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농가와 상생부족’ 논란…“경쟁해야 농가도 산다”

등록 2010-11-15 08:39수정 2010-11-22 13:56

하림 김홍국 회장
하림 김홍국 회장
[한겨레가 만난 사람] 하림 김홍국 회장

한겨레가 만난 사람
한겨레가 만난 사람
하림의 김홍국(53) 회장은 초등학생 때부터 병아리 장사를 했다. 김 회장의 하림은 일찌감치 양계업계를 평정한 데 이어, 2000년대 들어 양돈업계와 사료업계 1위로도 올라섰다. 1년 동안 1억8천만마리의 병아리와 오리를 부화하고, 하루에 49만마리의 닭과 오리 고기를 출하한다. 돼지 도축이 연 58만마리에 이르고, 알짜 채널인 농수산홈쇼핑까지 거느리고 있다. 10여개 계열사의 총매출이 3조원을 넘어서는 농업 재벌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농업계의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계열 농가와 나누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하림은 거대 농기업이 됐지만, 함께 하림을 키운 600여 계열 농가들은 그만큼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이다. 하림의 과점체제가 양돈업으로 확대되면서, 양돈농가들 사이에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2008년에 이어 올해에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의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불려나왔다. 1시간 가까이 10명 가까운 의원들의 신문이 이어졌지만, 추궁과 항변의 진실 공방은 평행선을 그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김 회장을 지난달 27일과 이달 3일 낮에 성남 판교의 집무실과 근처 음식점에서 두차례 만났다. 당사자의 가슴속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언론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았던 그는 <한겨레>와의 만남에서 6시간 동안 많은 말을 쏟아냈다.

- 타고난 사업가라고 들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닭 사업을 시작했다면서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한테서 병아리 10마리를 선물받았습니다. 미꾸라지 잡고 풀을 뜯어 키워서 한 마리에 250원씩 팔았습니다. 2500원을 벌었죠. 다시 한마리 7원씩 주고 병아리 100마리를 샀습니다. 금세 500마리가 되고, 돼지도 키우게 됐습니다. 농고를 졸업하자마자 사업자등록증을 냈습니다. 미성년자였기에 보증인을 세워야 했지요. 4천마리 병아리로 시작해서, 돼지 700마리로 불렸습니다. 갓 스물의 나이에 익산에서 제일 큰 양계업자로 돈 많이 벌었습니다. 선배들과 어울려 요정 다니면서 ‘애먼 짓’도 했습니다. 돼지값 폭락하면서 한꺼번에 다 털어먹었지만요.”

‘계열 농가와 상생 기대이하’ 혹평에 반론
“기본수입 유지 토대하에 상대평가 도입”


- 어떻게 다시 일어나, 지금의 하림을 세우게 됐나요?

“망하면서 사업의 눈이 트였습니다. 돼지값은 폭락하는데도, 소시지 값은 떨어지지 않더군요. 아, 가공해서 팔면 망하지 않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통합경영의 전문가인 미국사료곡물협회 박영인 박사를 만났지요. 1차 산업을 2차 가공산업화해야 경영이 안정된다는 것을 그분한테서 배웠습니다. 1986년 하림식품을 주식회사로 설립해, 계열화 통합경영에 들어갔습니다. 선진국의 최고기업 현장을 샅샅이 둘러보고 벤치마킹했지요. 그때도 우리 직원들은 저를 말렸는데, 설득하면서 밀고 나갔습니다. 항상 내가 너무 앞서나갔지요. (너털웃음)”

(하림의 양계사업은 600여 농가와 계열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하림에서 제공받은 병아리와 사료, 약품으로 닭을 사육한다. 농가에서 자기 돈으로 병아리와 사료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하림의 닭을 키워주고 사육비를 받는 방식이다.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을 더는 이점이 있는 반면, 하림의 월급쟁이로 통제받는다는 불만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 30대의 나이에 양계업계 선두주자가 됐네요. 늘 새롭게 경영시스템을 구축했고요. 그런데 왜 하림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을까요?

“고등학교 때 별명이 거짓말쟁이였습니다. 항상 엉뚱한 생각을 늘어놓았으니까요. 나중에 성과를 이뤘을 때, 그때서야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젊은이가 너무 앞서나가면서 업계에서도 경계의 대상이 됐던 것 같습니다. 농업계에 퍼져 있는 반기업 정서도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소농가 중심의 노동집약적 사고가 만연해 있잖아요. 하림은 철저하게 자본가적이고 설비집약적입니다. 농민들이 못하는 가공과 마케팅을 하는 시장 플레이어지요. 나는 하림이 한국 농기업의 성공적인 모델을 세웠다고 자부합니다.”

