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300명 이상 사업장’ 실태조사서 확인
원청노동자보다 6배 넘게 고용한 사업장도…노동자들 저임금·해고 노출
원청노동자보다 6배 넘게 고용한 사업장도…노동자들 저임금·해고 노출
300명 이상을 고용한 국내 대규모 사업장의 노동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사내하청 노동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간접고용’의 하나인 사내하청 노동자는 원청업체 정규직에 비해 임금 등 근로조건이 열악할 뿐 아니라 고용도 불안정해, 사내하청 확산에 따른 노동조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18일 <한겨레>가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현황’ 자료를 보면, 2008년 고용보험에 등록된 300명 이상 사업장 963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168만5995명 가운데 36만8590명(21.9%)이 사내하청 노동자로 나타났다. 노동부 실태조사를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 규모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종별로는 조선업에 사내하청 노동자가 가장 많았다. 현대중공업 1만9800명, 삼성중공업 1만5320명, 대우조선해양은 1만4000명이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이는 각각 원청업체 노동자에 견줘 79%, 147%, 125%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작업 물량이 크게 달라져, 적정 인원을 제외하고는 사내하청업체에 일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푸드(원청 1100명)는 4300명, 삼성에버랜드(〃 670명)는 3194명, 커피빈코리아(〃 420명)는 1182명이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원청 노동자가 933명인 데 반해 사내하청은 6112명이나 됐다.
이처럼 사내하청 노동자가 늘면서, 지난 3일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던 한 청소용역 노동자가 재계약에 실패하자 음독자살을 시도하는 등 사내하청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6년 노동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자동차 업종의 경우 하청 노동자가 원청 노동자에 견줘 월 노동시간은 1.1배이지만, 총급여액은 51.7%에 그치는 등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지난해 7월 비정규직법 파동 직후, 당시 이영희 장관의 지시에 따라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보호지침 제정을 추진했지만 장관이 바뀌면서 유야무야된 상태다.
홍희덕 의원은 “노동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사내하청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간접고용의 남용을 막는 법률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완 남종영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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