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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언론 집중조명 그후… “너, 도가니지?”

등록 2011-09-29 21:46수정 2011-09-29 22:50

피해자들 ‘또다른 고통’
“취재전화 하루 1700통”
차분한 대응·제도개선 필요
“네가 ‘도가니’지?”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광주광역시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이 다시 가슴을 졸이고 있다. 잇따른 언론 보도로 피해자들의 공부방과 그룹홈 등 생활공간이 거의 노출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한 피해자는 누군가 자신의 책상에 써붙인 이 글귀를 보고 심한 충격을 받아 힘들어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남들이 알아볼까봐, 상처가 덧날까봐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숨을 죽이고 있다.

29일 오후 1시30분께 인화학교 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의 사무실 구실을 해온 광주 서구 홀더공동체 지역아동센터(공부방). 평소 같으면 점심식사를 마친 공부방 교사들과 동네 학생들로 떠들썩했을 센터 안엔 적막감이 감돌았다. 2005년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이후 피해 장애학생 11명을 보살펴온 이 센터의 창문엔 이 사건을 한마디로 압축한 듯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마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어구만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이었다. 언론의 집요한 취재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일제히 자리를 비웠고, 청각장애인 교사 1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06년 인화학교를 졸업한 교사 이안영(25)씨는 필담으로 “후배들이 영화나 보도를 보고 많이 울고 힘들어한다”며 “센터에 왔다가도 낯모르는 사람을 보면 이리저리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개봉 이후 일주일 넘게 언론과 누리꾼의 관심이 과도하게 이어지자 자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밀착 취재가 부담스러움을 넘어 ‘또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책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잊혀져 가는 사건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했지만,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피해 학생과 가족들의 아픈 기억이 다시 되살려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순간적이고 일회적인 관심보다는 차분하고 진지한 고민들을 함께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대책위 쪽은 이런 입장을 발표한 뒤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박찬동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취재를 거부하기 이전 통화에서 “26일 하루에만 전화가 1700통 걸려올 정도여서 업무 마비 상태”라며 “언론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쓰고 싶은 것만 쓰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언론들의 최근 보도 태도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시민들도 있다. 신성진(50)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영화를 계기로 흥미 위주의 보도를 하는 경향이 짙다”며 “시야를 넓혀서 장애인 인권의 사각지대를 조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바랐다. ▶5면으로 이어짐


광주/안관옥 정대하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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