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씨에게 새 진보정당의 이념성에 대해 묻자 “당신 사회주의자냐고 묻는 건 종교가 뭐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20세기식 잣대로 정체성을 규정하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부연설명. “지난해 스웨덴 집권 우파연합의 공약을 보니 민노당 초기 강령과 비슷했다. 사회주의의 이상은 언젠가는 우리 우파들에게도 공약이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의 트위터는 최근 팔로잉과 팔로어가 10만명을 돌파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 재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배우 문성근씨가 야권 단일정당 건설을 위한 ‘백만 민란’ 운동의 깃발을 들었고, 민주당에서도 야권통합과 선거연합을 겨냥한 ‘진보개혁모임’이 최근 결성됐다. 진보진영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포함한 전체 진보진영을 아우르는 새로운 정당 출범이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정파를 떠나 민주화운동세력이라는 같은 뿌리를 가진 야권의 공감대는 ‘최대 야권통합 최소 선거연합’으로 모아지는 듯하다. 문제는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이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와의 만남은 이런 흐름 속에 있다. 그는 1970~80년대 민주화운동가들 가운데 보수정당의 자장력에 끌려들어가지 않고 진보정당의 가시밭길을 자처한 이른바 ‘과학적 사회변혁운동’ 1세대로서, 현 야권대통합 논의의 중요한 한 축이다. 서울 최초의 진보정당 국회의원 당선을 목표로 하는 현실정치인이기도 한 그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화진영 전체의 강력한 연합전선 구축을 희망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 있는 마들연구소에서 지난 3일 있었다.
인터뷰/이인우 기획위원 iwlee21@hani.co.kr
진보의 판을 다시 짜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재결합을 포함해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 창당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
“사회당 등 3개 정당과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다섯개가 지난 1월부터 ‘진보대통합을 위한 연석회의’를 시작했다. 진보신당은 오는 27일 당대회를 열어 통합의 대원칙을 천명하고 논의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민노당도 6월께 당대회를 열어 통합을 공식화할 것으로 안다. 다른 단체들도 있고, 두 당 모두 당내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통합 자체는 대세라고 본다. 따라서 창당은 가능한 한 여름을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통합을 위해 두 당이 생각하는 조건들이 있을 텐데. “과거를 따지는 채무청산 식의 퇴행적인 조건은 없었으면 한다. 민노당 분당의 배경 중 하나가 패권주의였다. 제도적인 장치로서 당내 패권주의 발호를 차단하는 안전망이 꼭 필요하다. 이른바 ‘종북주의’에 대한 시비 소지도 차단해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는 비방과 딱지 붙이기 같은 일은 사절하고 상호 이해와 설득을 위한 노력을 다했으면 한다. 새로운 참여희망자에게는 과거 어느 정당에 속했는지, 어느 정권에서 일했는지 묻지 말도록 하자.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정체성만 확인된다면 오겠다는 사람을 굳이 마다할 게 있겠는가. 정책의 면에서는 ‘노동 있는 복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 정치개혁, 특히 선거제도 혁신 요구를 강하게 밀고 갈 수 있는 의지가 담겼으면 좋겠다.” 대선때 ‘페이퍼정당’ 만들어 후보단일화를
선거제 개혁 약속하면 모든것 양보할수 있어
진보정당 대통합, 패권·종북 시비 차단하고
정체성 지키면서 ‘노동있는 복지’ 구현 필요 -국민참여당(이하 참여당)과의 통합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유시민씨는 왜 초청장을 보내지 않느냐고 하던데. “공식적으로 특정인, 특정당을 배제한 적은 없다. 사람만 놓고 보면 참여당 쪽 분들이 우리 진보진영과 가장 가깝다. 문제는 집단으로서 참여당의 이미지와 정체성이다. (통합에 따른) 평가의 대상은 그것이 될 테니까. 핵심은 참여당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통합에 대한 결단을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다. 우리 쪽에서도 진보의 정체성을 고수하느냐, 이념적으로 가장 가까운 자유주의 세력과 합치느냐 하는 문제는 결론이 난 게 아니지만, 대체적인 견해는 진보의 정체성을 지켜가자는 쪽이다. 