에 반대하는 신념이 보편적 가치인데도 그것 때문에 감옥에 가야 하는 불합리한 한국 상황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위해 캐나다로 망명을 한 김경환(30)씨는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망명을 선택하게 된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군대에 대한 자신의 신념이 어릴 때부터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경기 북부의 휴전선 근처 도시에서 살던 그는 집 근처에 군부대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군대의 실상을 겪었고, 반공교육을 받으면서 평화주의 신념이 생겼다고 한다.
이와 함께 그가 동성애자로서 겪은 차별과 인권침해도 병역을 거부하기로 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씨는 대학 시절 교내 성소수자 모임을 통해 동성애자들이 군대에서 핍박받는 현실을 소상히 알게 됐다. 그는 “군대에서는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취급했고, 심지어 성폭행을 당해도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차별당하고 따돌림받는 게 싫고 무서워 숨겨야 했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군대에서 후임병이 상사한테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았다가, 군대 전체에 퍼져 집단 따돌림을 받은 한 군인의 사례를 신문 기사에서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그러나 병역을 거부하기로 한 뒤,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오직 감옥에 가는 것뿐이었다. 김씨는 “나의 뜻이 잘못된 게 아닌데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오랜 고민 끝에 망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입영을 앞둔 2006년 6월, 그는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보호 의식이 높은 캐나다로 가 난민 신청을 했다. 그 뒤 난민 지위를 받기까지 3년 동안 식당 서빙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다. 김씨는 “힘든 시기였지만, 이 선택을 하지 않으면 평생 육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9년 7월 드디어 난민 지위를 받아 영주권을 얻었다. 그는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던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된 사실이 가장 벅찼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바텐더로 일하면서 대학에서 회계학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면 인권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며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지만 만약 이 선택을 안 했다면 나중에 후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병역법은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적 양심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다.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등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820명에 이른다. 군형법도 군대 내 동성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도 완강하긴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에 이어 지난 8월에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지난 3월 군형법의 동성애 처벌 조항을 두고서도 합헌 결정을 했다. 김씨는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나 같은 사람의 생각이 받아들여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우리나라 병역법은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적 양심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다.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등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820명에 이른다. 군형법도 군대 내 동성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도 완강하긴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에 이어 지난 8월에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지난 3월 군형법의 동성애 처벌 조항을 두고서도 합헌 결정을 했다. 김씨는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나 같은 사람의 생각이 받아들여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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