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3돌] 행복 365
의료인·주민 출자 병원
환자 상태 따라 식단 짜
의료인·주민 출자 병원
환자 상태 따라 식단 짜
우리나라 첫 채식의료생활협동조합이 떴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의정부시 청소년회관에서 닻을 올린 ‘채식의료생협’은 ‘약 대신 밥상’을 모토로 삼는 의료인과 지역주민들의 협동조합이다. 환자가 운영의 주체가 되고 치료의 주인이 되는 병원을 만들자는 데 뜻을 같이한 의료진 3명과 환자 등 331명이 출자금을 내 만들었다.
이 의료생협의 꽃씨를 틔운 이는 신우섭 오뚝이재활클리닉 원장이다. 신 원장은 그 자신이 우유·달걀·유제품조차도 먹지 않는 비건이자, ‘채식 전도사’로도 이름이 높다. 채식 의료인들의 모임인 ‘베지닥터’ 회원이기도 하다.
신 원장은 “몸에 에너지를 주는 현미, 태양이 만든 소금, 절이거나 말린 채소 등이 건강식의 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먹는 것을 치료의 한 과정이라 여긴다. 그래서 회진 때 영양사와 함께 환자들의 상태를 보면서 식단을 짜고 이를 실천하게 하면서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하는 해독요법(디톡스)을 쓴다.
신 원장은 “환자가 대형병원 같은 의료시스템의 일방적 치료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의료 소비자로서 스스로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식의료생협은 앞으로 병원과 함께 식당을 열고 식생활 개선운동을 해나가는 한편, 성인병 예방과 조기발견을 위한 무료검진, 보건학교, 체조교실, 채식요리모임,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직거래 등을 할 예정이다.
신 원장은 “우리에 이어 채식의료생협을 창립하겠다는 의료인들이 늘고 있다”며 “식생활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병을 고치려는 의료문화가 확산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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