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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끝없는 인파, 노란색 물결, 눈물의 진혼곡

등록 2009-05-30 08:59

2009.05.29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는 노란풍선과 노란색종이로 접은 비행기를 하늘로 날리고 있다.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2009.05.29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는 노란풍선과 노란색종이로 접은 비행기를 하늘로 날리고 있다.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촛불집회 때보다 많은 시민들 거리로
풍선·종이비행기 온통 노랗게 물들여
추모곡 부를땐 노래인지 흐느낌인지
마지막길 동행한 3가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수많은 시민들이 풍선과 모자 등으로 그의 ‘상징’인 노란색 물결을 이룬 채 그가 즐겨 불렀던 노래들을 들려줬기 때문이다.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킨 것은 ‘사람’과 ‘노란색’ 그리고 ‘노래’ 세 가지였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29일, 서울에서만 50만명이 거리에서 그의 가는 길을 함께했다. 지난해 촛불집회가 절정을 이뤘을 때보다 더 많은 규모다.

노 전 대통령의 노제가 열린 서울광장과 세종로 네거리 곳곳에는 노란색 풍선이 내걸렸다. 그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몸에 두른 사람들로 광장은 ‘노란 바다’가 됐다. 시민들은 노란색 두건을 팔과 손목에 두르고,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 가운데는 검은 넥타이 대신 노란 넥타이를 맨 이들이 적지 않았다. 얼굴에는 저마다 노란색 스티커를 붙였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노란색 종이모자를 나눠줬다. 노제가 열린 서울광장에서는 노란 장미를 나눠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박아무개(22·대학생)씨는 “노제가 진행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노란 장미 63송이를 사왔다”며 “슬프지만 슬퍼하지 않고, 원망스럽지만 담담하게 끝까지 자리를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은 운구차 위엔 시민들이 밤새 접어온 노란 종이비행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수북이 쌓였다. 이날 새벽 운구행렬이 발인식을 마치고 경남 김해시 봉화마을을 떠날 때와 노제를 마친 뒤 서울광장을 빠져나갈 때, 시민들은 애도의 뜻을 담은 노란 종이비행기를 운구차를 향해 날렸다. 시민들이 운구차를 기다리는 동안 슬픈 마음을 억누르며 분 노란 풍선은 이들이 가진 슬픔의 무게 만큼이나 묵직하게 거리에 내려앉았다.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은 운구행렬에서도, 분향소에서도 널리 불리며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경복궁에서 치러진 영결식에서는 국립합창단이 생전에 그가 좋아 한 <상록수>를 불렀다. 서울광장에서는 노제에 앞서 가수 양희은씨가 <아침 이슬>을, 이어 민중가수 안치환씨가 통기타를 치며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과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각각 불렀다.

노제가 끝날 때 서울광장에 모인 이들이 한목소리로 합창한 <사랑으로>는 노래라기보다는 흐느낌에 가까웠다.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정유경 김성환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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