- 하림만 큰돈을 벌고, 계열농가의 소득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런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것 같은데요. 하림이 공격받는 가장 큰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아닐까요?

“2006년에 계열농가 조수입(비용을 제하지 않은 총수입)을 5년 뒤 1억원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올해 1억600만원을 달성했습니다. 계열농가 소득목표를 설정한 회사가 어디 있고, 평균 조수입을 1억원으로 올려준 회사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11살 때부터 닭을 키워 자수성가했고, 누구보다도 농민을 먼저 생각합니다. 2015년까지 농가 조수입을 1억5천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새로 발표했습니다. 건방지다 할 수도 있겠지만, 농가 소득 문제라면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농업경쟁력 위한 정책변화 필요성 강조
“똑똑한 기업이 시장 끌고가도록 해야”

- 경기도 안성에 돼지와 닭을 대규모로 도축·가공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식육종합센터를 세운다는 계획이지요. 지역의 영세 도축업자들을 비롯한 양돈업계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습니다.

“칠레 돼지고기는 1㎏ 생산비가 1.1달러인데, 우리는 2.3달러입니다. 2014년부터 칠레 돼지고기의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 우리 양돈산업은 전멸할 수 있습니다. 하림이 닭에서 성공한 것처럼 양돈산업의 수직계열화를 그 전에 이뤄내야 합니다. 그러면 칠레의 두배 이상인 생산단가를 1.5배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겁니다. 가격에서 모자라는 부분은 우리 맛의 품질경쟁력으로 극복하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가장 청결한 세계 최고의 안성 공장에서 세계 최고의 돼지고기를 생산할 겁니다.”

첫번째 만남에서 안성 종합식육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던 김 회장은 두번째 만남에서 180도 태도가 바뀌었다.

“안성 사업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틀 전에 회사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얼마 전 안성 주민들을 네덜란드의 최첨단 시설로 데려가 견학시켰는데, 그 뒤로 주민들이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싸움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하림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큰 알력이 생기는 상황이라면, 굳이 나설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사람들한테 이러쿵저러쿵 소리를 들어가면서, 내가 왜 해야 하는지 의욕을 잃었습니다. 충북 음성에 있는 기존 공장을 리모델링해 운영할 생각입니다.”

김 회장은 끊임없이 한국 농민과 농업정책의 변화를 부르짖는다. 농기업과 수출 중심으로 농정의 줄기를 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농업관이다. 이명박 대통령과도 배짱이 맞고, 개각 때마다 농식품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우리 축산 중에는 유일하게 닭산업이 시장개방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27%의 시장을 점유한 하림이라는 강자가 750개의 제품을 개발해 마케팅을 주도합니다. 그렇게 확실하게 시장의 리더 역할을 하니까 국산 전체의 경쟁력이 올라가는 겁니다. 하림이란 존재가 있었기에, 10년 전 72%였던 닭 자급률이 89%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양돈산업을 보세요. 이미 수입이 22%를 차지했습니다. 최대 기업이라는 우리 하림의 선진포크와 하이포크를 합해야 시장점유율이 7%에 못미칩니다. 이래서는 국내시장을 끌고갈 수가 없습니다. 75% 수준인 우리 돼지고기 자급률은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뚝뚝 떨어질 겁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농업정책과 농업경영을 가슴으로 했습니다. 우선은 따뜻하고 좋지만, 열매가 없습니다. 이제는 냉정하게 머리로 경영해야 합니다. 똑똑한 기업 하나가 시장을 끌고가도록 해야, 농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도 농업을 끌고가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협동조합입니다. 농업에서는 협동조합이 중심이 돼야, 그 성과가 농가 소득 증대로 착실하게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네덜란드의 그리너리 같은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적 요소를 많이 받아들였어요. 전통적인 1인1표의 원칙을 포기한 자본주의적 협동조합이지요. 덴마크의 세계적인 양돈협동조합인 데니스크라운은 독일 기업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농민과 소비자에게 누가 더 이익을 주는가’ 하는 것이잖아요. 미국에서는 닭 협동조합들이 대거 망해서 기업으로 넘어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뉴질랜드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협동조합이 농민과 소비자에게 이익을 많이 못주었기 때문이지요. 유럽의 협동조합들도 그런 길을 따라갈 것입니다. 협동조합보다는, 농민이 주주인 기업의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방식이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농민에게도 가장 큰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 하림이 성공적인 농기업이라는 데는 다들 동감합니다. 농업계의 삼성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서려면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점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계열농가의 기본 수입을 유지하면서도, 상대평가 방식으로 내부 경쟁을 유도합니다. 그래야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고, 회사가 살아야 농가도 살 수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곰곰 생각하는데, 결국 가치를 많이 만들어서 투명하게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한테는 말을 안하지만, 여러 곳에 기부금도 많이 내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구닥다리 90만원짜리 장롱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

- 인간 김홍국의 꿈이라면?

