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마을의 가을
서울의 몇 남지 않은 달동네인 홍제동 ‘개미마을’에도 가을빛이 가득하다.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가파르게 자리잡은 이 마을은 210여가구 주민 중 많은 이들이 일용직 노동자이거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이들은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마을 곳곳에 이들이 기른 배추, 상추, 호박, 깨, 부추 등 먹거리가 초록빛으로 자라고 있다. 2009년부터 진행된 공공프로젝트에 참여한 미대생들이 담장과 벽에 그린 그림들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마을 전체가 가을 속 갤러리다. 추분을 이틀 앞둔 21일 오전 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강아지가 벽화 속 멍멍이를 친구로 알고 달려들다 놀란다. “앗, 그림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