당장은 힘에 부치고 세불리하더라도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미래를 위해 기본 기치만큼은 그대로 들고 가자는 거다.” -개인적인 견해도 그런가? “유시민씨는 자꾸 나보고 진보와 자유주의가 함께 못 갈 게 뭐 있냐고 하지만, 그건 연합이나 연정인 경우에 그렇고, 살림을 합친 예는 거의 드물다. 영국의 노동당, 창당해서 다수당으로 집권하는 데 30년이 걸렸고, 가깝게는 룰라의 브라질 노동자당도 20년 걸렸다. 그들도 집권까지 간난신고를 겪으면서도 진보의 기본 기치를 끝까지 들고 갔다. 정서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가장 가까운 사이였는데도, 이라크 파병, 한-미 에프티에이, 새만금 문제 등 얼마나 갈등이 많았나? 지난 시기의 정체성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냥 서로 어깨동무하며 지내는 좋은 이웃 정도가 낫지 않을까?” -당대당 통합이 안되더라도 차후 선거연합은 확실히 유리해 보이는데…. “선거연합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보수정당이 정파간의 이합집산에 지나치게 능한 반면 진보정당은 지나치게 무겁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를 위한 일시적인 연합이나 연대조차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어쨌든 통합 논의는 그것대로 시대 흐름에 맞춰 계속해 가는 한편에서 전략적 제휴의 길도 모색하는 게 현실적인 사고다. 선거연합의 결과가 좋으면 의석이 늘어 좋고, 의정활동에서도 최고의 파트너가 되지 않겠나? 만약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수준까지 된다면, 두 당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짝이다.” 야권 대통합의 길 -야권이 대동단결해 내년 대선에서 단일후보로 한나라당과 맞서자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씨에 맞서려면 후보단일화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하지만 정치적 합의가 쉽지 않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는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누가 자진해 양보하겠는가? 설사 정당 합의로 후보단일화를 한다 해도 국민들이 마냥 박수칠까? 민주당 후보를 국민경선 한다고 속된 말로 흥행이 되겠나? 진보진영도 마찬가지고. 그런 단일후보가 박근혜씨와 맞짱 떠 승산이 있을까? 결국 정답은 국민들의 호응 여부다. 그것도 열광적인. 국민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려면 야권 후보 전체를 국민경선 해야 한다. 그 자체로도 경사고 국민들에게도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다. 야권 전체가 경선에 나서면 국민 100만명도 모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경선 참여 100만명이면 선거판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정당 간에 후보단일화는 선거법상 안 되잖나? “그렇다. 그래서 선거법 개정안도 올라가 있지만, 당장은 임시방편이라도 쓸 수밖에 없다. 그게 이른바 가설정당, 또는 페이퍼정당 안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내년 총선부터 국민경선 시스템을 아예 정당으로 등록하는 거다. 민주당이든 진보정당이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후보들을 이 당에 당원으로 등록하고 여기서 뽑힌 단일후보는 이 당 후보로 출마하면 된다. 당명도 야권단일후보 또는 야권통합당 등으로 하면 국민들도 알기 쉽다. 선거 끝나면 물론 각자 자기 당으로 복귀한다. 지금 야권단일후보가 나오면 찍겠다는 여론이 60%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그 여세를 몰아 대선까지 후보단일화하는 거다. 문제는 시간이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결론이 나야 내년 총선에 임할 수 있다. 야권통합의 대의에 공감한다면 망설일 이유가 있는가? 각 당은 빨리 입장을 내놓자. ” -야권 대통합을 한다면 진보진영의 핵심 요구조건은 무엇이 되나? 대선후보는 아닐 테고. “핵심 조건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지역주의를 악용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이 여야 모두에게 있고 그걸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 바로 현행 선거제도다. 이전 선거를 보면 부산에서 한나라당은 52%의 득표로 의석의 94%를 가져간 적이 있고, 광주에서는 민주당이 66%를 가지고 82%를 먹기도 했다. 얻은 표만큼 의석을 가져가야 공정선거인데 이게 안 되니 정치가 변하지 않는 거다. 영호남 기반 정치인의 암묵적 카르텔이 이를 유지하고 있으니 국회에서는 개혁이 안 된다.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발의해 국민 손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걸 공약하고 1년 안에 실천하자. 이것 하나만 해도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다. 