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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돈되는 부품 쏙뺀 폐기물도 “정상 수거”
회수달성률은 100% 웃돌아 ‘엉터리 통계’

등록 2010-09-23 20:52

국내 전자제품의 평균 재활용달성률
국내 전자제품의 평균 재활용달성률
환경 망치는 가전품 폐기
전문가 “생산자책임재활용제 부품별로 세분화 해야”
한국은 전자폐기물의 재활용과 유해물질 회수를 위해 생산자에게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시행하고 있다. 폐가전제품은 생산자가 새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거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수거를 하게 되는데,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는 신제품 출고량에 견줘 얼마나 제품이 수거됐는지 수거율을 계산하고 있다. 환경부는 각 제품별로 생산자한테 의무 수거비율을 정해주고, 수거량이 이 비율보다 적으면 생산자가 벌금 등을 내도록 하고 있다.

회수 달성률은 2003년부터 줄곧 의무량을 웃돌고 있다. 협회가 집계한 각 제품의 평균 재활용 달성률을 보면, 2003년 122%, 2007년 135%로 점점 높아져 2008년에는 130%에 달했다. 지난 5월 환경부는 2008년 재활용 달성률이 2001년에 비해 46%나 늘어났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자원순환 구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폐기물 유통경로가 복잡하고 이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탓에 재활용 달성률 등의 통계가 실효성 없는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냉각기가 떨어져 나간 냉장고, 전기코일이 없는 브라운관 텔레비전, 기판이 없는 컴퓨터 등 수거 제품 상당수가 부품이 떨어져 나간 채로 수집되고 있지만, 이들 폐가전제품은 모두 ‘정상 수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수거된 제품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수거 과정에서 일어나는 전자제품의 불법 해체 역시 관리·단속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지자체의 수거 과정에서 일부 환경미화원 혹은 폐지 수집상들이 ‘돈 되는’ 부품을 떼어내 고물상에 팔아도 별다른 감시를 받지 않는 것이다. 또 이런 부품들을 사들인 고물상들은 다시 이를 모아 폐기물 수출업체에 판매하고, 이들 업체들은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으로 폐기물을 수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에어컨실외기 등은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의 가치가 높아 불법이지만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한다. 한국전기전자협회가 올해 들어 서울시에서 수거한 폐전자제품 수량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1월부터 8월까지 에어컨실외기는 단 1대도 수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통상 생산량의 10% 가량이 배출될텐데, 수거되지 않은 실외기는 대부분 불법적으로 유통·수출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에어컨 본체에는 통상 냉장고의 10배에 달하는 냉매가 있는데, 분해 과정에서 그대로 공기 중에 노출되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폐기물 불법 수출에 대한 단속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에서야 인천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불법 폐기물 수출업체 9곳을 적발한 게 전부다. 하지만 한국은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협약에 1994년 가입한 바 있다.

불법 전자폐기물 유통의 ‘중간다리’ 노릇을 하는 고물상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고물상에 대한 관리·감독 감화 등을 위해 자유업인 고물상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고물상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물상들의 협의체인 한국폐자원재활용수집협의회 김봉식 회장은 “세탁기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가져오면 우리 처지에선 거절하기 쉽지 않고, 우리가 그런 것만 취급하는 것도 아닌데 정부의 관리를 받아야 하느냐”라며 “정부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면 거기에 맞출 수 있는 고물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과 동시에 현행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좀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박사는 “냉장고 몇대가 들어왔다는 식의 현행 제도를 바꿔서 기판 몇개, 유리 몇g, 프레온 가스 몇g 등으로 세분화해 중간에서 전자폐기물이 새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공식적인 회수경로가 아닌 고물상 등을 통한 폐기물의 유통 등도 적극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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