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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농협조합 150곳 이상, 중앙회 ‘돈줄’ 끊길땐 적자

등록 2011-11-14 20:28수정 2011-11-14 22:41

무이자자금 비밀집행의 ‘그늘’
지역 976곳 대부분 표면상 흑자로 보여
조합장들, 농가수익 향상 대신 정치만
대다수 중소농 조합원은 갈수록 가난
전국 농협 조합 970여곳 가운데 150~200곳은 농협중앙회의 무이자 자금 지원에 기대서야 적자 상태를 모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농협중앙회가 펴낸 ‘조합경영계수 요람’과 <한겨레>가 입수한 조합별 지원 내역을 종합해보면, 무이자 자금이 끊길 경우 지역조합 976곳 가운데 150곳 이상이 적자 상태로 떨어져 독자 생존이 위태로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료에서 빠진 축산·원예 등의 품목 조합까지 포함하면 적자 전환 위기에 놓일 조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협 공식 자료에서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조합이 단 15곳뿐이다.

농협중앙회 회원지원부 관계자는 “무이자 자금 중단 때 적자로 반전되는 조합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0~200곳에 이른다”고 확인했다. 그는 “그러나 무이자 자금 지원이 없다면 많은 조합들이 적자 폭을 줄이려 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 적자에 빠질 조합 수는 그에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자 조합장, 가난한 농민 표면상 흑자이므로 해당 조합장들은 당연히 연봉 인상과 보너스까지 누린다. 비상임 조합장까지 포함한 전체 조합장의 평균 연봉은 7800만원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상임 조합장들만 따로 계산하면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상당수 조합장이 정치에 매달리고 농민을 위한 사업에 전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대표는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적자가 나도, 정치적으로 중앙회 ‘공짜돈’을 받아낼 수 있으니까, 사업을 형식적으로 하는 조합장들이 생긴다”며 “무이자 자금이 경제사업을 왜곡하고 도덕적 해이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조합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농의 형편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도농간 소득격차는 2005년 88%에서 2009년 75%로 악화됐으며, 농가의 교역조건은 2005년 100에서 2009년 83.8로 크게 떨어졌다. 2005년에 100원어치 농산물을 팔아 100원어치 농기계와 비료를 구입할 수 있었다면, 2009년에는 83원어치밖에 살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 무이자 자금이 경제사업 왜곡 문제는 당장 경영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합장들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제사업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병폐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농가를 잘 조직해 농산물 판매 사업(경제사업)의 성과를 내는 조합장이 선거에서 당선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농협중앙회로부터 무이자 자금을 많이 받아오는, 정치 잘하는 조합장이 오히려 더 인정받곤 한다.

경북지역의 한 조합 대의원은 “민간기업보다 직원을 갑절 많이 두고, 생산성은 절반에 못 미친다. 그러니 경쟁이 되겠나. 조합장들이 사명 갖고 농민 살리려는 게 아니라, 자기 권력과 자리 유지에만 신경 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이자 자금의 운용구조도 경제사업의 발목을 잡는다. 신용사업에 쓰는 자금은 무이자 조달이 되지만, 경제사업에 쓰는 자금은 일정한 차입 금리를 부담하게 돼 있다. 조합이 ‘돈놀이에만 신경 쓰고 농민들 경제사업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 유럽에서는? 대안은? 무이자 자금, 이 가운데서도 4조원의 조합 상호지원자금은 ‘착한 협동조합 자금’이다. 유럽 여러나라의 협동조합들도 비슷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라보방크’는 100년 이상 차곡차곡 쌓은 30조원의 내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 자금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이라는 명성을 유지하며 농민들과 중소기업들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한다.

우리 농협의 조합 상호지원자금 또한 농민 조합원들의 쌈짓돈에서 불어난 소중한 자금이다. 농협 개혁의 주창자들은 조합 상호지원자금 4조원부터, 농산물 판매 등 경제사업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협 개혁은 ‘중앙회가 조합 상호지원자금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조합 상호지원자금을, 개정 농협법이 발효되는 내년 3월 이후 금융지주회사와 분리될 예정인 ‘농협 경제지주회사’의 자본금으로 돌리겠다”며 “나머지 무이자 자금은 농민단체와 학계 인사들이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올해 조합 상호지원자금을 포함한 ‘무이자 자금’ 지원 총액이 지난해보다 8000억원가량 늘어난 8조300억원이라고 이날 밝혔다. 중앙회는 외부 인사를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자금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강화해 특혜 시비를 불식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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