진보진영은 선거제도 개혁이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 진보적 자유인, 노회찬의 꿈 -개인적인 질문을 해보겠다. 지역구 활동이 처음엔 많이 낯설었을 것 같다. “두려웠다. 안 해본 일이니. 왜 노원구를 택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는 솔직히 할 말이 없더라. 연고가 없었으니. 그래서 내가 노씨이고 어머니가 원씨다, 그러니 내가 노원의 아들 아닌가? 효도하러 왔습니다, 그랬다. 기지를 발휘하긴 했으나,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래서 아, 여기서 당락과 관계없이 진짜 주민을 위한 일을 한번 해보자, 그게 현실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노회찬의 초심이었다. 낙선한 다음날도 바로 사무실에 출근해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았다. ” -진보정당으로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자유총연맹 지부가 지역마다 다 있다는 걸 여기 와서 처음 알았다. 인사를 하러 가라는데 왠지 싫었다. 아무리 표가 중해도 그렇지… 그런데 막상 가보니 다 이웃들이었다. 나중에 같이 소주 한잔하는 사이가 되니까 그분들이 그러시더라. 너무 걱정 말라고, 이 안에 한나라당, 민주당 다 있다고. 6·25참전유공자협회라는 곳도 우연히 갔다가 친해졌는데, 나중에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그 모임에 초청받아 가기도 했다.” 유시민, 보채지만 말고 진보 정체성 보여야
자유주의와 연합은 가능해도 한살림 못해
노원구서 ‘진보정당 첫 서울 국회의원’ 야망
내 최대 장점은 친화력, 단점은 얼굴 ‘하하하’ -지난번 선거에서 얼마나 졌나? “2000여표. 아홉번 여론조사에서 모두 그만큼 앞섰다가 한번의 선거에서 꼭 그만큼 졌다. 경험 부족에서 온 막판 방심의 결과였다. 유권자 의식을 탓하며 위로하는 분들도 있는데 고맙지만, 아니다. 다 내 탓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진보니 뭐니를 떠나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연 게 마들연구소다. 일반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강좌를 매달 1차례씩 한번도 거르지 않고 31번 열었다. 많이 오실 때는 500~600명이 온다. 시청 앞에서 집회를 해도 그만큼 못 모을 때가 있어 나도 놀랐다. 다음달에는 영화배우 김여진씨가 나온다. 세시봉 열풍이라 영남이형(가수 조영남)에게도 부탁해볼까 한다. ” -정치가로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꼽으라면? “얼굴 말고는 단점이 뭐 있나?(웃음) 농담이다.(지난 선거 때 상대 후보가 젊은 미남형이어서 얼굴 때문에 졌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었다.) 장점이라면 친화력? 아무리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라도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없다. 일반적으로 보수우익단체로 알려진 보훈 5단체와도 잘 지낸다. 그분들 중에는 내 자원봉사를 자청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니.” -내년 선거는 노회찬 개인으로도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지금 진보진영이 내게 부여한 사명은 서울에서 진보정당 최초의 지역구 의석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그 소명을 꼭 달성하고 싶다. 청년시절부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내가 가졌던 꿈은 대부분 현실로 이뤄졌다. 그것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꾸는 꿈도 머지않은 장래에 꼭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전쟁 걱정이 없는 나라, 학력과 신분으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 일자리가 많은 나라, 애 낳고 기르는 데 불편함이 없는 나라, 병원 가는 데 걱정 없는 나라, 온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나라…이런 나라가 현실에서 꼭 불가능할까? 나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과거의 내 소망이 다 이뤄졌듯이 내 살아생전에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를지도 모른다.” -꼭 당선되길 바라며, 우문 하나 더 하겠다. 내년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야권을 대표할 만할까? “? (…)” -민주당의 잠룡들, 민노당의 이정희씨, 국민참여당의 유시민씨, 기타 정치권 밖의 젊은 기수들…. “그건 앞으로 국민과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이지, 이 자리에서 내가 뭐….”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 말 하고 나중에 엄청 후회할지 모르겠다’며 그는 입을 열었다. 