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재활용쓰레기 집하장에 냉각기가 불법으로 제거된 냉장고가 쌓여있다. 이곳엔 브라운관을 뜯어낸 텔레비전도 방치돼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환경 망치는 가전품 폐기
냉각기·전기코일 등 떼어내 불법판매
프레온 가스·납 등 노출로 오염 심각
관리·감독 허술해 수집상 맘대로 처리
냉각기·전기코일 등 떼어내 불법판매
프레온 가스·납 등 노출로 오염 심각
관리·감독 허술해 수집상 맘대로 처리
[현장] 서울 폐기물 집하장
지난달 말 서울 시내의 한 대형폐기물 집하장. 오전 11시께가 되면서 대형생활폐기물 수거반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인근에서 수거한 폐가구와 폐가전제품을 트럭에 싣고 속속 도착했다. 폐기물을 내리던 환경미화원들은 가전제품 가운데 냉장고와 텔레비전을 따로 분류해 컨테이너 귀퉁이로 옮긴 뒤 곧바로 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드라이버를 이용해 냉장고 뒤쪽 나사를 풀고 철판을 걷어내자 냉각기가 드러났다. ‘쉭~.’ 절단기를 이용해 냉각기와 냉장고 연결선을 끊자, 희뿌연 연기가 솟구쳤다. 냉매로 사용된 프레온 가스가 공기 중에 그대로 방출됐다. 텔레비전 분해도 이어졌다. 브라운관 뒤를 망치로 깨뜨려 전기코일을 떼어냈다. 냉장고와 텔레비전을 합쳐 5대를 분해하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분류장 한켠에는 냉각기와 전기코일이 뜯겨져 나간 냉장고와 텔레비전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유해물질 회수 과정을 거쳐 폐기되거나 재활용돼야 하는 폐전자제품들이 이처럼 제대로 된 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뜯겨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냉장고 냉각기 냉매나 텔레비전 브라운관 속 납 등의 유해물질이 노출되는 등 심각한 환경파괴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25조는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허가를 받은 사업자만이 폐가전제품을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냉장고, 텔레비전과 같은 전자폐기물은 생산자와 지자체가 수거해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가 운영하는 재활용센터에 보내야 한다. 이곳에서 냉매, 오일 등을 안전하게 수거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자폐기물에 있는 일부 ‘돈 되는’ 부품들이 민간 ‘고물상’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수거 과정에서 불법으로 제품 분해가 일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통계를 보더라도,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에 수거된 냉장고 가운데 냉각기가 부착된 냉장고는 17%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ㅅ구의 한 환경미화원은 “뜯어낸 냉각기 등은 창고에 보관했다가 일주일에 한 번 가까운 고물상에 판다”고 말했다. 냉장고 냉각기는 1대에 1만원, 전기코일은 1㎏당 6000~8000원을 받는다고 한다. 또 다른 환경미화원은 “월급이 너무 적은 시절에 용돈벌이로 시작했던 일이 관행이 됐다”며 “지금은 작업반장이나 부반장이 폐기물을 판매해 자기 배를 불리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불법 폐기 관행이 불러오는 환경파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10년쯤 사용한 냉장고에는 100g 정도의 프레온 가스 등 냉매가 남아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정도 양이면 축구장 8개 정도 넓이의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프레온 가스 대체 냉매로 사용되고 있는 수소화염화불화탄소(HCFCs) 역시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기온을 1만배 빠른 속도로 데우는 온실가스 유발 물질이다. 올해 초에는 텔레비전 브라운관 분해 과정에서 납에 오래 노출됐던 한 환경미화원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각 지자체는 이런 실태를 알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시 재활용정책팀 관계자는 “돈이 되는 냉각기 등을 일부 고물상이 취급하는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고물상이 자유업이다보니 관리·감독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하지만 이런 불법 폐기 관행이 불러오는 환경파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10년쯤 사용한 냉장고에는 100g 정도의 프레온 가스 등 냉매가 남아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정도 양이면 축구장 8개 정도 넓이의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프레온 가스 대체 냉매로 사용되고 있는 수소화염화불화탄소(HCFCs) 역시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기온을 1만배 빠른 속도로 데우는 온실가스 유발 물질이다. 올해 초에는 텔레비전 브라운관 분해 과정에서 납에 오래 노출됐던 한 환경미화원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각 지자체는 이런 실태를 알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시 재활용정책팀 관계자는 “돈이 되는 냉각기 등을 일부 고물상이 취급하는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고물상이 자유업이다보니 관리·감독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