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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월드컵이 대중음악이라면 G20은 클래식 음악”

등록 2010-02-11 19:48수정 2010-02-12 16:47

어윤대(65) 국가브랜드위원장
어윤대(65) 국가브랜드위원장
[한겨레가 만난 사람]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어윤대(65) 국가브랜드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다음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오르내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과 어 위원장의 인연은 대학생 시절이던 1965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깊다.

두 사람은 ‘최고경영자(CEO)형’이란 공통 분모를 안고 있다. 이 대통령이 시이오(CEO)형 대통령이라면, 어 위원장은 시이오형 대학 총장이었다. 어 위원장은 고려대 총장 재직 시절 4000억원 안팎의 발전기금을 모금해, 영어강의 확대와 교내건물 40% 신·증축, <더 타임스> 대학 평가 150위 진입 등 고려대의 변신을 이끌었다. 그의 활동은 대학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사회적 논란을 낳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이런 업적을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고, 지금도 이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인사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지난 8일 어윤대 위원장을 만났다. 두시간 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좀더 국민에게 알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국가브랜드위원회(브랜드위)가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좀 생소하다고 느껴집니다.

“브랜드위는 대통령 직속 6개 위원회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1월 출범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는 한국, 한국사람을 외국에서 좋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러 국가의 사람 가운데 영국·스위스처럼 한국 국민이 세계사에서 호감을 갖도록 일을 하는 것이고요. 지난해 브랜드위에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이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작은 기관이었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알고 호응하면 앞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는 요인으로는 어떤 것일까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국격을 높인다는 게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지요. 스위스를 보면, 깨끗하고 오랜 세월 영세 중립국으로 있으면서 특정 국가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있듯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고, 다른 나라에 잘 해줘야 되며, 글로벌 시민의 자격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국가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도 있습니다. 브랜드위에서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서 ‘국가 브랜드 지수’(NBDO·National Brand Dual Octagon)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관심을 가졌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 경쟁력 지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국가브랜드 지수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국가 브랜드와 관련한 세계적인 지수로 미국 이스트 웨스트 커뮤니케이션(East West Communication)과 영국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가 만든 ‘안홀트 지수’(Anholt Index)가 있습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지요. 지난해 연말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조사한 결과 한국의 국가 브랜드 지수는 우리 자체적으로는 19위, 외국에서 평가할 때는 20위로 안홀트 지수(우리나라 31위 수준)보다는 좋게 나왔습니다. (지수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조사 방법과 응답자 구성의 차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호감도를 높이는 걸 가장 큰 과제로 꼽았는데, 브랜드위의 장기 계획은 무엇인가요?

“브랜드위에선 (정책을) 조정하고 정부 부처에서 실행한 것을 평가하게 됩니다. 브랜드위는 10대 과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게 해외 원조입니다. 그리고 글로벌 시민의식, 다문화 문제, 그리고 한국의 이미지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이미지가 실제보다 30% 정도 디스카운트(저평가) 돼 있습니다. 이런 실체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도 브랜드위의 과제입니다. 오프라인을 통해 이런 일을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블로그·트위터나 플리커닷컴 등 온라인을 통해서 하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알릴 때는 자랑을 하기보다는 ‘서로 배운다’는 자세로 겸손하게 표현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를 알릴 때는) 국가도 겸손해야 하고, 낮은 자세(Low Profile)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도 겸손해야 한다’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원조를 예로 들어봅시다. 해외 원조를 많이 주는 나라로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이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남미 국가에 물질적 원조를 오래 많이 해왔으나, 원조를 받는 나라의 경제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패했습니다. 최근 원조량이 많은 나라로 중국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원조는 아프리카에 원자재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40년 전 원조 받았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뀐 한국은 ‘예전에는 당신들과 같았다’는 자세로, 돈을 줄 때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주는 게 중요합니다. 또 물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노하우, 기술에 대한 전수가 중요합니다. 경제발전 모델이라든지, 중소산업 육성·수출 등의 기술을 겸손하게 주자는 것입니다. 마음이 먼저 가는 원조가 돼야 할 것이고, 같은 입장에서 우의를 나누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이미지 위해 따뜻한 마음으로 국외 원조를
“G20 의장국 된 한국이 세계에 의제 설정 기능”

-올해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돼 브랜드위가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브랜드위가 맡는 역할은 어떤 것인가요?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벤트’(행사)가 필요합니다. 이벤트라고 한다면, 올림픽·월드컵·엑스포 등이 있습니다. 강원 평창에 동계 올림픽이 유치된다면 우리나라를 많이 알릴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스포츠라는 건 대중적 이벤트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마찬가지로 올해 11월 열리는 G20는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라 생각합니다.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이 ‘대중음악’이라면, G20은 ‘클래식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음악도 중요하지만 관중을 생각한다면 클래식의 중요성도 높습니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물을 때, ‘한국이 G20를 개최하는 걸 아느냐’며 개최 사실을 알려주고 조사하면 호감도가 15% 정도 올라갑니다. 그만큼 국가 브랜드가 올라가는 거지요.