엉뚱한 질문을 한다는 투의 난감한 표정이 어느새 특유의 정치적 감각을 되찾은 듯 꿈 많은 소년의 홍안으로 바뀌더니, 목소리의 톤이 살짝 높아졌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을 떠나 한 사람의 진보적인 자유시민으로서,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하나 키워보려고 20년을 노심초사해온 운동가 출신의 정치인으로서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구도는 참여당 같은 자유주의 정파가 집권 여당을 하고, 내가 속한 진보정당이 제1야당이 돼 한국 정치판을 한번 멋지게 휘저어보는 것이다. 물론 그다음은 우리가 집권당이 돼 ‘내가 꿈꾸는 나라’를 만들어보고 싶다. 어떤 분들이 트위터에 ‘언젠가 노회찬이하고 유시민이가 큰 판에서 한판 붙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로서는 불감청 고소원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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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판을 다시 짜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재결합을 포함해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 창당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
“사회당 등 3개 정당과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다섯개가 지난 1월부터 ‘진보대통합을 위한 연석회의’를 시작했다. 진보신당은 오는 27일 당대회를 열어 통합의 대원칙을 천명하고 논의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민노당도 6월께 당대회를 열어 통합을 공식화할 것으로 안다. 다른 단체들도 있고, 두 당 모두 당내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통합 자체는 대세라고 본다. 따라서 창당은 가능한 한 여름을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통합을 위해 두 당이 생각하는 조건들이 있을 텐데. “과거를 따지는 채무청산 식의 퇴행적인 조건은 없었으면 한다. 민노당 분당의 배경 중 하나가 패권주의였다. 제도적인 장치로서 당내 패권주의 발호를 차단하는 안전망이 꼭 필요하다. 이른바 ‘종북주의’에 대한 시비 소지도 차단해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는 비방과 딱지 붙이기 같은 일은 사절하고 상호 이해와 설득을 위한 노력을 다했으면 한다. 새로운 참여희망자에게는 과거 어느 정당에 속했는지, 어느 정권에서 일했는지 묻지 말도록 하자.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정체성만 확인된다면 오겠다는 사람을 굳이 마다할 게 있겠는가. 정책의 면에서는 ‘노동 있는 복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 정치개혁, 특히 선거제도 혁신 요구를 강하게 밀고 갈 수 있는 의지가 담겼으면 좋겠다.” 대선때 ‘페이퍼정당’ 만들어 후보단일화를
선거제 개혁 약속하면 모든것 양보할수 있어
진보정당 대통합, 패권·종북 시비 차단하고
정체성 지키면서 ‘노동있는 복지’ 구현 필요 -국민참여당(이하 참여당)과의 통합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유시민씨는 왜 초청장을 보내지 않느냐고 하던데. “공식적으로 특정인, 특정당을 배제한 적은 없다. 사람만 놓고 보면 참여당 쪽 분들이 우리 진보진영과 가장 가깝다. 문제는 집단으로서 참여당의 이미지와 정체성이다. (통합에 따른) 평가의 대상은 그것이 될 테니까. 핵심은 참여당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통합에 대한 결단을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다. 우리 쪽에서도 진보의 정체성을 고수하느냐, 이념적으로 가장 가까운 자유주의 세력과 합치느냐 하는 문제는 결론이 난 게 아니지만, 대체적인 견해는 진보의 정체성을 지켜가자는 쪽이다. 당장은 힘에 부치고 세불리하더라도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미래를 위해 기본 기치만큼은 그대로 들고 가자는 거다.” -개인적인 견해도 그런가? “유시민씨는 자꾸 나보고 진보와 자유주의가 함께 못 갈 게 뭐 있냐고 하지만, 그건 연합이나 연정인 경우에 그렇고, 살림을 합친 예는 거의 드물다. 영국의 노동당, 창당해서 다수당으로 집권하는 데 30년이 걸렸고, 가깝게는 룰라의 브라질 노동자당도 20년 걸렸다. 그들도 집권까지 간난신고를 겪으면서도 진보의 기본 기치를 끝까지 들고 갔다. 정서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가장 가까운 사이였는데도, 이라크 파병, 한-미 에프티에이, 새만금 문제 등 얼마나 갈등이 많았나? 지난 시기의 정체성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냥 서로 어깨동무하며 지내는 좋은 이웃 정도가 낫지 않을까?” -당대당 통합이 안되더라도 차후 선거연합은 확실히 유리해 보이는데…. “선거연합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보수정당이 정파간의 이합집산에 지나치게 능한 반면 진보정당은 지나치게 무겁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를 위한 일시적인 연합이나 연대조차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어쨌든 통합 논의는 그것대로 시대 흐름에 맞춰 계속해 가는 한편에서 전략적 제휴의 길도 모색하는 게 현실적인 사고다. 