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내 “시정잡배” 내몰아
슬픔, 미안함. 그리고 당혹.
벼랑에 몸을 던지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그동안 그를 대했던 엇갈린 시선만큼 감정도 복잡하게 나뉜다. 슬픔과 미안함은 그를 좋아했거나 또는 좋아하지만 원망도 했던 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반면, 당혹감은 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5년 내내 그리고 퇴임 이후 1년 3개월 동안 거칠고 신랄하게 집요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던 쪽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노 전 대통령이 보수세력으로부터 일방적인 미움을 받았던 데는 일단 변변치 않은 학벌, 한미한 친인척 등 주류세력이 용납하기 힘든 출신성분에서 비롯된다. 지난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전여옥 의원은 “국민들 중 대학 졸업자가 60% 이상인데 다음 대통령은 대학을 다닌 경험이 있는 분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을 안 나온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엘리트사회의 경멸과 무시가 잘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안 좋은 출신성분이란 곧 ‘천한 태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는 ‘시장의 언어’라 불리는 노 전 대통령의 직설화법, 파격적 행보와 맞물려 품위와 권위를 중시하는 보수세력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대통령 못해먹겠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등의 발언은 무식한 시정잡배의 언어로 공격받았다. 한 보수언론의 논설위원은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02년, 그가 즐겨 신는 ‘발가락 양말’을 트집 잡으며 “주변에서 모양 사납다고 보통 양말로 바꾸기를 권했지만 막무가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 후보의 고래심줄 고집은 이인제 의원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며 “‘당 화합을 위해 (이인제 의원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마음에 없는 일을 왜 하냐’며 뿌리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효제 성공회대 엔지오(NGO)학과 교수는 “그의 소탈함과 독특한 언어 사용은 ‘정서적 급진주의’를 담고 있다”며 “권위를 부정하는 신세대들은 그에게 열광했지만, 보수세력은 이를 ‘홍위병’이라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총체적 변화를 원하는 사회적 흐름을 멈추기 위해, 보수세력과 언론들이 노 전 대통령을 끊임없이 정치화하는 전략을 썼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원 상지대 연구교수는 “구제금융시기 이후 사람들이 느낀 불안감, 변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망 속에서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아이콘’이 각광을 받은 것인데, 보수세력들은 이런 변화를 두려워했다”며 “‘노무현=좌빨’, ‘386=무모한 도전’ 등의 프레임을 만들며 세대대결, 진보-보수의 권력투쟁 양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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