G20를 계기로 ‘글로벌 시민운동’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최근 충격을 받은 게 뭐냐면, 외국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 한국 사람은 인도에서 오토바이를 타거나, 거리에 침을 뱉는다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유력한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웃음) 아직 제안받은 바 없습니다.”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잠시 침묵) 지금은 브랜드위원회 일을 잘해야지요. 맡고 있는 일에 우선….”

적극적이고 달변인 어 위원장도 인사 관련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금리 정책에 대한 견해에도 조심스런 태도를 지켰다. 자칫 한은 총재 후보의 발언으로 여겨지는 것을 저어하는 듯했다. 부동산 버블 우려 등 때문에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 위원장은 “국내 쪽 사정만 볼 수는 없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이라는 말로 에둘러 갔다. G20 의장국으로 중립적인 태도에서 ‘의제 설정’을 해야하는 처지도 고려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 위원장은 다만, 금융 위기를 비롯한 거시경제 현안에 대해선 조심스럽게나마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국내외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인데….

“한국이 국제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통합돼 경제 문제 자체가 단순히 국내 문제만으로 볼 수 없으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의장국이 된 한국이 전 세계 국가를 향해 의제 설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동안 전 세계 경제가 저금리를 추구하면서 자산 버블(거품)을 너무 키워놨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전세계에 영향을 주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처지가 (호된 비판을 받는 쪽으로) 뒤바뀌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생긴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고, 전세계 경제의 힘 자체가 갑자기 아시아 쪽으로 옮겨오다 보니,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해 오던 달러·유로화의 위상 자체가 중국의 위안화와 충돌하고 있기도 합니다.”

-유럽 쪽에서 닥친 위기의 징후가 한국에 바로 영향 주지 않지 않을까요?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 별명)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돈을 뿌려가면서 위기를 해결했습니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막대한 돈을 뿌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부채를 많이 안고 있던 각국 정부의 부채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그동안 ‘금융기관의 위기’라고 불렀던 것이 이제는 ‘정부의 위기’로 옮겨간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고, 부채가 많은 일본과 이탈리아, 폴란드 등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촉발이 그리스 쪽에서 됐지만…. 앞으로 5~10년 동안 (국가의 신용 위기가) 전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로 남아 있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에 곧바로 영향을 줄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하겠지만 위기 조짐이 보였다는 건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것이죠.”

-미국에서는 금융 위기에 대한 처방을 금융기관 대형화 억제와 파생상품의 제한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 방향으로 처방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된 우리나라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비스 섹터(부문)의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유통업·의료산업도 중요하지만 금융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영국 런던이나 싱가폴 정도는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비중을 생각할 때 금융산업이 더 커져야 합니다.”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는 외환위기 뒤 많이 풀린 것 아닌가요? 더욱이 G20 의장국을 맡고 있는 처지에서 국제적인 흐름과 다르게 갈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규제 속에 있어서 이를 푸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단지 문제라고 하면 우리가 G20 의장국 됐다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방향(대형화, 규제완화 등)으로 가기는 어려운 일로 여겨집니다. 다른 G20 국가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낮은 자세로 나가야 합니다. 지금 나서서 국내 이슈(대형화, 규제완화 등)를 세계적인 문제로 ‘외연’시키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 대통령 학교 후배… ‘한은총재설’ 말 아껴
“성취 지향적이던 대통령, 타협·끈기 생겼다”


어윤대(65) 국가브랜드위원장
어윤대(65) 국가브랜드위원장
-이명박 대통령과 쌓은 인연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알다시피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입니다. 이 대통령이 63학번으로 2년 선배지요. 이 대통령이 1965년 당시 상과대 학생회장을 하겠다며 나서 활동할 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 뒤 별 인연이 없다가 이 대통령이 고속성장으로 국내에서 이목을 끌던 현대건설에 있을 때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당시 ‘현대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고요. 그 뒤 내가 미국(미시간대)으로 유학을 갔고, 유학을 마친 뒤 1979년에 고려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다시 가까워져 30년 동안 인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어 위원장은 1980년대 초반쯤에 겪었던 일화 한 토막을 들려줬다. 이 대통령이 현대중공업 부회장이던 시절 조선소 건설 계획을 세우던 때 일이었다고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서울대 공대 교수들한테 2년내 조선소 건설이 가능한 지를 물었죠. 그런데 모두들 ‘불가능하다’는 답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조선소를 짓는 게 불가능하고, 재정적으로도 어렵다고 본 거죠. 젊은 시이오(CEO)였던 이 대통령은 조선소 완공 뒤 ‘우리나라 교수들은 책만 알지 (현실은) 잘 모른다’며 일침을 놨던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도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관찰과 경험에 의존한 예측을 벗어나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는 일을 뜻함)이었지요.”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시이오형이라 기업 영역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정치 영역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이 대통령이 2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습니다.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게 별로 없었는데, 2년 전에 견줘 보면 지금은 ‘정치가’가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기업가 정신이 많고 성취 지향적이었는데, 지금은 정치가가 된 것 같고 그런 성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타협을 하고, 기다리는…. 타협과 끈기가 더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2년 정도 지나면서 관료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 것 같습니다. 대통령 주변에 경험 많은 관료들이 많이 포진해 있지 않습니까.”