선거연합의 결과가 좋으면 의석이 늘어 좋고, 의정활동에서도 최고의 파트너가 되지 않겠나? 만약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수준까지 된다면, 두 당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짝이다.” 야권 대통합의 길 -야권이 대동단결해 내년 대선에서 단일후보로 한나라당과 맞서자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씨에 맞서려면 후보단일화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하지만 정치적 합의가 쉽지 않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는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누가 자진해 양보하겠는가? 설사 정당 합의로 후보단일화를 한다 해도 국민들이 마냥 박수칠까? 민주당 후보를 국민경선 한다고 속된 말로 흥행이 되겠나? 진보진영도 마찬가지고. 그런 단일후보가 박근혜씨와 맞짱 떠 승산이 있을까? 결국 정답은 국민들의 호응 여부다. 그것도 열광적인. 국민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려면 야권 후보 전체를 국민경선 해야 한다. 그 자체로도 경사고 국민들에게도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다. 야권 전체가 경선에 나서면 국민 100만명도 모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경선 참여 100만명이면 선거판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정당 간에 후보단일화는 선거법상 안 되잖나? “그렇다. 그래서 선거법 개정안도 올라가 있지만, 당장은 임시방편이라도 쓸 수밖에 없다. 그게 이른바 가설정당, 또는 페이퍼정당 안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내년 총선부터 국민경선 시스템을 아예 정당으로 등록하는 거다. 민주당이든 진보정당이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후보들을 이 당에 당원으로 등록하고 여기서 뽑힌 단일후보는 이 당 후보로 출마하면 된다. 당명도 야권단일후보 또는 야권통합당 등으로 하면 국민들도 알기 쉽다. 선거 끝나면 물론 각자 자기 당으로 복귀한다. 지금 야권단일후보가 나오면 찍겠다는 여론이 60%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그 여세를 몰아 대선까지 후보단일화하는 거다. 문제는 시간이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결론이 나야 내년 총선에 임할 수 있다. 야권통합의 대의에 공감한다면 망설일 이유가 있는가? 각 당은 빨리 입장을 내놓자. ” -야권 대통합을 한다면 진보진영의 핵심 요구조건은 무엇이 되나? 대선후보는 아닐 테고. “핵심 조건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지역주의를 악용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이 여야 모두에게 있고 그걸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 바로 현행 선거제도다. 이전 선거를 보면 부산에서 한나라당은 52%의 득표로 의석의 94%를 가져간 적이 있고, 광주에서는 민주당이 66%를 가지고 82%를 먹기도 했다. 얻은 표만큼 의석을 가져가야 공정선거인데 이게 안 되니 정치가 변하지 않는 거다. 영호남 기반 정치인의 암묵적 카르텔이 이를 유지하고 있으니 국회에서는 개혁이 안 된다.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발의해 국민 손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걸 공약하고 1년 안에 실천하자. 이것 하나만 해도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다. 진보진영은 선거제도 개혁이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 진보적 자유인, 노회찬의 꿈 -개인적인 질문을 해보겠다. 지역구 활동이 처음엔 많이 낯설었을 것 같다. “두려웠다. 안 해본 일이니. 왜 노원구를 택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는 솔직히 할 말이 없더라. 연고가 없었으니. 그래서 내가 노씨이고 어머니가 원씨다, 그러니 내가 노원의 아들 아닌가? 효도하러 왔습니다, 그랬다. 기지를 발휘하긴 했으나,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래서 아, 여기서 당락과 관계없이 진짜 주민을 위한 일을 한번 해보자, 그게 현실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노회찬의 초심이었다. 낙선한 다음날도 바로 사무실에 출근해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았다. ” -진보정당으로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자유총연맹 지부가 지역마다 다 있다는 걸 여기 와서 처음 알았다. 인사를 하러 가라는데 왠지 싫었다. 아무리 표가 중해도 그렇지… 그런데 막상 가보니 다 이웃들이었다. 나중에 같이 소주 한잔하는 사이가 되니까 그분들이 그러시더라. 너무 걱정 말라고, 이 안에 한나라당, 민주당 다 있다고. 6·25참전유공자협회라는 곳도 우연히 갔다가 친해졌는데, 나중에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그 모임에 초청받아 가기도 했다.” 유시민, 보채지만 말고 진보 정체성 보여야
