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오토 노동자의 절규
“나는 로봇이다.”
김동호(가명)씨는 자신이 볼트만 끼우는 ‘로봇’ 같다고 했다. 왜 이렇게 사는지 고민할 겨를도 없다고 했다. 일주일 평균 60시간을 일하는 그는 점심 땐 쓰러지기도 한다고 했다.
사내하청 노동자인 김씨는 정규직 생산직이 한 명도 없는 동희오토 공장에서 일한다. 충남 서산시에 있는 동희오토는 지난해 20만6000여대가 팔린 소형 승용차 ‘모닝’을 기아자동차에 납품한 회사다. 공장 라인은 17개 하청업체로 나눠져 있다. 즉 그는 ‘모닝’을 만들지만, 기아차 노동자도 아니고, 동희오토 노동자도 아니다. 그냥 라인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로봇’이다.
그는 노동부의 사내하청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동희오토의 공장 노동자가 900여명에 이르지만, 정규직 직원은 100여명에 불과해 300명 이상 사업장 조사 대상에도 들지 못했다.
그를 지난 13일 ‘비밀리에’ 서산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 공장에서 민주노조 운동을 하던 노동자들은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해고됐다고 한다. 사내하청 업체가 폐업하면 다른 업체가 고용을 승계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들은 공장에서 퇴출됐다.
김씨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반장이 할 얘기 있으면 하라고 하지만, 아무도 불만을 말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노조 운동을 할 때는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젠 바로 짤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잔업과 특근까지 하지만 한 달 평균 그가 손에 쥐는 돈은 140여만원 정도다. 상여금은 두 달에 한 번 나온다. “자동차 공장 가운데 우리가 시급이 제일 낮다. 현대차는 성과급으로 1000만원 넘게 받았다지만, 우리는 258만원 받았다.”
일은 더 고되다. 시간당 42대를 생산하는 동희오토의 라인 속도는 다른 공장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신입 노동자가 두 시간만 일하다 도망간 경우도 있고, 군대를 제대하고 들어온 ‘팔팔한’ 친구도 6개월 뒤면 대부분 무릎이나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고 그는 말했다.
서산/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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