-고려대 총장 시절에 관한 얘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총장 시절 이룬 고려대의 변신에 대해 한 쪽에서는 엄청난 성과로 평가하고, 다른 쪽에서는 ‘대학의 상업화’였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상업화’라는 말은 정말 맞지 않는 것입니다. 상업화라는 게 도대체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지 애매합니다. 내가 총장으로 있으면서 교수를 뽑을 때 돈을 받은 것이라면 상업화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고대 총장 시절 320명의 교수를 뽑을 때 인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상업화 논란이 기업에서 모금한 것을 말한다면, 사립대 입장에서는 어불성설입니다. 모금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대학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죠. 미국의 대학을 보더라도 기금 규모와 학교 순위는 정비례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금 모금 노력을 등록금 인상 억제로 이어갔다면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등록금 인상을 계속한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고려대가 인재를 교육하는 데 있어 예전 수준에 만족하는 교육을 한다면 등록금을 줄이면서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교수 1인당 학생 숫자가 많으면 안됩니다. 스탠포드대나 케임브리지대는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0명이지만 우리나라는 40명 수준입니다. 절반 수준이라도 따라가려면 교수진을 2배로 늘려야 합니다.

제가 총장으로 있으면서 (학생) 정원 증가 없이 교수를 더 뽑았습니다. 장학금도 2.5배 늘려서 가난한 학생, 외국 유학가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마련했습니다. 매년 7~8% 등록금을 올린 게, 교수를 더 뽑고 장학금 늘렸다는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립대의 경우 어느 정도는 수요자가 (교육비를) 부담할 수밖에없습니다. 대학의 상업화라는 지적은 학교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모금을 안 하는 행정가들의 비난 쯤으로 봅니다. 많은 시간을 쏟으면서 이룬 모금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을 위해 기여했다고 봅니다.”

-고려대 총장 시절 우리 교육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고교 평준화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교육비 부담이 많아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데, 내 생각에는 앞으로 공단이나 군인이 있는 지방에 외고·과학고 등의 특수목적고를 만들어 양질의 우수한 교육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에 유학 간 학생들이 돌아올 때 이런 지방의 중·고교에서 영어나 과학을 가르치면 2~3년 안에 서울과 지방의 (실질적인) 평준화가 가능하고 사교육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경제발전에 가장 큰 공은 국민의 교육열이었습니다. 이 게 없었으면, 발전을 못 이뤘기 때문에 계속 키워야 합니다.”

마무리 말을 부탁하자, 다시 브랜드위로 화제가 옮아왔다.

“아무래도 우리 나라가 잘 사는 건 ‘글로벌 시민’이 되는 겁니다. 정부가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해도 되는 게 아니고, 모두 뜻을 같이 해서 높이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국민의 마음에서 나오는 노력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거고, 브랜드위는 단지 촉매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인터뷰/김영배 경제정책팀장 kimyb@hani.co.kr, 정리/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고려대 총장·금융관련기구 활동

인터뷰 당일인 8일 오전,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은 약속 시각보다 30분가량 일찍 한겨레신문사에 도착했다. 그를 수행한 브랜드위의 윤정인 기획총괄과장은 “보통 20~30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도록 일정을 짠다”며 웃었다.

인터뷰 전에 확보한 시간을 활용해 어 위원장은 편집국 간부들과 두루 인사를 했다. 한겨레신문사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선 기업과 <한겨레>의 바람직한 관계맺음 등에 대해 즉석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최고경영자(CEO)형’이란 수식어를 달고, ‘마당발’이란 얘기를 듣게 된 실마리를 보여주는 듯했다. 어 위원장은 인터뷰 중에도 “내가 기업에서 일했으면 더 크게 성공했을지 모른다”며 웃었다. 대학 들어갈 때 학자가 될 줄은 몰랐다는 말도 들려줬다.

경기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어 위원장은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79년부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금융통화위원, 금융학회장, 국제금융센터 소장을 지낸 이력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과 더불어 그를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밀어올리는 배경이다. 2003년 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고려대 총장으로 재직했고, 2009년 1월부터 대통령 직속기구인 브랜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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