자유주의와 연합은 가능해도 한살림 못해
노원구서 ‘진보정당 첫 서울 국회의원’ 야망
내 최대 장점은 친화력, 단점은 얼굴 ‘하하하’ -지난번 선거에서 얼마나 졌나? “2000여표. 아홉번 여론조사에서 모두 그만큼 앞섰다가 한번의 선거에서 꼭 그만큼 졌다. 경험 부족에서 온 막판 방심의 결과였다. 유권자 의식을 탓하며 위로하는 분들도 있는데 고맙지만, 아니다. 다 내 탓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진보니 뭐니를 떠나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연 게 마들연구소다. 일반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강좌를 매달 1차례씩 한번도 거르지 않고 31번 열었다. 많이 오실 때는 500~600명이 온다. 시청 앞에서 집회를 해도 그만큼 못 모을 때가 있어 나도 놀랐다. 다음달에는 영화배우 김여진씨가 나온다. 세시봉 열풍이라 영남이형(가수 조영남)에게도 부탁해볼까 한다. ” -정치가로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꼽으라면? “얼굴 말고는 단점이 뭐 있나?(웃음) 농담이다.(지난 선거 때 상대 후보가 젊은 미남형이어서 얼굴 때문에 졌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었다.) 장점이라면 친화력? 아무리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라도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없다. 일반적으로 보수우익단체로 알려진 보훈 5단체와도 잘 지낸다. 그분들 중에는 내 자원봉사를 자청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니.” -내년 선거는 노회찬 개인으로도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지금 진보진영이 내게 부여한 사명은 서울에서 진보정당 최초의 지역구 의석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그 소명을 꼭 달성하고 싶다. 청년시절부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내가 가졌던 꿈은 대부분 현실로 이뤄졌다. 그것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꾸는 꿈도 머지않은 장래에 꼭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전쟁 걱정이 없는 나라, 학력과 신분으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 일자리가 많은 나라, 애 낳고 기르는 데 불편함이 없는 나라, 병원 가는 데 걱정 없는 나라, 온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나라…이런 나라가 현실에서 꼭 불가능할까? 나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과거의 내 소망이 다 이뤄졌듯이 내 살아생전에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를지도 모른다.” -꼭 당선되길 바라며, 우문 하나 더 하겠다. 내년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야권을 대표할 만할까? “? (…)” -민주당의 잠룡들, 민노당의 이정희씨, 국민참여당의 유시민씨, 기타 정치권 밖의 젊은 기수들…. “그건 앞으로 국민과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이지, 이 자리에서 내가 뭐….”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 말 하고 나중에 엄청 후회할지 모르겠다’며 그는 입을 열었다. 엉뚱한 질문을 한다는 투의 난감한 표정이 어느새 특유의 정치적 감각을 되찾은 듯 꿈 많은 소년의 홍안으로 바뀌더니, 목소리의 톤이 살짝 높아졌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을 떠나 한 사람의 진보적인 자유시민으로서,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하나 키워보려고 20년을 노심초사해온 운동가 출신의 정치인으로서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구도는 참여당 같은 자유주의 정파가 집권 여당을 하고, 내가 속한 진보정당이 제1야당이 돼 한국 정치판을 한번 멋지게 휘저어보는 것이다. 물론 그다음은 우리가 집권당이 돼 ‘내가 꿈꾸는 나라’를 만들어보고 싶다. 어떤 분들이 트위터에 ‘언젠가 노회찬이하고 유시민이가 큰 판에서 한판 붙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로서는 불감청 고소원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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