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지원금 중단땐 지역조합 150~200곳 적자
전국 농협 조합 970여곳 가운데 150~200곳은 농협중앙회의 무이자 자금 지원에 의존하고서야 적자 상태를 모면해 흑자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농협중앙회가 펴낸 ‘조합경영계수 요람’의 조합별 경영 실적과 <한겨레>가 입수한 조합별 무이자 자금 지원 내역을 종합해 보면, 무이자 자금이 끊기면 지역조합 976곳 가운데 150곳 이상이 적자 상태로 떨어져 독자 생존이 위태로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료에서 빠진 축산·원예 등의 품목 조합까지 포함하면, 적자 전환 위기에 놓일 조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협 공식자료를 보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조합은 단 15곳에 그쳤다.
농협중앙회 회원지원부 관계자는 “무이자 자금을 중단하면 적자로 반전되는 조합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0~2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확인했다. 그는 “그러나 무이자 자금 지원이 없다면 많은 조합들이 불요불급한 사업을 축소하면서 적자 폭을 줄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적자 상태에 빠질 조합 수는 그에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의 전체 회원 조합은 시·읍·면지역을 거점을 삼은 지역조합들과 축산·원예 쪽의 품목조합을 합쳐 모두 1171곳이다.
적자 조합으로 전락하면 농협 내부 규정에 따라 합병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이자 자금을 받아서라도 흑자 상태를 유지하면 합병 위기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꽤 높은 연봉을 받는 회원 조합의 조합장들은 보너스도 누릴 수 있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올해 조합 상호지원자금을 포함한 ‘무이자 자금’ 지원 총액이 지난해보다 8000억원가량 늘어난 8조300만원이라고 이날 밝혔다. 중앙회는 외부 인사를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자금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강화해 특혜 시비를 불식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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