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가슴에 잠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나는 길은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했다. 노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제를 마치고 남대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서울광장과 태평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노란색 풍선 등을 흔들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이날 국민장이 엄수된 서울의 세종로와 태평로, 남대문로 등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 영면…서울광장 노제 50만 추모 물결
파란 하늘에 노란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모진 세상에 대한 분노, 뒤늦게 깨달은 희망을 담은 비행기를 날렸다. ‘바보 노무현’이 떠나던 날, 온 국민은 저마다 가슴속에 슬픈 만장을 달고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29일 오전 경복궁 앞뜰에서 열렸다.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그 어여쁜 손녀들을 두고 떠나셨습니까….” 영결식 조사는 곳곳에서 떨렸다. ‘인간 노무현’으로 살아가지 못한 고인에게, 힘든 삶을 토로했을 때 달려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흐느꼈다.
노제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엔 50만 인파가 몰렸다. 세종로 네거리에서 숭례문까지, 인도와 차도는 거대한 노란색 물결로 출렁였다. 옅은 미소를 띤 영정이 나타나자, 미열 속 흐느낌은 통곡과 오열로 바뀌었다.
“미안해요 노무현! 다시 일어나요 노무현!” 삶과 죽음이 모두 한 조각이라던 마지막 말을 되뇌듯, 수십만 인파는 고인의 영혼을 목청껏 불렀다. 생전 육성이 선창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다시 한번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꿈을 한목소리로 약속했다. “사랑합니다. 당신의 꿈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고인이 삶을 던져 열어젖힌 광장을 떠나지 못한 채,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내 마음속 대통령’을 추억했다.
서울역으로 향한 운구 행렬은 이별을 아쉬워하는 절규 앞에 번번이 멈춰 섰다. 이제 가면 다시 못 올 길이기에 고인의 마지막 발길을 좀처럼 놔주지 않았다. 초로의 아낙은 운구차 앞에 널브러졌고 앳된 청년은 “살려내라”며 울부짖었다.
세상에서의 마지막 여정은 자정이 넘어서야 끝났다. 고인은 한 줌 유골이 되어 고향 땅에 고단한 몸을 뉘었다.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은 굴곡진 삶을 뒤로하고 역사 속에 영면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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