“하림 경영이 하느님의 사명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김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특별한 것 없습니다. 사료효율을 1 대 1로 끌어올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하림그룹의 비전도 글로벌 생산성 1위입니다.”

사료효율은 고기 1㎏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사료의 양을 말한다. 사료 1㎏ 먹여서 닭고기 1㎏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욕심이다. 지금 하림의 사료효율은 1.6 정도. 닭고기 1㎏ 생산하는 데 1.6㎏의 사료를 먹여야 하는 수준이다.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라 말했다. “솔직히 말해 제안받은 적은 있지만, 제 길이 아닙니다. 영원히 그쪽 근처로는 안 갈 겁니다.”

김 회장은 한눈팔지 않고 농기업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이룬 ‘스타’이다. 10대부터 최고경영자로 나선 사업가답게 나름의 소신과 일관성이 돋보였다. 다만, 눈부신 하림 성공의 과실을 계열농가들과 넉넉하게 나누었는지는,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림이 성공한 농기업을 넘어, 존경받는 농기업으로 더 뻗어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김 회장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인터뷰/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 성남/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하림을 보는 다른 눈/ 이준동 양계협회장

“하림만 덩치 커져…농민과 이익 공유해야“

이준동 대한양계협회 회장은 김홍국 회장을 집요하게 비판한다. 김 회장을 국정감사장으로 불러낸 것도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이 하림을 비판하는 요지는 ‘상생의 부족’이다. 그는 “계열농가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하림이 있을 수 있었다” 며 “농가 사육비를 더 올려주면 내가 왜 욕을 하나, 고맙다 하지”라고 말했다. 하림 계열농가의 조수입이 1억원을 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빚이 함께 늘어났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며 “순소득으로 따지면 계산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또 “김 회장의 개인회사까지 포함하면 하림의 양계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어섰는데, 양돈 등의 축산 전분야로 독과점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지적했다. 축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모화와 수직계열화를 하더라도 하림 같은 농기업이 아니라 여러 농가가 이익을 공유하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양계협회의 입장이다.

계열농가에서 사육한 닭의 품질을 매기는 하림의 상대평가 방식은 국정감사장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이 회장은 “계열농가 간의 경쟁을 압박하는 상대평가 방식은 농가의 인격을 구속하는 또하나의 불만대상”이라며 “닭을 납품하기 전까지는 내가 다른 농가보다 얼마나 잘 길렀는지, 사육비를 얼마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투명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진국 협동조합들이 망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이견을 달았다.

농협경제연구소의 신기엽 박사는 “덴마크의 데니스크라운은 양돈농가의 95% 이상이 가입해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협동조합도 망할 수 있으나, 미국의 신세대협동조합처럼 시대변화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농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이냐 협동조합이냐 하는 간판이 아니라, 얼마나 농민 시각으로 바라보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연구소의 김기태 소장은 “뉴질랜드의 세계적인 키위 수출기업인 제스프리는 협동조합이 세운 자회사”라며 “제스프리의 최고경영자는 조합원 농가들을 만나 교육하고 설명하는 데 1년의 절반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을 국정감사장에 불러냈던 김학용 한나라당 의원은 12월15일 김 회장과 양계협회 및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하림과 농가의 생산적인 관계 설정을 위한 ‘끝장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대한민국 대표 농기업이 이런 토론 등을 거치면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현대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목줄 매달고 발길질이 훈련?…동물학대 고발된 ‘어둠의 개통령’ 1.

목줄 매달고 발길질이 훈련?…동물학대 고발된 ‘어둠의 개통령’

‘1조원대 다단계 사기’ 휴스템코리아 회장 등 70명 검찰 송치 2.

‘1조원대 다단계 사기’ 휴스템코리아 회장 등 70명 검찰 송치

[국제발신] 499,500원 결제완료…불법문자 28억개 범인 잡았다 3.

[국제발신] 499,500원 결제완료…불법문자 28억개 범인 잡았다

심재철, ‘김대중 내란음모 진술’ 한겨레 보도 손해배상 패소 확정 4.

심재철, ‘김대중 내란음모 진술’ 한겨레 보도 손해배상 패소 확정

윤, ‘야당 추천 특검 위헌’이라지만…헌재, 박근혜 특검땐 전원 “합헌” 5.

윤, ‘야당 추천 특검 위헌’이라지만…헌재, 박근혜 특검땐 전원 “합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